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돈의 한계)

2021.03.07 18:23

여은성 조회 수:410


 1.요즘 느끼는 건 이거예요. 돈이 많아져봤자 B클래스에서 사는 사람은 B클래스에서 풍족하게 사는 걸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C클래스에서 사는 사람은 B클래스 가고 싶어하고 B클래스에서 사는 사람은 A클래스로 가고 싶어해요. A클래스에서 사는 사람은 가진 모든 걸 걸어서 S클래스로 가보고 싶어하고요. 


 A클래스에서 산다고 해도, A클래스 '치고는' 풍족한 인생을 사는 것보다 S클래스로 가려고 허리띠 졸라메고 사는 게 더 행복한 거니까요. 돈이 많이 생겨도 돈을 쓸 생각에 기쁜 게 아니라 이 돈을 써서 한 클래스 위로 갈 생각에 고민부터 하게 되는 거예요.



 2.이런 소회를 말하자 곱슬에게 이런 말을 들었어요. 본인도 30억이 생겨봐야 강남에 아파트 하나 사고 나면 끝이라고 말이죠. 그래요. 30억이 있어봤자 지금 인생을 유지하면서 행복한 거지, 지금 인생이 업그레이드가 되는 게 아니니까요.


 물론 곱슬의 케이스는 다를 수도 있겠죠. 곱슬과의 인연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그는 그 사이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마포나 용산이나 강남 같은 곳에 꼭 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3.사실 여기서 30억이 뿅 생겨도 인생이 아주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데 30억이 갑자기 뿅 생길 일은 없거든요. 30억을 본인 힘으로 아주 잘 만들다고 쳐도 10년에 걸쳐 30억이 생기는 거지 한순간에 30억의 레버리지를 땡기는 일은 힘들다는거죠. 1년에 3억씩 번다고 쳐도요.



 4.휴.



 5.하지만 방구석에서 1년에 3억씩 번다고 쳐도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결국 그 돈을 써야 해요. 이건 어쩔 수 없죠. 완전히 혼자서 돈을 버는 사람이 만나는 사람들의 질과 양을 늘리려면 돈을 쓰는 것 말곤 아무런 선택지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뭘 만들거나 강연을 하거나 하는 걸로 1억에 3억도 아니고 1억 정도만 번다면? 그 정도만 되어도 그 사람은 돈을 쓰면서 자신을 홍보할 필요가 없어요. 자신이 하는 일, 그리고 활동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홍보가 되는 거니까요. 자기의 일만 잘 해도 충분히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고, 외로움을 겪을 필요가 없는 거죠. 자기 일 잘하면서 적당히 잘 버는 사람이, 방구석에서 1년에 3억 버는 사람보다 풍요롭다는 거예요.


 여기까지에서 말하고 싶은 건, 그렇게 벌기 힘든 30억이라고 해도 30억이 인생을 업그레이드 시켜주지를 않는다는 거죠. 그러니까 돈만 쫓으며 사는 건 당장 몇백억 단위 이상으로 벌 자신이 없으면 하지 말아야 한단 거예요. 



 6.한데 몇백억이 있든 말든 돈이 많아서 생기는 문제,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생기는 문제는 늘 있죠. 돈을 써서 자신을 홍보하는 것의 문제점은...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단 이거예요. 비싼 것을 몸에 두르거나 하는 걸로는 인기를 사기 힘들다는 거죠. 돈이란 건 '과시'가 아니라 '셰어'하는 형태로 써야만 인심을 얻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계속 쏴야 하는 거예요.


 문제는 홍보비 자체를 많이 책정해야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거죠. 고깃집에서 삼겹살 쏘는 사람보다는 클럽에서 돔페리뇽세트 쏘는 사람에게 더 다양한 사람이 붙으니까요.


 이건 일반계도 화류계도 똑같죠. 하룻밤에 50만원 쓰고 가는 사람과 하룻밤에 100만원 쓰고 가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100만원 쓰는 사람을 챙기니까요. 그리고 똑같이 하룻밤에 100만원 써도 일주일에 세번씩 오는 사람과 일주일에 한번만 오는 사람이 있으면 일주일에 세번 오는 사람을 챙기는 거고요.



