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5 21:26
진저리나는 환멸의 날들입니다.
사실 새삼스럽지는 않습니다.
계속 나오던 XX대 단톡방 사건. 불법촬영물. 약물강간. 디지털성폭력의 광범위한 유포. 죄의식없는 소비.
매번 나오던 바로 그 성범죄들의 모습이
이번에는 연예인 단톡방에서 터진 것이니까요.
이 한국사회의 남성 문화가 폭력과 성행위를 구별하지 못하는데
일상이 성범죄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어떻게 연예인 지구만 청정할 수 있겠어요.
승리에 이어 줄줄이 나오는 성범죄자 연예인들.
승리 외에는 다들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었니다. (승리도 얼굴은 이번에 알았지요.)
예전에 다른 성범죄들이 발각되는 것을 볼때와 같은 기분으로
치 떨리고 지긋지긋한 감각으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연예인이이니 전보다 좀더 시끄럽구나,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처벌받자,
이건 확실한 죄고, 죄를 지으면 처벌받는다는 것을
인간으로서 염치도 죄의식도 없는, 세상에 널린 이토록 많은 X새끼들에게 인식시켰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하지만, 이 사건을
'평범한 나와 달리 잘 나가던 어떤 놈의 몰락기' 정도로 소비하며
낄낄대며 팝콘 집는 남자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어... 그런데
'먼지가 되어' 날아가버렸다는 식의 낄낄거림들이 보이는 거예요.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하다가, 갑자기 엇 놀랐습니다.
- 먼지가 되어? 혹시 걔가 걔였나?
헐.. 맞더라구요. 이럴 수가.
제가 정준영을 안 것은 슈스케가 이미 끝난 후였습니다.
'먼지가 되어'를 듣고 싶어서 유투브를 검색했다가 우연히 그 영상을 보았어요.
신기했습니다. 말 그대로의 의미로 '한국 남자' 같지 않았어요.
갓 스물? 열아홉? 여튼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다는 다른 참가자가 자기를 이끄는데
'형' 행세 안 하고
자기보다 어린 사람의 결정도 가르침도 잘 받아들이면서 경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동등한 친구이자 라이벌이자 동료로 대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내가 아는 이십대 남자들 대부분
남자들끼리 있을때
나이에 따라 기이한 서열감각을 보이는데
이 참가자에게는 그게 안 보이는구나. 그 추한 나이주의가 안 느껴지니까 좋다...
아,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자라다가 스무살 되기 직전에 한국에 왔다고.
그래서 더욱 한국-남성 식의 서열 감각과 관계없는 느낌이 드나 보구나.
물론 제가 본 건'먼지가 되어' 공연을 준비하는 짧은 영상클립이니 단편적인 인상이겠지요.
실제 연습과정은 편집되어 방영된 것과 다를 수 있고요.
그렇지만 신선한 느낌이라 다른 영상들을 보았습니다. 어떤 인터뷰 영상을 보았는데,
팔의 문신에 대해 질문하니
영화 '헤드윅'에 나온 문신이라고, 그 가수가 멋있어서 했다고 하더군요.
젠더를 넘어선 사랑을 의미하는 그 문양이요.
이상형을 물으니 김옥빈..이라고 하더라구요. 머리 짧고 오토바이 타고 그런 여자가 좋다고.
게다가 H.O.T의 꽤 열렬한 팬인데 심지어 문희준 팬인 거 같고...
그 쯤 되니까 재미있었어요. 이십대 중반의 한국 남자가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신촌공원 등에 오던, 아니, 정확히는 괜히 한번 갈까말까 해보는
어색한 허세와 자아도취가 밉지 않게 뒤섞인
십대 중반 레즈비언의 취향 같았거든요
이 재미있는 친구가 지금은 뭐하고 있으려나. 가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해서
검색을 더했지만
당시 딱히 음악활동을 하기보다는 예능만 나오고 있는 것 같았어요.
아저씨들 가득한 속에서 덩그러니 있는 듯한 예능을 보려다가
영 재미없어서, 한 5초만에 껐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평범해져 있구나. 좀 재미없어졌네, 라고 생각하고요.
그래도 슈스케 '먼지가 되어 ' 영상이랑 인터뷰 영상은
'얘 재미있지 않니'라며 친구에게 전송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세상에.
