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1 13:17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10121421791609
한국을 유사 신분제 사회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죠.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내 위인지, 아래인지, 동등한지 서열을 정하지 않으면 말을 시작할 수도 없어요.
한국에서는 존중의 의미로 존댓말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나이, 직급, 경력, 선후배 관계 등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서열에 따라
일방존대 또는 일방하대를 하고, 동갑 친구, 가족 등 극히 제한적인 관계에서만 서로 반말을 사용하죠.
나이가 어리다고, 직급이 낮다고 왜 일방적으로 낮춰보는 말을 들어야 하나요. 예의란 상호 존중에서 나오는 건데 말이죠.
말과 사고는 서로 영향을 줘요. 사고가 말에 스며들고 말은 사고를 강화하죠.
이런 불평등한 언어체계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은 절대로 민주적인 사회가 될 수 없어요.
어쨌거나 장강명은 모든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기로 했나봐요. 그런데 존댓말을 하면 말이 쓸데없이 복잡하고 길어지는 문제가 있어요.
존댓말은 문법적으로도 복잡하고 어휘 자체가 바뀌어 버리니까요. 또 다시 관계(서열)에 따라 밥이 아니라 식사라는 단어를 써야 할지 진지라는 말을 써야할지 헷갈리죠.
우리말의 반말은 평어가 아니라 낮춤말에 가까우니 존댓말을 없애고 반말만 쓰는 것에 심리적인 저항을 가질 사람들이 많을 것 같긴 하네요. 반말 썼다가 칼부림 나고 살인도 나는 사회니까요.
2021.03.11 13:21
2021.03.11 13:28
초면에는 존댓말을 하면 간단하죠. 문제는 조금 알게 되고 나서는 서로 존대하지 않게 된다는 거예요. '말 편하게 하세요' ,'말 편하게 해도 되지?' 이런 말이 왜 나올까요. 한국식으로 '아랫사람(이 단어부터 사라져야 해요)'에게 계속 존대하는 사람은 아주 유별난 (부정적인 의미로) 사람 취급을 받죠.
2021.03.11 13:34
내가 을 위치에 있을때는 상대가 말을 편하게 하자고 하면 거절할 수 없고, 거꾸로 내가 갑일때 존대를 하면 을 입장에서는 우리랑 거리를 두는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2021.03.11 13:24
저는 6살 차이나는 아는동생과 친구로 지내면서, 반말과 존대가 섞여져 대화해도 괜찮더군요. 반말의 문제는 명령어인 거 같기도 해요.
2021.03.11 13:36
몇 살까지 차이날 때 반말을 해도 될지 사회적인 합의가 없어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일단 존대하는 편이 안전하고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면 그냥 불편해서 안만나게 되죠.
직장이나 학교에서 선후배끼리 몇 살 차이도 안나는데 식당에 가면 선배는 밥을 사줘야 하고 후배들은 물을 떠오거나 숟가락이라도 놔야하는 게 한국적인 예의예요. 말이 먼저인지 문화가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한살만 차이나도 꼬박 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관습이 영향을 안준다고는 말 못하겠죠.
2021.03.11 14:15
정말 공감가는 내용이네요. 이런 인식이 좀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2021.03.11 14:30
결국 해결책은 서로 존대하든가 서로 반말하든가 둘 중 하나인데, 친소 관계와 격식의 유무가 아닌 서열에 따라 존댓말/반말이 결정되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특성상 어느 한쪽이 사어가 되지 않으면 달라지는 건 없다고 봅니다. 저는 간결하고 의미 전달에 중점을 두는 반말이 남는 편이 낫다고 보구요.
혁명.. 아니 운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몇백년이 지나도 안바뀔 것 같아요.
2021.03.11 14:33
이해되지만, 과하다고 생각도 됩니다.
반말과 존대말이 현대적 시점에서 잘 변화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옛날, 고어도 없어지고, (정통)사극에서만 듣는다고 생각해요.
반말, 존대말,,, 이 정도 수준으로 고착되지 않았나,,,, 더 세분화 되는 것은 못느껴요, 있다고 하더라도 일상의 표현은 아닐테니까요.
극존칭은 농으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2021.03.11 14:46
다른 나라에도 경어나 격식어는 있어요. 다만 친소 관계와 장소의 격식 유무에 따라 어떤 말을 쓸지 구분하죠.
바로 옆나라 중국과 일본만 봐도 우리와 완전히 달라요. 일본은 비즈니스에서 사용하는 경어는 엄청나게 복잡하지만 그 외의 관계에서는 친하면(별로 안친해도) 스무살 많아도 반말해도 돼요. ~상 ~짱이라고 이름도 편하게 부르죠.
