- 글 제목에 적었듯이 원제가 달라요. 2003년작이고 딱 봐도 제작비 거의 안 들였을 소품 영화구요. 상영 시간은 85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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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도 많이 탔다구요!!!)



 -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 해가 진 저녁 시간에 인적 없는 외딴 산길을 차 한 대가 달리고 있습니다. 아빠, 엄마, 딸, 아들, 그리고 사위. 이렇게 다섯이 타고 있네요.

 사이가 좋은 듯 나쁜 듯 투닥거리는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을 잠시 보여주다가... 운전대를 잡은 아빠가 그만 졸아버려요. 그러다 마주오던 차랑 부딪힐랑 말랑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원래 다니던 길이 아닌 낯선 길에 들어서 있네요.

 하지만 어쨌거나 모두 다 무사하고. 대충 이쪽 길로도 열심히 달리면 도착할 거야... 라면서 가족은 열심히 도로를 달리지만 그게 뜻대로 되진 않겠죠. 가도가도 끝없는 괴이한 길을 달리다 지쳐가던 이 사람들은 문득 아기를 안고 있는 하얀 옷의 여자를 발견하고 멈춰서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 한 명이 죽어나가고 여자는 사라집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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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꼬이신 분들)



 - 저엉말 하나도 안 궁금한 스토리죠. ㅋㅋㅋ 사건의 진상이 무엇일지, 이 가족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정말 1도 궁금하지 않습니다. 태어나서 이런 장르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시작부터 결말이 다 정해져 있는 이야기잖아요. 게다가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그 정해진 결말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어요. 아무리 20년전 영화라지만 그 시절에도 역시 흔해 빠진 설정이었으니 영화의 제작 연도가 핑계가 되지도 못하겠구요. 


 제가 이 영화를 한 번 볼까... 했던 건 일단 넷플릭스에 있고, 장르가 호러라서. 그리고 거의 주인공급인 아빠 역할을 '트윈픽스'의 로라 파머 아빠 레이 와이즈가 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면 결국 안 보고 있었던 건 넷플릭스의 영화 소개글로 봤을 때 정말 어이 없을 정도로 식상한 스토리일 게 뻔했기 때문이었구요.

 

 그런데 어젯밤에 제가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iptv에도, 넷플릭스에도, 네이버에도 유튜브에도 없는 상황에서 어차피 이럴 거면 넷플릭스에서 그냥 아무 거나 하나 보자. 라고 맘 먹었고, 그러다 이 영화의 런닝 타임이 90분도 안 된다는 걸 깨달았죠. 얼른 뭐라도 하나 보고 자기 위해 골랐습니다.



 - 아 그런데 이게 재밌습니다? 허허. 보다가 당황해서(?) 검색을 좀 해보니 애초에 평가를 좋게 받은 영화였더군요.


 이 영화가 재밌는 이유는 뭐 간단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뻔한 설정 속에서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와 관계를 심플하면서도 단단하게 설정해 놓고 그 안에서 드라마를 알차게 잘 짜냈어요. 말로는 참 쉽고 당연하지만 정작 제대로 해낸 영화는 보기 힘들기로 유명한 비법(?)이죠.

 그 드라마란 것들도 별로 신선한 건 없습니다. 하지만 캐릭터들에 어울리게 잘 짜여져 전개되고 거기에 슬쩍슬쩍 적절하게 비틀린 유머와 깜짝 호러들을 버무려 놓은 솜씨가 괜찮아서 보는 동안엔 꽤 긴장하면서 집중하게 만들어요.


 덧붙여서 배우들도 좋습니다. 대략 아빠랑 엄마 두 배우가 연륜 파워로 적절하게 극을 이끌면서 비교적 서툰 젊은 배우들이 따라가는 모양새인데. 리더들이 워낙 잘 해주고 조화도 괜찮더라구요. 특히 엄마 배우는. ㅋㅋㅋㅋㅋㅋ 후반에 진짜 맹활약해주십니다. 영화 재미의 절반은 이 분이 뽑아내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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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종일관 하드캐리해주시는 어머님. 출연작을 찾아보니 대표작으로 인시디어스와 인시디어스2, 그리고 인시디어스 3과 4가 있습니...)



 - 단점이야 뭐. 처음에 얘기했던 그 한계가 가장 눈에 띄는 단점이겠죠. 끝이 너무 뻔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결말에서 벗어나거나 좀 비틀어보려는 시도 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얌전히 예상 그대로 마무리된다는 것... 이겁니다. 그 과정을 상당히 재치있게 잘 만들어 놓긴 했지만 결국 그 끝은 맨날 먹던 그 맛이고 그 맛이 그리 흡족하진 않은 거죠.



 -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좋게 말하면 뻔한 설정 안에서 나름 디테일로 최선을 다 해서 괜찮은 재미를 주는 영화구요.

 나쁘게 말하면 나름 애를 쓴 부분이 있지만 결국 뻔할 뻔자로 흘러가는 B급 영화겠구요.

 좀 찾아보니 제작비가 100만 달러도 안 들었다는 것 같은데 (충분히 그럴만 합니다 ㅋㅋ) 그 덕에 좀 긴 환상특급 에피소드 하나 본 기분이기도 해요.

 은근히 유머가 강하고 잘 먹히는 영화이니 좀 기분 나쁘게 웃기는 코믹 호러 좋아하는 분들에게 잘 맞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인짜 가볍게, 아무 기대 없이 편하게 낄낄거리며 80분 정도 죽이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해요. 재밌게 봤지만 그냥 그 정도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 끝까지 보고 나면 좀 뒷맛이 쓴 부분도 있긴 합니다. 그러게 진작에... 음...



 ++ 본 이야기가 다 끝난 뒤 마무리격으로 뒤에 붙는 이야기는 좀 많이 사족이더군요. '장르적 특성'으로 봐 줄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족 느낌이.



 +++ imdb로 확인해보니 여기 나온 젊은 배우들은 지금 다 경력이 끝났더라구요. 반면에 이미 나이가 많았던 부모역 배우들은 여전히 쌩쌩한 현역...



 ++++ 글 다 적고 확인해보니 제작비가 90만 달러에 수익이 7700만 달러라고... 허허허허.

 하지만 감독의 다음 작품은 대략 폭망이었고. 이후로 하안참 후에 만든 영화도 폭망. 그러고 소식이 없군요. 인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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