몇해가 지나 이렇게 변해버리다니. 전형적인 한국남성문화 식 성범죄의 주인공으로 다시 보다니.
물론 모르죠. 변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때 내 눈에 비친 가상의 이미지가 그런 것 뿐이었을지도.
... 그런데, 다음과 같은 트윗을 보았습니다.
"정준영 평소 성격이 민폐 끼치는걸 상당히 싫어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나는 상당히 익숙한 유형의 남성무리가 떠오름. 디지털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세대의 등장이며 디씨와 일베의 역사를 같이 한, 80년대 후반 90년대 초에 태어나, 6차교육과정으로 학교를 다닌 그 시기의 남성무리."
"윤리적 기준이 상당히 모순적인 무리들. 그들의 특징은 민폐끼치는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어떤 사안에서 칼같은 중립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속에서의 여성성은 상당히 왜곡되어있음. 한남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에는 그냥 일베충으로 퉁쳤는데 이게 일베만의 성향은 아니다."
"예를들어서 지하철에 화장을 고치는 행위를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사회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지정하고, 그 사람을 몰래 찍어서 올리고 공유하며 각종 성기 비속어로 욕하는 행위는 당연한것으로 혹은 정당한것으로여긴다."
"그 또래집단 혹은 인터넷 커뮤내에서 행해지는 발언이나 행동들은 아주 상상이상의 극악한 경우가 많지만 그들은 실제 사회 생활에서는 칼같이 - 기계적으로 민폐로 여겨지는 행위들을 피하며 그들의 도덕적 위치를 유지한다. 그들은 그 행위를 지칭하고 계속해서 혐오를 만들어내는 위치로 남는다."
"암튼 좀 길어졌는데 그들에겐 민폐와 재미 라는 두가지 큰 가치판단의 기준이 있는것 같음. 그 안에 여성은 민폐를 일으키는 대상=욕먹고 혼나야 하는 대상 이고 그들에게 여성은 오로지 얼굴과 질과 자궁으로 이루어져있음."
"남자친구가 바른 생활을 칼같이 하려고 하며, 지나가는 여성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비난하고 자신에게도 계속 강요하고, 실수에도 트집을 잡으면서 행동을 수정하라며 강요한다면(했다면) 당신의 몰카가 이미 하드에 있을 수도 있음. 그안에서 섹스동영상 찍고 몰래 사진 찍는것은 평범한 수준의 재미임"
"예로 그들이 82년생 김지영을 비틀어서 90년생 김지훈 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낸것을 듣고 이 남성무리를 떠올렸었음. 그 90년생으로 일컬어지는 나이대가 딱 지금 이슈의 연예인들의 나이대와 완전히 일치하고 그들의 더러운 삶이 그 무리를 거울처럼 보여줌."
(출처: @klasse_supre)
여러 가지 맥락에서 무척 동의되는 트윗이었습니다.
다만, 정준영은 한국에서 6차교육과정으로 학교를 다니진 않았을텐데. 싶었지요.
역시나 한국에선 어떤 학교도 다니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서, 영국, 프랑스, 중국, 필리핀... 여기저기에서 살았다고.
그런데 귀국 후에 그렇게 쉽게, 빨리,
또래 한국 남자들의 끔찍한 문화에 확 흡수되어 갔구나, 싶었습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보니까 슈스케는 7년전이더라구요.
오토바이 타는 여자가 좋다 하고
헤드윅 문신을 하고 패티큐어 바른 발로 돌아다니던 사람이
'가지고 놀기 좋은' '착하고 예쁜 어린 여자'를 찾는
일베식 성범죄자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인 거겠지요.
이후 매우 엄중한 판결이 나오길 기다립니다.
'정준영 동영상' 따위를 실검 1위로 만드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줄만큼요.
그래서 피해자들이 줄어들 수 있기를.
인간이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하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정말... 환멸이 납니다.
덧/ 특정한 개인을 악마화하는 관점은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개인의 잘못을 경감하는 말이 전혀 아닙니다 :-/
악마화하지 않으면 개인의 잘못을 지적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요.
자신이 끼친 해악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연하디 당연한 문장을... 정말 굳이 또 써야 한다는 것인가...)