우리나라의 경우는 존댓말 반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서열이고, 비대칭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불평등성이 문제가 되는 거죠. 한쪽은 직급이 더 높고, 선배이고, 나이가 많다고 일방적으로 반말을 하고 다른 한쪽은 높임말을 해야 하는게 문제라는 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2021.03.11 14:46
관련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재미를 위해 올려봅니다.
2021.03.11 14:51
이 언어는 존댓말을 쓰는 사람에게만 복잡한 규칙을 강요한다. ‘커피 나오셨습니다’라는 표현이 잘못이라고 한다. 사람을 높여야지 왜 사물을 높이냐고. 그러면서 밥, 집, 나이를 진지, 댁, 연세로 높인다. 대화 중에 다른 사람 얘기가 나오면, 존댓말을 쓰는 사람은 상대와 제3자 중에 누가 더 높은지도 얼른 따져야 한다.
제가 올린 링크에서 긁어왔어요. 저런 문법 파괴를 꼭 몰라서 쓰는 게 아니죠. 이상한 말을 써서 웃음거리가 되는 게 과도한 높임말을 쓰지 않아서 욕먹는 것보다 나으니까 선택한 짠한 결과죠.
2021.03.11 15:43
'…고객이 반말을 하는 순간 콜센터 상담사들이 바로 전화를 끊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 의견에 절대 동감입니다.
그리고 그 밖의 사안에 대해서는 확실히 사람들이 사회 상규의 서열문제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얼마전에 제가 속한 동아리 모임에서도 이 얘기가 나왔거든요. 회원 중 75년생 회원 하나가 74와 73년생들에게 반말하고 친구로 지내고 있는데, (이게 무려 30년이 다 되가는 일인데)여기에 대해 불만인 친구가 문득 얘기를 꺼내더란 말입니다. 저 역시 그 일이 탐탁치 않았던 터라 그 친구에게 맞장구를 쳤고요. 뭐, 심각한 일은 아니니까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끝나고 말았는데(그 문제의 75년생 회원이 없을 때마다 이 얘기가 나오는 것 같더군요) 아마도 우리들 모두 관뚜껑 덮히기 전까지 이 얘기가 계속 나오겠구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2021.03.11 16:34
한국의 서열문화, 존댓말과 반말, 불편한 호칭이 사람들을 쓸데없는 걸로 신경 곤두세우고 살게 만들죠.
2021.03.11 16:10
언어의 다양성을 해치는 것보다 사람들을 교육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막상 정해놓으면 별로 어려운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사적이고 친한사이에만 반말을 사용하고 직장이나 공식적관계에서는 존대 사용하면 될 것 같아요. 장강명씨가 칼럼을 쓰던 시절보다는 실제로 많이 고쳐진것 같고요. 반말하는 상사나 연장자 캐릭터를 밈화해서 조리돌림 일이년정도만 하면 금세 고쳐질것도 같은데요. 꼰대 밈 뒤에 꼰대들이 라떼 밈이 뒤에 라떼애호가분들이 (나름은) 자기검열 하게 된 것처럼요. 물론 '요새 이러면 꼰대라며'빌런 같은 신종이 등장하기도 합니다만 그런건 또 그때가서 ㅎㅎ
2021.03.11 16:30
듀게에서 싸웠고 싸운 사람들의 일화를 생각하면 존댓말이 아니라, 상대를 깔보는 태도의 문제같기도 하네요. 그게 반말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2021.03.11 16:41
다양성이라는 말로 미화하기엔 해악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공식적 관계와 사적 관계라는 구분도 애매한 면이 있죠. 나는 분명히 공적인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불쑥 거리를 좁혀온다든가.. 이 때 상대방이 선배라거나 직장 상사라면 그러지 말라고 요구할 수가 없죠. 사회 생활 해보면 분위기 알잖아요.
권력을 가진 사람이 먼저 아랫사람(이 말 정말 싫은데 한국 현실에서 안 쓸 수가 없네요)에게 존댓말을 쓰면 되는데, 그게 될까요? 저는 고쳐진 거 하나도 모르겠어요. 이제야 서비스업 근로자에 대한 예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정도죠. 이건 그동안 얼마나 사람을 직업 따위로 멸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고, 여전히 갑질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죠.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도 나이 몇 살만 차이나면 존댓말하고 형이라고 부르고 후배에게는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하죠. 왜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나이가 열살 스무살 차이난다 해도 왜 한쪽만 존댓말을 해야 하는건지 납득이 안됩니다.
2021.03.11 16:47
네 그러니까 조리돌림만이.... 단번에 해결될 문제는 분명아니지요. 문화적인 것이니까요. 저는 아무리생각해봐도 언어는 별 죄가 없고 사람과 문화가 원인인것 같습니다. 언어를 아무리 고쳐봐야 그 안에서 또다른 하대와 계급구분 방법이 나올거예요.
