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7 04:17
여동생이 착취+월급 미지급(대부분의 수당을 장기간 떼어먹힘)하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때문에
20여년만에 희망퇴직을 했어요. 그것도 중소기업도 아니고,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명색이 "정규직"인데
받는 돈이나 대우가 계약직인 저만도 못했으니까 동생은 그 오랜 세월 열정을 다해서 일하고도 허망한 상황이었어요.
자신의 직장에 대해서나 일에 대해서나 열정도 가득하고 자부심도 크고 실적도 좋았는데 말이에요.
대학교때부터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서 올해 희망퇴직하기 전까지는 휴직 기간이 전혀 없어서
집에만 있는 동생이 상상이 안갈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가슴에 멍울이 잡혀서 병원에 갔는데 종양이 너무 커서 한 7~8 cm
수술로 제거하고 조직검사를 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첫번째 수술이 3월 초에 있었는데 수술 자체는 순조롭게 끝났는데
조직검사 결과 "경계성 종양"이라고 말그대로 암에 근접했으나 암 몇 기라고 나오는 것은 아니고
초기암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는 할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주변 조직들을 제거함으로써
전이를 미연에 방지하자고 해서 이번 주에 또 수술을 받고 주변 조직들을 제거했어요.
동생은 통증이나 이상은 없다고 하고, 드레싱하고 실밥빼고, 초음파로 다시 경과를 계속 볼거라고 하네요.
아버지가 전립선암 초기라서 2014년에 수술을 받으셨는데 예후가 좋았고 아버지 역시
항암치료는 전혀 받지 않고 제거만 했는데, 그 때와는 다르네요.
딱히 이 수술 이후에 치료를 받는게 아니라 경과를 보는 것이고,
동생은 잘 먹고 잘 쉬고 스트레스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어요.
문제는 동생네 냉장고가 텅텅 비어있고, 동생 남편(제부)는 정말 간단히 먹는 사람이고,,,,,
엄마가 바리바리 온갖 보양용 반찬들을 만들어서 동생네 집 1주일치 식량을 어제 채워주셨습니다.
- 시집 식구들이 "너 직장 그만두면 어떻게 하니? 빨리 다른데 알아보고 일하렴"이라고 계속
압박을 줘서 동생은 치를 떨고 있네요. 맞벌이하는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동생 사정은 들어보지도 않고
니가 돈을 안벌면 안되잖아,라고 하는게 처음부터 꽤 인정받는(외적으로는) 직장에 다니고 전세도
동생 덕에 얻어서 결혼한 건대, 정말 돈만 보고 있었구나 싶어서 동생 시집이 무난하다고 생각했던거 취소,
어느 정도 조건을 봤겠지 싶은거랑 마음도 몸도 엉망이 된 아이한테 "빨리 나가서 돈벌어라"라고 성화를 하는 시집이라니
이제는 동생은 연을 끊다시피 안보겠다 했어요. 동생 성격에 그래도 시집이라고 꽤나 많이 참고 시집 일에 기꺼이
나서고, 왕래했는데, "차라리 잘됐다, 나 암이니까 일못한다"고 말하고 그 사람들이랑 연락도 안할거다", 했다더군요.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화가 났고 배신감까지 느껴지더군요. 동생이 시집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나 노력들이
다 쓸데없는 짓이었네, 생계 걱정이 되더라도 사람을 "돈버는 도구"취급하는 인간들이었다 싶어서 정나미 떨어져요.
남녀가 공동으로 일해야 하는 시대고 여자라고 집에서 남편 덕(???)보는 게 당연한 시절이 아닌건 알아요.
저도 동생이 새로운 직장에서 인정받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병이 날 지경으로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인데 1년을 놀았던 것도 아니고 ~~~아 성질나서 더이상 말 못하겠네요.
제부는 화가 난 동생 곁에서 평소에 늘 하던 게임도 못하고 눈치보는 중인가 봅니다.
제부와의 관계는 아직까지 원만하고 갈등이 거의 없어서 다행이다 싶지만 ..... 이하 생략하고 싶군요.
동생의 건강 상태가 불안불안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게 뭐있을까 싶어요.
5월에는 엄마랑 같이 창경궁에 가자 했는데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게 답답하기도 한거 같아요.
그래도 시간나면 가서 이야기라도 들어주는게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인데 말이에요.