'쟤네들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이상한 쓰레기들이다..?' 라는 시선은 위선에 가깝지 않을까요.
당장 대학 익게에 가도 , 더럽긴 해도 사실 별거 아닌 대화이지 않냐,는 글들이 보이는데,
지금 여기 한국남성사회에 저런 단톡방이 얼마나 많을까 싶은데.
'정준영 동영상'을 실검 1위로 만드는 이들의 세상인데.
그걸 검색하고, 그걸 보고 싶어하는 이들은
승리와 정준영 단톡방에서 영상을 받아보던 범죄자들과
정확히 똑같은 죄를 짓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이들이 이토록 많다는 건데.
덧2/ 정준영이 맑고 깨끗하고 선량한 시민이었다는 글이 아닙니다.
정준영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기껏해야 합쳐서 30여분 간의 영상을 본 것 뿐인데.
그때 본 영상 속의 그에게서는 '한국의 20대 남자들'이 가질 법한 특징이 보이지 않아서 신선했으나
지금의 그는 저 트윗에서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세대의 등장이며 디씨와 일베의 역사를 같이 한, 80년대 후반 90년대 초에 태어나, 6차교육과정으로 학교를 다닌 그 시기의 남성무리 '가 가질법한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
이상한 기분을 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받았던 인상처럼
'2000년대 초반 신촌공원 주변을 애매한 포즈로 헤매던 십대 여성 이반' 들이 할법한 쓰레기 짓을 했다면 놀라지 않았겠지요.
그런데 다른 종류의 쓰레기가 되었으니까 요.
애초에 그는 비-한국남성 식의 쓰레기였을 수도 있습니다.
필리핀 식의 쓰레기였을 수도, 프랑스 식의 쓰레기였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건 제 글과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
2019.03.15 21:43
2019.03.15 21:49
사실 여지껏 리벤지 포르노니, 화장실 몰카니...그동안 얼마나 시끄러웠던가 생각해 보면 터질게 터진거라고 봅니다. 그래도 저 푸른 청춘에 저렇다는게, 기가 막히긴 합니다.
2019.03.15 22:00
2019.03.15 22:25
'어쩌다 흑화되어버린 비련의 젊은이. 사악한 세상'의 스토리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이 사건을 몇몇 사악한 개인의 일탈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남성사회 전체의 문제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 하에 쓰긴 했지만, 그 관점은 '개인은 별 잘못 없어, 사회와 구조 탓!' 이런 생각과 아주 다릅니다. (... 그런 류의 생각은 무척 싫어합니다. 설령 '어쩌다 흑화'한다 해도 거기에는 분명 본인의 선택과 책임이 따르죠.)
2019.03.15 22:14
2019.03.15 22:29
쓰레기가 하는 쓰레기적 행동의 양태는 그 사회의 문화를 따라가는 거죠.
쓰레기가 다른 나라에 있었다면, 그 나라 식의 쓰레기 짓을 했겠지요.
그리고 지금 정준형은 한국st 쓰레기 짓을 한 것입니다.
'여성을 취하게 하여 강간 - 불법촬영 - 단톡방 공유'라는 특유한 성격의 성범죄는
불법촬영의 공유와 소비에 죄의식 없는 한국남성사회의 문화와 정확히 만나고 있으니까요.
또한 여성의 육체를 주고받으며 남자들 사이의 유대를 독독히 하고 접대도 하고 사업도 불리는 그 방식이
과연 일부 극소수 악마같은 '쓰레기'만의 일인가요?
2019.03.15 22:52
2019.03.15 23:05
다른 나라에는 전혀 일어나지 않아야만 한국 문화와 연결지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예를 들어 한국의 살인 사건을 볼 때, 가족 살해 비율이 기이할 정도로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를 한국 특유의 가족문화와 연결해서 설명할 때, 그에 대해서 '다른 나라에도 가족간에 살인 사건이 있잖아요. 가족 간 살인으로 검색하면 온갖 나라가 줄줄이 뜹니다. 왜 한국 가족문화에 방점을 찍나요??' 라고 반문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불법촬영물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양'과 그를 인터넷과 SNS, 카톡 등 전파력이 강한 온라인 공간에서 소비되는 '방식'과 그 공유를 남자들 간의 우정이든 관계의 돈독함을 위한 행위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를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작년에 가디언지에서 한국의 불법촬영물 범죄에 대한 기사를 내었는데, 다른 국가들의 사례들을 가져오진 않더군요.
