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2 02:22
- 34년 묵은 옛날 드라마이고 어차피 구해서 보실 분들도 별로 없을 것인 데다가 스포일러가 그리 중요한 드라마도 아니라... ㅋㅋ 시즌 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시즌 2는 걍 시즌 1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내용들입니다. 뭐 별 거 없죠. 그냥 케빈의 중학교 생활, 그리고 친구와 가족들 이야기에요.
이번 시즌에서 케빈은
미모의 지성적인 교사를 짝사랑하다가 얼떨결에 연극에서 케네디 대통령 역할을 맡아 연설도 하구요.
위니가 학교 최고 인기남과 커플이 되자 홧김에 자기에게 관심 있는 여자애한테 사귀자 그랬다가... 나중에 상황을 파악한 그 학생에게
복수도 당합니다. 에피소드 제목이 무려 'Nemesis' 네요.
복수의 내용인 즉 잠깐 사귀는 동안 케빈이 자기 웃기려고 친구들 험담한 내용을 당사자들에게 죄다 일러바치기... 라는 무시무시한 거였죠. ㅋㅋㅋㅋ
어쩌다 학급 대표가 되어 참석한 학생 회의에서 쏘쿨한 참교사!! 를 만나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수업 거부 시위를 기획하기도 하고.
(여기서 압권은 시위 당일날 저 쏘쿨 참교사님이 몸이 안 좋다고 뻥치고 결근해버리는 반전이었죠. ㅋㅋㅋㅋ)
24시간 내내 자신을 괴롭히는 형에게 빡쳐서 엄청 심한 말을 쏟아 붇고는 형도 결국 자신감 없고 맘 약한 청소년일 뿐이라는 걸 깨닫기도 하구요.
(저게 그 전설의 햄스터 빨아들이기 장면입니다. ㅋㅋㅋ)
수업 땡땡이 치고 히피 놀이 하러 다니는 누나와 얽히는 이야기나
엄마의 도자기 수업 문제로 부모님이 냉전 벌이는 에피소드 등을 통해 가족들에 대해서도 조금 더 성숙한 시선을 갖게 되고 그러죠.
그리고 그러다가 결론은 언제나...
어여쁜 이웃집 소녀와 러브라인을 세우는 거구요. ㅋㅋㅋ
보면 분명히 주된 이야기는 60년대 미쿡 사람들 생활상 + 사춘기 청소년이 철들어가는 이야기... 입니다만.
거기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활용되는 게 바로 옆집 소녀 위니 쿠퍼와의 러브 스토리입니다. 이게 이 드라마의 메인은 아니에요. 하지만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죠.
약간 응답하라 시리즈 생각도 나더라구요. 다만 그 시리즈와의 결정적인 차이가,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돌이켜보는 나레이터의 태도나 뉘앙스를 보면 결국 위니와는 잘 되지 않았을 거다... 라는 게 유추 가능하다는 거. 말하자면 폴과는 성인이 된 후에도 함께 잘 어울리고 지낸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예 성인이 된 둘이 1:1 농구를 하는 장면도 실루엣으로 나와요. 하지만 위니에 대해선 유독 그런 언급이 하나도 없고, 그래서 둘이 결국 헤어지겠구나 싶고, 그래서 좀 더 애틋한 느낌이 들고 그러네요.
그리고 가끔씩 단편적으로 툭 튀어나와서 한 회 안에 흘러가는 학교의 '아웃사이더' 학생들 얘기가 참 슬픕니다.
어쩌다 잠시 친하게 지내게 된 흡연 & 음주 & 외박 날라리 학생과 어쩌다 동굴(?)에 놀러가는 이야기, 학교에서 악명 높은 왕따 여학생과 스퀘어 댄스를 추게 된 이야기 같은 게 기억에 남아요. 처음엔 되게 불량하거나 이상한 아이로 묘사한 후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이해하게 되지만 언제나 마지막은 좋지 않아요. 왜냐면 이 드라마에서 케빈은 '아주 평범한 소년'으로 설정이 되어 있기 때문이죠. 별다른 악의 없이 선량한 맘으로도 남들에게 상처 주고 잔인하게 대할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소년이요.
(케빈의 '평범함'의 희생자 중 한 분)
근데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더 맘에 듭니다.
나이 먹고 나서 다시 보니 케빈이 참 찌질한 짓을 많이 해요.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 혼자 생각만 하면서 이기적으로 행동해 놓고 핑계도 구질구질 많이 대구요.
어려서 볼 땐 순진무구하게 주인공 입장에 몰입을 하며 보느라 몰랐는데, 케빈 이 놈 참 별로일 때가 많더라구요. ㅋㅋㅋ
근데 그게 어디까지나 '평범하게 선량한 중딩 남자애'가 저지를만한 일의 범주를 넘어가진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그런 행동에 대한 응분의 대가는 그 에피소드에서 꼭 치르구요.
결과적으로 바르고 건전하며 훈훈한 가족 & 청소년 드라마인 동시에 상당히 현실적인 느낌이 있어요.
케빈이 잠시 불타오르던 피아노 교습을 때려 치우고 피아노를 포기하게 되는 이야기나
위니, 폴과의 추억이 서린 동네 작은 숲이 쇼핑몰 공사로 사라지게 되는 에피소드 같은 걸 봐도
가볍고 코믹하게 이야기가 흘러가다가도 어느 순간 '쿵' 하고 냉정하게 결론이 나 버리거든요.
이런 식으로 대책 없이 말랑말랑한 것도 아니면서 쓸 데 없이 시니컬 하지도 않고. 뭔가 요즘 제 취향에 딱 맞는 톤이네요.
