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내내 느꼈던 아련함과 그리움은 일단 뒷켠으로 잠시 밀어두고, 그 내내 느꼈던 답답함과 울화통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해요.


(바로 본론)
다 필요 없고, 아니 이제훈은 뭡니까?
혼자 순진한 척, 상처 받은 척은 다 하고, 뭐요? (죄송합니다 한 번만 쓸게요) 썅년? 아니 누가 누구더러요? 수지 입장에서는 어이가 하늘을 뚫고 날아갈 얘기 아닌가요?
전 솔직히 수지가 그렇게 순진한 애는 아니라는 사실이, 적당히 속물적이라는 사실이 정말 다행으로 느껴졌어요.
만약 수지도 순진무구 캐릭이었다면 아마 이제훈은 천하의 나쁜놈이 되었을 거에요. 뭐 그랬담 이야기도 그렇게 흐르진 않았겠지만.
솔직히 이제훈이 한 게 뭐 있습니까?
처음 말 건 것도 수지가, 숙제 같이 하자는 것도 수지, 만나면 반갑게 맞는 것도 수지, 빈집에서 추억을 만든 것도 수지, 전람회를 알려준 것도 수지, 방송에 이야기 내보낸 것도 수지,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것도 수지, 마지막 날 내내 연락한 것도 수지, 건물 앞으로 찾아간 것도 수지, 첫눈 오는 날 하루 종일 기다린 것도 수지, 15년 만이라지만 다시 찾아온 것도, 그래도 원망 한 마디 안 하고 그냥 다 들어주는 것도 수지.
납뜩이 캐릭터는 정말 대한민국 평균 남자들 술자리 연애 조언자 친구더군요.
아, 이제훈이 꺼져달라고 했을 때 속에서 터지던 그 울화통이라니.

감정 이입 제대로 했죠, 이렇게나 열불이 터졌던 걸 보면.
첫눈이고, (전람회는 아니지만) 공유하는 음악이고, 그 열불 터지는 상황이고, 결국 내 상처는 상처도 아니게 되는 결말이고, 다 너무나 공감이 돼서 보는 내내 저릿했어요.
오랜만에 생각난 이름 석 자. 연락처를 알았더라면 당장이고 전화해 "야, 나도 할말 많아!!" 라고 소리쳤을 거에요.
정말 다행이죠. 완벽한 남남이라는 게.

그래도 보는 내내 저릿저릿, 울기도 울었고, 웃기도 무지 웃었고, 끝나고 흐르는 기억의 습작을 속으로 따라부르며 끝까지 앉아있었네요.
첫눈 오는 날 같이 걷고 싶은 사람은 시간이 흐르고 또 나타났고, 앞으로도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날 테지만, 그래도 그때랑은 조금 달라졌죠.
지금의 저는 그때만큼 참을성 있지도, 그때만큼 마냥 너그럽지도 않으니까요.
그래도 그때가 좋았죠.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로 그렇게 끝나게는 안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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