2019.03.15 23:36
2019.03.15 23:43
아마 본인도 아시면서 의도적으로 삭제하신 것 같은데, 지금 이 사건들의 초점은 '불법촬영'(속칭 몰카)의 공유입니다.
2019.03.15 23:58
2019.03.16 00:09
지금 이글에서도 hexnut님은 약물강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제가 쓴 글에서도 처음부터 중심소재로 끌고 간 것은 불법촬영, 다지털 성폭력, 단톡방에서 오가는 폭력적인 대화였습니다. 그리고 이 단톡방 사건의 핵심 역시 불법촬영입니다. 그 단톡방에서 공유된 피해자들이 모두 약물강간의 피해자인 것은 아닙니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 하더라도 불법촬영은 그 자체로 범죄이고요. (이 말이 약물강간의 위험성을 간과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2019.03.15 22:27
음 뭐 중간의 트윗내용들에 공감하는 바입니다만, 결론이 좀 이상하네요.
그의 데뷔전 행적을 아는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본바는 양아치가 방송타고 포장 잘되었네.. 그 수준입니다.
2019.03.15 22:31
저 역시 "물론 모르죠. 변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때 내 눈에 비친 가상의 이미지가 그런 것 뿐이었을지도. " 라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데뷔 적 행적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결국 모를 이야기인 거죠.
저는 다만 제가 보았던 짧은 영상들에서 받은 인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트윗 내용에 공감했기 떄문에 신기한 기분이 든 것입니다. 성장 과정 상 어릴 떄부터 디씨와 일베 식 또래문화를 접하긴 쉽지 않았을텐데, 저 트윗에서 말하는 정확히 그나이 또래 남자무리의 특성을 보인다는 것에서요.
2019.03.15 23:17
불과 7년 동안의 타락으로 보기엔 저분의 죄악이 너무 커보여요. 인생 전체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결과물 같습니다.
2019.03.15 23:21
명예 갓양남인 줄 알았는데 한남들이랑 놀다가 7년만에 한남이 되어버렸구나... 라고 요약하면 좀 과할까요.
2019.03.15 23:32
에이. 갓양남이 세상에 어디있겠어요. '양'과 '남'이 들어가는 순간 '갓'이 될 수 없습니다 :)
2019.03.15 23:24
2019.03.15 23:30
기본 문해력이 부족한데 무리하게 위트 있는 말을 하려고 하면, 보는 사람이 안타까워집니다...... 그냥 하실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2019.03.15 23:40
2019.03.15 23:44
제가 쓴 글이 아니라 본인이 읽고 싶은 가상의 글을 읽고 비꼬려고 노력하면, 그건 정말 애처로워집니다... 차라리 저랑 싸우세요. 왜 환상을 상대로 싸우시나요.
2019.03.15 23:52
“왜 제 본심을 몰라주세요? 글의 의도는 덧붙인 글에 있답니다.”
2019.03.16 00:10
친절하게 떠먹여 드렸으니, 토닥토닥, 어서 주무세요.
2019.03.16 00:29
한마디 더 했다간 덧3이 붙을까봐 겁나서라도 자야겠네요.
2019.03.15 23:45
재미있는 분석이네요. 웃고 갑니다.
2019.03.16 09:05
2019.03.16 21:38
2019.03.17 00:09
이런 문제에는 한결 같아야죠.
2019.03.16 00:15
범죄자에게 사연과 서사를 부여하고 그를 '그렇게 만든' 배후의 '문화', '구조' 등을 덧붙이는 건, 아무리 명시적 비난을 담고 있다하더라도 변호의 일종으로 읽힙니다. 범죄자는 죄를 저지른 죄인일 뿐, 불필요한 분석으로 보여요.
2019.03.16 00:21
그를 '그렇게 만든' 배후의 '문화'와 '구조'를 덧붙이기 위해 어떤 사연과 서사가 부여되었지요? 2010년대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사연과 서사? 그것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준영에게만 특별하게 부여된 사연과 서사가 아니지요. 그러하기에, 변호가 아니며, 변호가 될 수도 없습니다.