동생이 먹고 싶은게 있으면 뭐든 다 사주고 싶어요. 괜찮은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상품권이라도
보내주고 싶네요. 엄마가 늘 이렇게 음식을 다 만들고 꽤 거리도 있는 동생네 집에 늘 갈 수는 없으니까요.
동생이 배달음식이나 안주류에 익숙하여, 식사다운 식사를 오랫동안 안했기도 했어요.
만들자면 찌개나 간단한 반찬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동생인데 말이에요.
항암치료까지 받을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니 그래도 다행이다 싶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고 너무 속상해요.
2021.03.27 08:52
2021.03.27 20:06
시집이라는게 일년에 몇 번을 가든 그래도 꽤나 신경을 쓰게되는 존재라는걸 알게 되었어요.
같이 붙어살지 않아도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더군요. 아이도 제부가 강력하게 원하지 않아서
안가진 것인데 만날 때마다 애없다고 스트레스주는건 그나마 외아들이니까 정말 짜증나지만 이해해줄 수도 있었는데
이번 사건에 오만정떨어짐.
동생이 더이상 시집때문에 열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것에 신경쓰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죠.
스트레스에 치여서 직장을 그만둔건대, 차라리 직장 스트레스가 낫겠지 싶을 정도군요.
2021.03.27 09:59
2021.03.27 20:12
암선고 받기 전이긴 했어요. 암이라는데 그렇게 말했으면 저 그 집으로 달려가서~~~~@@@@&*XXXDXX
동생이 회사 그만두겠다고 말한 후로 몇 달동안 계속 성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준거죠. 어이가 없어서
제 동생 정말 소처럼 일했습니다. 그리고 시집에서 단 한푼도 정말 받은 것도 없고, 받은게 있건없건,~~~~
시집이 이래서 시월드의 공포라는 뼈저리게 느꼈네요.
엄마가 평소에 사위라면 정말 저보다 더 아끼셨어요. 반찬이라도 하나라도 더 사위 위해서 만들어서 주시던 분인데
이 이야기를 한참 들은 이후로는 이제는 사위 입으로 들어가는 고기도 아깝게 느껴지시는거 같네요.
안타까워요. 제부랑 참 지금까지 잘 지냈는데 말이에요. 정말 우리 가족이 한 명 더 생긴 것처럼 명절에 만나도 편안하고
대화도 잘통하고(비슷한 또래기도 하고) 제부 자체만 보면 괜찮은 사람인데 말이에요.
이야기가 나오는거라는걸 실감했죠.
2021.03.27 10:24
동생분 완쾌되시길 바랍니다. 심각한 상태가 아니시라니 다행입니다.
2021.03.27 20:13
저도 그래도 이렇게 초기에 발견해서 계속 경과를 보는게 오히려 유방암으로 더 진행이 되서
심각한 상태에서 알게 된 것보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안도하고 있어요.
더 건강에 신경을 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2021.03.27 11:35
동생분 사정을 들으면서 몇 일전 트윗에서 본 헛소리가 생각났습니다.
여성이 경제적 지위 향상에 이르는 과정을 ‘유리천장 부수기’로 지칭하면서 그로 인해 파생되는 ‘유리바닥이 무너진다’는 궤변을 늘어 놓더군요. 여성 일자리의 파이는 한정되어 있고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하면 결국 뒤처지고 추락하는건 여성들이 발생할거다....는 주장이었죠.
신자유주의가 전지구적으로 팽배하면서 중산층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기존의 삶의 질을 유지하려는 반작용으로 여성이 노동시장으로 강제편입된은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 언제적 일인데 이런 궤변을 늘어 놓는가? 정말 한남새끼들의 무식의 깊이는 놀랍고도 끔찍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어젯밤 측근과 ‘박나래 죽이기’에 광분하여 날 뛰는 한남새끼들에 관하여 육두문자 투성이의 성토를 나눈 다음날 아침에 이 글을 읽으니 참....
2021.03.27 20:15
그게, 막상 출산율이 낮아서 어쩌구 하는데 임신, 출산 과정부터 직장에서 죄인 취급 당하는 분위기가 여전한 곳이 꽤 되더군요.
동생은 남녀차별보다는 합병한 기업의 형편없는 운영과 배째라 정신에 질린거지만요. 저도 동생이 다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언제든 다시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동생의 능력과 열정이 아깝거든요.
