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잠 잠

2021.04.06 12:44

어디로갈까 조회 수:739

보통 밤 9시 경에 잠들고 새벽 2~3시에 기상합니다. 오늘도 그시간쯤 일어났는데, 노트북 켜고 삼십분 정도 인터넷 휘휘 둘러보던 중, 다시 졸음이 다급하게 밀려와서 침대에 쓰러졌어요.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창밖은 캄캄한 어둠이고 디지털 시계는 5:30분이라는 숫자를 띄우고 있더군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죠. 
' 잠에 취해서 내가 오늘 출근을 안했구나~'
근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직 새벽이었어요. 그러니까 겨우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난 거였습니다. 오늘 반드시 현장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몸 상태가 안 좋은 비몽사몽 상태에서도 출근해서 급한 불은 껐습니다.  - -

카프카는 잠에 대한 고통을 많이 호소한 작가입니다. 그는 이런 점을 글쓰기 작업의 무한한 원천으로 삼으며 '잠 없는 꿈'의 상태를 많이 기록했어요. 그가 적시한 기묘한 상태는 가수면과 가각성이 공존하는 것인데,  두 상태 모두 사실상 상태의 기만에 지나지 않음을 의식하는 것입니다.  
'꿈과 깨어나기' 라고 벤야민이 표현한 이 상태들의 의식 꼬기는 "아케이드 천정의 유리를 통해 점성술의 별을 바라보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모던의 도시에서 아스라한 마법성의 세계를 하나의 '시차'로 취급한 것이죠. 화해할 수 없는, 중첩될 수 없는 '시차.' <변신>이나 <소송> <성> 등 느닷없는 비현실성의 리얼리즘은 모두 그런 산물일 것입니다. 카프카는 분명히 강조했습니다. "이건 꿈이 아니다."

꿈 속에서 꿈임을 아는 것이 쉽게 이루어지면 자각몽이 문득 덧없어지기도 합니다. 어려운 시간과 나쁜 과정이 본래의 귀중한 가치를 돋보이게 하거든요. "이건 꿈이 아니야" 라는 카프카의 리얼리즘은 자각몽의 괄호치기에 다름아닌데, 독자들은 이 비현실적 압도성을 현실로 받아들입니다. 그럼 그 압도적인 비현실성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가 저의 오랜 의문 중 하나이고요. 

아무튼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반나절만에 퇴근합니다. 운전할 자신이 없어서 콜택시를 불렀습니다. 뭐 제게 관심있는 분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이 게시판에 더이상 제 낙서가 안 올라오면 백퍼 건강문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딱히 구체적인 신체의 어느 곳이 아니라 체력이 너무 약해졌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뻘덧: 그래도 내일 투표소엔 갈 거에요. 칸 외에 꾹 도장 찍으므로써 사표 만들고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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