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잡담...

2021.03.26 03:11

여은성 조회 수:340


 1.가끔씩 쓰곤 했죠. 건대나 홍대에 가면 진작 이런 곳에서 놀걸...앞으로는 쓸데없는 술집에 다니지 말고 이런 밝고 활기찬 곳에 다녀야겠다...라고 후회한다고 말이죠.



 2.하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도 사라졌어요. 이제는 어디서 노느냐가 중요하지도 않아졌으니까요. 홍대든 신논현이든 청담이든요. 왜냐면 이젠 놀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무언가...괜찮은 걸 하나 만들며 살고 싶으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노는 걸 딱 끊고 일만 하는 건 아니예요. 다만 식사에 비유하면, 이제는 노는 것이 일하고 난 뒤의 입가심 같은 거죠. 메인 요리를 먹은 뒤 디저트를 한 조각 먹는 것처럼, 놀이 활동은 일하는 것보다는 우선되어선 안되는거예요. 그야 아직은 디저트를 좀 많이 먹는 것 같지만...이것도 이제 줄여나가야죠.   



 3.전에 썼듯이 나는 그래요. 옛날에는 하룻밤에 백만원씩만 매일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이 얘기를 29에게 하니 '너는 하루에 백만원씩 쉽게 쓸 수 있게 되면 하룻밤에 천만원 쓸 수 있는 곳 찾아다닐 놈이야.'라는 대답을 들었어요. 그 때는 '무슨 소리야. 하루에 백만원만 쓰면 충분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데 뭐하러 천만원을 써'라고 대답했지만...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29의 말이 맞았어요. 


 왜냐면 사람이 그렇거든요. 나이가 먹는다고 해서 돈이 저절로 늘어나는 게 아닌데 자의식은 더 갖기 싫어도 나이먹은 만큼 불어나니까요.



 4.휴.



 5.하지만 상식적으로...하룻밤에 천만원 쓰는 건 불가능해요. 아니 그야 어쩌다 한두 번 그러는 건 가능하죠. 하지만 하룻밤에 천만원씩 쓰는 걸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건 진짜 미칠듯한 부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거죠. 


 왜냐면 그렇거든요. 어쩌다 한번씩 하룻밤에 천만원 써봐야 뒤에서 비웃음거리만 될 뿐이예요. 저 녀석 돈도 없으면서 무리한다고 말이죠. 하룻밤에 천만원 쓸 거면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그걸 일상적으로 써줘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사람은 자기 사이즈에 맞게 사는 게 좋아요. 어쩌다가 한 번씩 엄청난 지출을 해봐야 그건 다 짐으로 돌아올 뿐이거든요. 아무리 퍽퍽 지르고 싶은 날도 그냥 평소처럼 노는 게 좋아요.



 6.하지만 문제는 이거예요. 자기 사이즈에 맞게 살 거면 굳이 돈쓰면서 살 필요없이, 그냥 무언가를 만들면 되거든요. 내가 만들 수 있는 무언가...나만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며 살아가는 것도 똑같은 삶이니까요.


 게다가 사이즈를 불리는 것의 한계도 있고요. 양현석은 하룻밤에 1억 쓰고 린사모는 1억짜리 테이블 2개 붙여서 하룻밤에 2억 쓴다는데...어차피 내가 뭔 수를 써도 그정도 플렉스를 할 체급은 안될 테고요. 


 사실 하룻밤에 1억 쓰는 건 자기 돈으론 불가능하긴 해요. 양현석 정도의 부자라도 그런 돈은 자기 소유의 회사 경비로 처리하는 거지 자신의 쌩돈을 가져다 박진 않으니까요. 자기 돈으로 하루 1억씩 쓰려면 그보다 더한 부자여야 하겠죠.



 7.그래서 요즘 썼듯이...이젠 술집을 가도 싼 술을 먹죠. 싼 술이라고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술이니까 다음날 머리아플 정도의 싸구려는 아니긴 하고요.


 그야 아직은 열심히 사는 버릇이 안 들어서, 일도 안하고 놀러가기도 해요. 그럴 때는 매우 가시방석같죠. 역시 일을 충분히 하고 나서 놀러 가야 놀아도 보람이 있는 거니까요. 그래야 앉아있는 자리가 가시방석 같지도 않고요.


 

 8.에휴...어쨌든 열심히 살아야죠. 사실 노는 것도 열심히 놀아야 하는데 그건 잘 안돼요. 매일매일 다르게 제트스키도 타고 등산도 가고 볼링도 치고 방탈출게임도 하고...이러면서 놀아야 다채롭고 재미있는 거거든요. 


 한데 나는 노는 것은 늘 고정되어 있어서 말이죠. 내가 노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 매번 비슷한 장소에 가서 매번 똑같은 짓을 하기 때문에 마치 복붙한 영상 같을 거예요. '저렇게 맨날 똑같은 걸 하면 정말 재미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요.


 어쨌든 그래요. 아무리 노는 게 좋아도...놀러가는 건 식사를 한 다음에 디저트 한 조각 먹듯이 해야죠. 일하는 건 식사처럼 하고 노는 건 디저트 약간 먹듯이. 노는 걸로 가득 찬 인생은 디저트만 잔뜩 먹어서 채워진 배와 같은 거거든요. 제대로 된 식사로 배를 채우고 디저트 비율은 줄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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