또한, 모든 범죄를 온전히 한 범죄자의 인격의 문제로만 해석하는 것은, 그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19.03.16 00:32
님이 위에 쓰신 글이 전부 사연과 서사로 이루어져 있어요. 정준영에게만 부여된 서사로요. 한 범죄자의 인격문제 만으로 해석하자는 게 아니라 구태여 그의 죄를 철저히 물어야 하는 상황에서 구구절절히 첨부할 필요가 없다는 거에요. 그렇게 따지면 그를 그렇게 만든 문화적 배경 한두개쯤 안 가진 범죄자가 누가 있나요? 더욱이 한 사람의 죄를 엄중히 따지는 게 왜 다른 구성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되나요? 이해가 전혀 안 되는 논리군요.
2019.03.16 01:07
다른 나라들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연과 서사가, 그의 범죄를 변호하는 어떠한 기능을 하나요? 오히려 겨울벌레님이 말씀하신, 그를 '그렇게 만든' 배후의 '문화'와 구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기능을 하지 않습니까. 저는 그가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여기 한국에서 나고자란 또래 남성들과 비슷한 의식구조 하에 한국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죄를 엄중히 따지는 게 다른 구성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된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누군가의 범죄를 철저히 엄중히 묻는 것'과 '(그 범죄를 가능하게 한 구조와 문화의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한 범죄를 온전히 개인의 인격 문제로만 해석하는 것'은 이 둘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성폭력은 성폭력 범죄자 개인의 죄이지만, 동시에, 그리고 그 이전에 그 사회의 성을 둘러싼 인식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병폐들이, 범죄의 모습으로 터져나오는 거죠.
대학이나 직장에서 성폭력이나 성희롱 사건이 터졌을 때 그것을 단지 그 가해자들 개인의 인성문제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그런 성폭력적인 발화를 가능케 하는 문화의 문제로 생각하기에, 가해자의 ㅇ 엄중한 징계와 별개로, 전사교육도 하고 학내 성희롱 예방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하는 것 아닙니까.
네, 저는 이번 사건들이, 다른 종류의 디지털 성폭력들과 마찬가지로, 가해자 개인의 범죄이면서 동시에 한국남성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점을 간과한다면 실질적인 '해결'의 길은 어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반복해서 말하지만, 죄의식없이 디지털성폭력을 행하고 불법촬영물의 공유하고 소비하는 문화가 이 범죄를 가능케 했다는 관점은 실제 행위자인 범죄자의 죄를 경감하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2019.03.16 09:35
뭔가 곡해를 하신 것 같은데...
제말은 한국 남성들의 왜곡된 성 관념에 대해 분석하고 분개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사실 악이 발효하고 퍼질 온상이 없다면 정준영같은 나쁜 놈이 활개치고 다니지 못했겠죠.
이건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어서 그렇게까지 복잡한 분석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정준영이 저지는 명확하고도 정확한 죄목을 '설명'하고 '이해할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핑계로 사용되는 걸 경계하는 거에요.
님의 글이 바로 그렇게 읽힌다는 거고요. 지금 시급한 건 죄인을 인간화(humanizing)하는 게 아니거든요. 아직 수사 중이고, 범인은 언제는 자신의 범죄를 축소하고 은폐할 가능성을 갖고 있어요.
대중은 정준영을 비롯한 그 주위의 무리들이 혹시나 조금이라도 그런 식으로 대중을 기만하고 권력을 이용하지 않을까 두눈 크게 뜨고 '예민하게' 감시해야 하고요.
'사회의 병폐들이 범죄의 모습으로 터져 나온다'는 건 새삼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거고요... 정준영이 팔에 무슨 문신을 했는가...까지 얘기하는 건 TMI라는 거에요. 그게 바로 서사를 부여하는 거에요.
님은 댓글로 '구조적 악이 개인적 차원 징후로 드러나는 방식'의 상관관계에 대해 식상하고도 초보적인 논쟁을 유도하는 것같은데 저는 님이 저 위에 길게 쓴 본글에서 사용한 '수사학적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겁니다.