암튼 그래서 시즌 2까지도 재밌게 잘 봤습니다.
이제 시즌 3으로!!
+ 이전 글에서 적었듯이 저 '복수의 여신' 베키 슬레이터 역할을 맡은 배우가 위니 역할 배우의 친동생인데요. 근황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하버드 로스쿨 졸업해서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자매가 둘 다 능력자이면서 참 학구적이네요. ㄷㄷㄷ
++ 보신 분들은 대부분 기억하시겠지만 폴은 유태인이죠. 주고 받는 대화들로 자주 암시가 되고 아예 유태인 문화 관련 에피소드도 하나 있어요. 그리고 전 이제서야 알았는데 위니는 아일랜드쪽 집안이네요. 그래서 케빈이 엄마에게 '그럼 나는 뭐에요?'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엄마 아빠 다 '그냥 미국 사람'이지만 외할머니는 유럽쪽 어디 살다 오신 분이고 외할아버지도 그 동네 어딘가 출신 분이시며 아버지의 친척은 어쩌고... 하면서 상당히 인터내셔널한 (ㅋㅋ) 혈통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뭐 이렇게 복잡한 것이 오히려 그냥 평범한 미국인이다. 뭐 이런 메시지로 들리더군요.
+++ 근데 폴 말이죠. 그 거대한 뿔테 안경과 너드삘 낭낭한 캐릭터 때문에 예전엔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지금 보니 멀쩡하게 잘 생긴 애였네요. =ㅅ=
++++ 이 드라마 덕에 알게 돼서 지금까지 좋아하는 노래 영상이나 하나 올리며 마무리합니다.
2021.02.02 03:05
2021.02.02 11:12
2021.02.02 10:02
위니가 헐벗은 줄 알았습니다..나는 썩었어..
2021.02.02 11:46
ㅋㅋㅋ 제 핸드폰이 구려서 화면이 늘상 어두운 편인데 폰으로 보니 좀 그래 보이긴 합니다만. 설마 온가족 드라마에 그런 장면이 나왔겠습니까!!!
2021.02.02 10:09
본문 읽다 보니 에피들이 드문드문 기억이 납니다. 특히 '아웃사이더'들, 굉장히 뚱뚱하고 너무 맘이 좋아서 애들 놀림거리가 되는 동급생이 하나 있지 않았나요? 심지어 졸업 앨범에까지 걔를 비하하는 메모장을 애들이 만들었던 것 같은데, 놀랍게도 캐빈도 그 '왕따 놀이'에 가담하죠. '…별다른 악의 없이 선량한 맘으로도 남들에게 상처 주고 잔인하게 대할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소년이요…' 캐빈이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아이들의 만행에 가담하고 또 아이답게 양심의 가책으로 끙끙 앓는 거 보며 참…서늘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 순진무구한 애도 집단의 무서움을 안다는 건지, 아니면 단지 착한척하는 못된 애였던 건지 순간 헷갈렸던 기억도 나는데 말씀하신대로 그냥 '평범한 소년'이었던 거죠. 동감입니다. 그래서 저도 이 드라마가 각별히 기억에 남았어요. 마냥 동심을 미화하는게 아니라서요.
2021.02.02 11:53
저 왕따 학생 따돌리는 에피소드에서 그런 장면이 나와요. 어쩌다 대화를 나눠보고 괜찮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집까지 찾아가게 됐는데, 집 현관 앞에서 모든 학교 친구들이 몰려와서 자길 놀리고 심지어 헬기가 출동(...)해서 생중계를 하는 환상을 보고 도망쳐버리거든요. 그리고 에피소드 마지막에 나레이터가 이런 말을 합니다. '사실 7학년에 내 모습이란 다른 아이들이 날 어떻게 보는가에 달려 있었던 것이다... 우습게도 그 시절 눈에 띄던 아이들의 이름은 지금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아이의 이름은 잊지 못한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이 시절을 이미 지나보낸 어른들을 위한 드라마니까 가능했던 태도 같아요. 애들용 드라마로 만들었다면 결국 그런 친구들과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되는 건전한 마무리였을 텐데. ㅋㅋ 저도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더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2021.02.02 13:22
2021.02.02 13:23
2021.02.02 14:37
2021.02.02 15:11
한 번도 못 봤는데도 연재 글을 읽으며 없던 추억이 생기고 있습니다.
2021.02.03 10:24
2021.02.03 08:26
저 그 에피소드 기억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일부러 여학생에게 들이댔다가 무시무시한 복수를 당하는...ㅎㅎ
정말 재밌게 보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 중에 하나입니다 (왜?)
또하나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어머니가 어떤 남자랑 영화보고 들어오는 이야기에요. 늘 집안일 때문에 바쁘고 누군가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살아야 했던 엄마가 모처럼 본인을 위한 시간을 내서 데이트(?) 비스무리하게 영화를 보고 들어와서는 기분이 계속 좋아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내용이었습니다. 케빈이랑 케빈 아빠가 그걸 신기하게 바라보던 얼굴이 기억나네요.
2021.02.03 10:27
-30년 가까이 된 기억같은데 설명만 듣고도 문득 생각나는 에피소드들이 있네요. ㅎ 신기한 일입니다.
-폴 역할하던 배우도 변호사로 꽤 성공했던데요. 베키 역할 배우도 그랬군요. 법조인의 산실이었어요..이 드라마.. 그러고보니 더 그라인더라는 시트콤에서 새비지 배우도 변호사역할이었는데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