2021.03.27 14:16
제부께서 나서서 ㅈㄹ 하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잘은 모르지만 제부가 갈등 회피하는 유형이신듯. 여동생 분은 완벽주의적인 성향이고요. 이제라도 더 확실히 선 그으신다니 다행입니다. 제부의 (침묵이 아니라) 확실한 지지와 서포트가 따라야겠지만요.
2021.03.27 20:17
제부는 아이문제에는 적극적으로 화를 냈는데, 이번 일은 밍밍하게 눈치만 본거 같아요. 여동생은 일에 대해서는 완벽주의자이지만
사실 저보다 마음도 여리고 정도 많은 아이입니다. 겉보기에는 꽤 당차보이지만 제 눈에는 아직도 안쓰럽고 어려보이고,
제 동생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겠죠.
2021.03.29 13:44
20년을 일했는데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은 못할 망정 일하라고 압박하는 시가라니 듣는 저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산호초님 마음은 어떠실지...
일단 마음이 편해야 합니다. 스트레스 조금이라도 받고 잘 챙겨먹지 못하면 절대로 안 돼요. 유방암 같은 경우 만약 5년 내에 재발하게 되면 사망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최근에 친한 친구가 유방암으로 절제를 하고 항암 치료 중인데, 여자분들이 암에 걸릴 경우 보통 엄마나 아내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래서 정말 철저히 본인 위주로 생활하는 게 필요하고, 그게 불가능하면 이혼을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해요. 이혼이 문제입니까. 일단 살고 봐야죠.
경계성 종양일 경우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만약 암으로 진단 받고 보험이 가입되어 있으시다면 절대로 남편이나 시가에 알리지 말 것을 권합니다. 친구는 진단 보험금으로 삼천만원이 나왔는데 평소 게으르기 짝이 없던 남편이 그 소식에는 바로 본인이 뛰어가서 받아왔다고, 환멸스러웠다고 하더라고요. 열불 터지니 절대로 이야기하지 말고 혼자 쓰고 싶은 데 쓰라고 하세요.
무엇보다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므로 산호초님 같은 형제자매가 의지가 되어주셔야 합니다. 화 나는 일이 많으시겠지만 굳건히 옆을 지켜주세요. 암이 요새 워낙 많고 걸렸다고 다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경과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 동생 같으면 시가와는 당분간 완전히 거리를 두고 남편에게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병의 심각성을 주지시키라고 하겠어요.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막말로 아이도 없는데 갈라서는 것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회사와 시가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아요. 20년 일했으면 앞으로 일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이것저것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쉬라고, 쉬고 난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잘 이야기해 주세요. 산호초님도 힘내시고요.
2021.03.29 13:49
쓰다 보니 흥분하여 까먹었는데 생협 같은 곳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 사서 보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좋은 걸 먹으면 빨리 낫겠죠.
전화도 자주 해서 이야기 들어주시고, 환자들이 만든 인터넷 카페나 환우회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동병상련이니까요... 특히 유방암 같은 여성암은 연대감이 높더라고요.
모쪼록 빨리 쾌유하시길 빕니다.
저는 관계는 서로 성격과 성향이 맞아야 된다고 보고, 서서히 깊어져가는 거지 처음부터 친한 척 오바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맞지도 않는 시가나 처가와 왜 잘 지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맞는지 안맞는지는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아는 거고 배우자 부모랑 안맞아도 아무 상관 없다고 봐요.
부부가 결혼한거지 배우자 부모 보고 결혼한거 아니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 가족들과 친해져야 하고 그러려면 안부전화 자주 하고 자주 찾아뵙고 잘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가까워지고 편해지면 선 넘기 쉬워지고 그런 관계에서 좋은 점은 별로 없는거 같네요. 뭐하러 굳이??
아픈 며느리보고 돈돈 하는 시부모가 안 그런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바뀌었을 것 같진 않고, 원래 그런 사람들이었을 텐데요.
애초에 뭐하러 배우자 부모나 자식의 배우자에게 기대를 하고 배신감을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배우자 부모는 그냥 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남처럼 지냈으면 저렇게 선 넘는 소리는 못했을 텐데요.
뭐 시간 지나면서 정이 쌓이고 친하게 지내고 좋아질 수도 있죠.
친해진다면 그냥 그 사람이랑 맞아서 그런거지 '도리' 같은 건 다 쓸모 없는 소리고 오히려 많은 트러블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생분 걱정 많이 되시겠어요. 시집 압박은 코웃음으로 무시해 버리시고 쾌차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