 7.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홍보비를 많이 쓸수록 또다시 인간관계의 질과 양이 좁혀진다는 거죠. 이런 말이 있죠. '돈 보고 오는 사람들은 거기서 거기다.'라는 말이예요. 돈을 보고 만나는 사람은 애초에 딱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놈들이다...라는 속담이겠죠.


 하지만 내가 느낀 건 돈 보고 오는 사람들이 못났거나 이상한 게 아니라, 어쩌다 그런 관계로 얽혀 버리면 괜찮은 사람인데도 관계가 이상해진다는 거예요. 상대하는 사람이 사람 자체가 원래부터 이상한 사람인 게 아니라, 분명 상대는 괜찮은 사람인데도 관계가 비정상적이 된다는 거죠. 평소에는 정상적으로 문제집 만드는 회사 다니는 사람,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사람조차도 그런 거미줄에 얽혀 버리면 이상하게 되어 버리는 거예요.



 8.이 말이 잘 이해안간다면, 돈이라면 환장한다는 사람에게 한번 밥을 얻어먹어보면 알 수 있어요. 무언가의 보답으로 밥을 사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 계산도 없이 밥을 사는 거 말이죠. 


 그렇게 하면 아무리 돈이라면 환장한다는 사람이라도 다른 면을 볼 수가 있거든요. 돈에 미쳤다고 소문난 사람이 누군가에게 돈을 얻어내려고 하던 모든 행동들을 할 필요가 없게 되는 상황이니까요. 자신이 아무 계산 없이 무언가를 상대에게 사주는 상황에서는 그 사람의 또다른 일면을 볼 수가 있게 되죠.



 9.그래서 요즘은 거의 얻어먹고 다녀요. 사람들이 내게 돈을 받을 때가 아니라 돈을 쓸 때 보여주는 일면이 더욱 재밌거든요. 전에 썼듯이 술집을 가도 아주 싼 술만 먹고요. 


 요즘 느끼는 건 싼 술을 먹었을 때, 손님으로서 받는 친절을 제대로 만끽할 수가 있다는 거예요. 왜냐면 10배 비싼 술을 시켜봤자 그곳에서의 대접이 10배 친절해지는 게 아니거든요. 보통 위스키를 시키든 10배 비싼 위스키를 시키든 바텐더가 손님을 대하는 친절함은 사실 비슷해요. 아니 오히려 싼 술을 시켰을 때가 더 친절한 것 같기도 해요.


 왜냐면 술집에서 비싼 술을 시키는 것의 문제점은 이거거든요. 평범한 위스키의 10배 비싼 위스키를 시키는 순간 사장이나 바텐더는 이런 생각을 한단 말이예요. '이 녀석을 잡아야 한다. 반드시 다음에도 또 오게 만들어야만 한다.'라는 생각이요. 싼 술을 시켜먹으면 바텐더나 사장이나 그냥 평범한 손님을 상대로 지금 이 순간을 하하호호 재밌게 보내고 하루 일과 끝...이라는 생각으로 임하지만 비싼 술을 시키는 순간 '단골 만들기'작업에 들어가 버리니까요.   



 10.물론 위에 쓴 것들은 다 알고 있던 거긴 해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역이용하고 있었던 것들이죠. 하지만 요즘 얻어먹고 다니고, 싼 술을 시켜서 한잔 하다보니...돈을 많이 쓰는 건 꼭 좋은 게 아니라 상대의 행동을 매우 폭 좁게 좁혀버리는 일이라는 거예요. 아무리 다양한 면모나 폭 넓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상대에게 돈을 많이 쓴다는 건 상대의 행동의 폭을 고정해버리고, 매우 뻔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인 거죠. 


 그래서 돈을 많이 쓰는 건 귀찮은사람을 상대로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귀찮게 구는 사람들은 뻔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려야 편하니까요. 좋고 괜찮은 사람을 상대로는 돈을 적게 쓰거나 얻어먹는 게 가장 즐겁게 지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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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에 주말에 번개를 해보겠다고 썼는데...결국 토, 일요일 둘다 못했네요. 다음주에 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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