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25 00:10
김대우 감독의 전작들인 음란서생과 방자전을 재미있게 본 저로서는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먼저 본 사람들의 평들이 너무 좋지 않아서 기대반두려움반 영화를 보았는데
그 결과는...........
초반세팅이 굉장히 좋은 영화입니다.
일단 남주인 송승헌은 월남전 참전후 PTSD를 앓고 있지만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그런 걸 내색했다가는
일차적으로는 남자의 숫성이 무너지고 이차적으로 출세에 지장이 있죠
그러니 제대로 된 치료는 꿈도 못 꾸고 (1969년한국에 정신과치료라는 개념이나 제대로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거기다 도처에 스트레스유발인자들은 널려 있죠
일단 부부관계도 시원치 않고, 야전에서만 있다가 행정업무를 맡으니 일에 전념도 못 하고
유일한 스트레스해소제인 술은 제대로 먹지도 못 하고, 그러니 줄창 담배만 피워댈 수 밖에요
여주인 임지연은 일단 화교라는 외부인신분에, 전쟁고아-어린시절강간 트라우마에
냉혈한생모에 인자한 것 같지만 거미같은 양모, 출세의 도구로만 자신을 생각하는 남편이라는 환경에 놓여져 있죠
그 외 조연급들은 단순하면서 효과적으로 설정되어서 다들 반짝반짝거립니다
거기에 1969년 당시의 군대관사는 가장 고급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서양음악을 듣고, 서양음식을 먹고, 서양옷을 입을 수 있는 곳이죠
'이런 두 남녀가 그런 군대관사에서 만나 불륜을 저지른다'
잘 만져보면 뭔가 물건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드는 세팅입니다.
-이하 중간과정 생략-
영화를 본 사람들이 주로 말하는 느닷없는 - 어이없는 파국 부분은
사실은 초반에 세팅해 놓은 것에서 기초한 아주 합리적인 장면입니다.
물론 저도 이 부분을 감상하며 눈을 감았다-떴다 하면서 보기는 했지만
정신적 분열상태에 있는 송승헌이 결국 먹지 말라는 술을 먹고 출세의 정점인 순간에서 파국을 맞이하죠
그 이유는 일차적으로 자신의 장애 때문이지만 이차적으로는 임지연이라는 인물이 그렇게 태어나고 자라났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정서적인 장애때문이기도 하죠
그런데 어찌 이처럼 합리적이고 아귀가 맞는 파국이면서 살짝 예술적인 성취를 노려볼 수도 있는 이 장면이
왜 이렇게 어이없어 보일까요?
거기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것은 (저에게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제일 먼저 당연히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것이 나올텐데.......
송승헌이나 임지연이 못 해내는 만큼이나 그 두 사람이 보여주는 것들이 영화에서는 중요합니다
두 번째
이 영화가 성취하려고 한 목표였던 [화양연화+색계] 의 세계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이것도 해답이라고 보기에는 미지근합니다.
두 영화를 다 참고한 흔적은 보이지만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죠
세 번째
두 인물들에게 들어가지 않았다
좀 더 할말이 많아지죠.........
송승헌이 담배만 피워대지 말고(아마도 배우가 설정한 것이겠죠........대사없이 리액션으로만 버티기는 힘들어서)
불안한 상태의 변화를 를 좀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면........
임지연이 도발만 하지 말고 순응하는 모습도 잘 살려 보여주면.........
하지만 이 영화속에 그런 것들이 없을까요?
김대우는 그정도로 센스가 없는 작가가 아닙니다.
송승헌이 꽃다발을 담아넣기 위해서 애쓰는 장면이나, 라이타를 지갑에 넣어버리는 장면같은 건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장면이 아닌가요?
생모에게는 그렇게 틱틱거리던 임지연이 양모에게는 순한양이 되어버리는 설정이 갖는 도발과 순응의 센스는
후진가요?
네 번째
이제 멜로영화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김대우감독을 위한 변명처럼 되어버린 글이지만
전작들에 비해 많이 아쉬운 작품입니다.
다행이 흥행은 어느정도 할 것 같으니 다음 영화를 또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대우 감독정도가 아니면 이런 종류의 영화를 한국에서 만들 사람이 없어요!!!!
솔직히 그게 아쉬워서 그럽니다
단적으로 문승욱감독 조재현-김지수 주연 '로망스' 같은 영화와 이 영화를 비교해 보세요
[기타]
그래도 송승헌이 조그만 더 무표정에서 간지만 내줬다면.....
임지연이 그 몸매 만큼이나 대사처리에 신경좀 써 줬다면.......
2014.05.25 00:33
2014.05.25 02:39
이 영화 관련해서 처음으로 공감되는 글이 올라왔네요. 사실 전, 처음 보는 여배우의 재앙에 가까운 대사처리만 아니었다면 그닥 나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전이 배경이라는 점 외에는 아무런 사전정보없이(심지어 감독조차도 김대우인 줄 모르고) 봐서 더 그랬을수도 있지만요. 좋은 설정이고 좋은 소재인데 왜 좀 더 좋게 뽑아내지 못했을까 많이 아쉬웠습니다. 마약중독이 아닌 사랑중독으로 파멸할 거였다면 마약보다도 더 강하게 나갔어야 하지 않았을지. 기다리는 정말 마음에 드는 시대물은 언제쯤에나 보게 될런지.. 욕하고 싶진 않고 여러모로 아쉽기만 한 작품이었습니다.
2014.05.25 11:01
김대우 감독의 장기는 코메디라고 생각해 왔거든요. 멜로 부분은 항상 신파적이고 힘 들어간 느낌.
그래서 색계랑 비교하는 말 나올 때 김대우 감독이 색계를 찍는다니 마이클 베이의 히치콕 리메이크 소식 들었을 때 기분이;;;
2014.05.25 14:39
이 글만 읽어서는 되게 재밌어 보이는데도 별로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