2019.03.17 10:52
개개인의 문제와 사회적 구조적 문제는 상충하는 것이 아닌데, 진님의 글은 정준영이라는 가해자를 무결하고 순수한 존재가 한국이라는 사회에 오면서 물들었다는 식으로 개인의 인격적 결함과 그것이 아주 평범하다는 것을 좀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 같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한국에 오고 난 후를 굳이 구분해놓은 본문이 딱 그러합니다.
2019.03.16 00:32
죄는 죄로보면 되는거지 뭘 그렇게 탓을 하는지 참.
개인적으로는 그냥 죄지은 만큼 벌받는 걸 보고 싶을 뿐입니다.
2019.03.16 09:06
2019.03.16 04:41
2019.03.16 09:07
2019.03.16 21:40
2019.03.17 00:10
이제는 고구마를 삶아먹을 차례인가...맛있겠네요. 얌얌
2019.03.16 05:58
2019.03.16 09:10
2019.03.16 07:01
이상으로 최후변론을 마치겠습니다.
2019.03.16 09:12
2019.03.16 10:1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빵 터졌슴돠...
2019.03.16 08:41
2019.03.16 08:51
2019.03.16 10:24
드라마에서 악역을 연기한 배우를 진짜로 알고 물건도 안팔고 등짝을 때렸다는 시장 할머니들은 귀엽지만 이건 당췌....
도대체 외국 남자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얼마나 알고 보고 판단하셨다고 한국 한국 하시는지 원....외국 갈 것도 없이 미드만 봐도 저 비슷한 쓰레기짓이 넘치는데.
2019.03.17 00:13
최소한 그 동네는 검경이 유착해서 성범죄를 저지르지는 않겠죠. 물론 미국이나 유럽같은 서구권 얘깁니다.
2019.03.16 10:46
한국 남자 대신 전라도 남자로 썼으면 일베 많이 받을 이야기네요
2019.03.17 00:15
이런 얘기에서 은근히 지역감정 부추기지는 맙시다. 진짜 쓰레기 같군요.
2019.03.16 11:13
무슨 또래 한국 문화에 물들어요. 원래 저런놈이죠. 유학시절부터 아주 악한 인간이었다는데.
2019.03.16 11:16
2019.03.16 11:21
2019.03.16 15:02
이 글의 문제는 글의 핵심인 "80년대 후반 90년대 초"에 태어난 한국남자의 특성에 관한 주장이 단지 인상비평에 불과하다는 것이에요.
그게 저 세대 남성의 문제인지, 남성 전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저 세대 전체의 문제인지도 애매하죠.
2019.03.17 09:10
그럴싸한 인상비평이 개인적인 경험과 합치될 때 큰 통찰을 얻은 듣한 기분이 들 수 있죠. 개인적으로는 경계해야할 기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03.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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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7 10:50
한국의 강간문화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나 사회만을 주범으로 놓고 인간 자체를 어떤 수동적 존재로 보는 것은 그리 온당하지 않은 해석 같아요. 승리나 다른 가해자들 역시 그런 식으로 강간문화에 길들여진 남자들이라고 프레이밍 할 수 있게 될테니까요.
나이주의가 안보였다거나 여타 한국남자들과는 구별되는 지점이 보였다, 이런 것들이 정준영이라는 개인의 성폭력적 성향을 사회적 영향으로만 돌리는 인상이 강합니다.
2019.03.17 11:40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생 남자들이란 되게 극악 무도한 무리네요
조심해야겠어요
2019.03.17 21:48
사실 Rape Culture나 Revenge Porn이나 다 미국에서 나온 말이고, 정도가 다를 뿐 똑같이 제기되었던 이슈죠. 다만 미국에선 우리보다 훨씬 이런 문제들이 지나갔고, 최소한 리버럴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대도시나 대학가 등)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정준영은 원래 그런 사람이지만, 미국에서 쭉 살았으면 못했을 범죄행위들을 한국에 넘어오면서 아주 즐겁고 쉽게 할 수 있었다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어떤 개인의 잘못이 생겨난 원인을 사회에서 찾는 것이, 그 개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절대 아니죠. 오히려 그런 개인이 더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고 봅니다. 물론 정준영 같은 사람은 아주 특수한 케이스로 이렇게 끔찍한 짓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이를 예방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신다면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