+저같은 경우 업무관계에 있는 모든 분들은 상호존대를 하십니다. 갑을이나 직위고하에 관계없이요. 설사 친한 사이라도 업무시간내엔 존대를 해요.
2021.03.11 16:54
언어 자체는 죄가 없죠. 불평등한 언어를 골라서 사용하고 그걸 중시하고 강화하며 계속 가르치고 이어나가는 사람들에게 죄가 있죠. 우리말이 처음부터 이랬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말이 의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영향을 준다고 봐요.
한국 사람들이 모두 다 서열 나누기를 좋아해서 사람들 만나면 호구 조사를 할까요? 나는 아니라도 상대방은 그럴 수 있으니까 미리 파악해 두려는 거죠. 공손하지 못한 사람이 될까봐.
2021.03.11 16:15
근데 사실... 친해진 후에 존댓말로 서로 갈구며 노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 굳이 말 낮추고 싶어하는 사람들 이해가 안 갑니다. ㅋㅋㅋ
전 직장에서 첫 해부터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양반들이랑 지금도 늘 서로 깍듯하게 존대하는데요. 물론 야멸차게 서로 갈구며... 하하;
2021.03.11 16:58
내가 이해가 안가고 불편하더라도 그러지 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죠.
2021.03.11 16:35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름+씨로 부르는 것부터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이재용씨, 부탁하신 결재 서류입니다." "구광모씨,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사적인 호칭도 웬만하면 이제 이름부르는 문화로 바꾸어야 이 복잡한 실타래가 풀릴것 같기도 하고요. 언니 오빠 누나 형 같은 단어는 친족관계에만 쓰도록 남겨두었어면 좋겠어요. "오빠가~" "형이~"하는 오빠/형쟁이들 진짜 극혐입니다.
+특히 애인을 오빠로 부르는 거 좀 문제있는거 아닌가요. 인세스트 롤플레잉도 아니고.
2021.03.11 17:06
맞아요. 그냥 이름 부르면 되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뻑하면 위아래를 따지는데 대부분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이해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위 아래가 어딨냐고요.
2021.03.11 17:11
대기업 최대주주를 그렇게 부르는 곳도 있긴 하죠. 발전한 곳은...
2021.03.11 17:18
제가 있는 스웨덴에선 호칭없이 이름을 부릅니다. 그러니까 스타판 교수님이 아니라 스타판. 제가 처음 스웨덴 왔을 때 그때 선생님을 그냥 안데쉬라고 부르는 게 너무 이상하고 힘들어서 정말로 안데쉬라고만 부르는 겁니까 물었던 기억이 나는 군요. 그분은 질문의 의미를 정말 몰라서 (당연히 몰랐죠) 그럼 날 뭘로 부르고 싶은데? 라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어 보시던게 기억나는 군요.
그리고 몇년 지나자 제가 똑같은 행동을 합니다. 한국 학생들이 교수님 선생님 부르면 나 너희 선생님 아닌데 이러면서 굉장히 힘들어 합니다. 아주 몇년전에 한 교환학생이 저를 언니라고 다른 친구들한테 소개하는 것도 저는 참 이상했어요. 제가 바로 언니아니에요, 아는 사람이에요, 우리 나라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 이름 부르는 거 안해서 이래요 라고 곧장 설명했습니다.
다들 좀 유럽은 스웨덴 같다라고 생각하시는 듯 한데 좀 특이한 나라입니다. 다른 유럽에서 적어도 대학은 서열이 여기에서 보다는 더 사람과의 관계에 큰 역활을 하는 거 같다군요.
2021.03.11 17:26
너무 좋은 칼럼이네요.
2021.03.12 13:13
전 요새 직장에서 상하관계 없이 친해지면 다 반말조로 말하는 직원 때문에 혼자 생경함을 겪고 있는데, 이것도 지역색인 것 같아요. 특정 지역 출신이신 분들이 유독 그렇더군요. 가깝다 생각하면 상사한테도 말이 짧아지는 거. 연하거나 아랫사람이면 반말이 당연하고요. 그나마 좀 직급이 많이 높은 사람에게는 몸을 사리는 걸 봐서는 만인평등은 아닌 것 같지만요. 직장에서 OO야! 너 이거 했어?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에 너무 깜짝 놀랐는데,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그러려니 하는지 전혀 이상해하거나 거북해하는 것 같지 않아요. 저만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말을 틀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면 선배든 후배든 연장자든 뭐든 존대를 쓰면 되는데, 왜 굳이 상대 나이를 가늠해보려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