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선화

2021.01.23 21:12

daviddain 조회 수:644



소피아 코폴라의 <매혹당한 사람들>을 케이블에서 재미있게 보고 돈 시겔이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주연으로 한  1971년 원작은 보지 않았는데 시겔 원작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평을 봤어요. 어떤 평에서는 파웰의 이 영화를 언급하더군요. 호기심이 동해서 그리고 숙제 해치우듯 봤어요.

식민지에 선교하러 떠난 수녀들이 그 곳에 압도되어 실패한다는 점에서 <지옥의 묵시록>의 조상격은 될 것 같아요.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서도 이상주의자를 시험하려는 인물이 나오듯 여기서는 딘이란 인물이 그 역을 담당합니다. 게다가 이 사람의 성적 매력은 여기서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코폴라 영화에서 콜린 패럴의 섹슈얼리티가 중요했던 것처럼요.
데보라 카는 늘 데보라 카답지만 카를 연적으로 생각해 질투심과 망상에 쩌는 캐슬린 바이런의 연기는 정말 쩝니다. 카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보이드의 표정은 정말,그 둘의 장면은 불꽃이 튑니다. 데보라 카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 하지만 그녀 역시 딘의 매력에 흔들리고 속세에서의 옛 사랑을 떠올리게 됩니다. <검은 수선화>란 제목은 극중 나오는 향수 이름이더군요.수녀들이 계몽하려는 외국인 왕자가 런던에서 사 왔다는 향수인데 수녀들은 허영심이라고 비웃지만 그 향기에 매료됩니다. 정원을 담당한 수녀는 채소가 아닌 관상용 꽃만 심고 맙니다. 결말은 고딕 호러같기도 합니다.코폴라 영화는 여성 공동체가 와해되지는 않아요.카는 실패하고 떠나기는 하는데 그게 패배같지는 않아요. 이기적인 나쁜 남자인 딘도 뭔가 좀 깨닫는 듯 하고요. 그의 말대로라면 모든 것을 exaggerate하는 분위기가 계속 감돌았습니다.종탑 장면은 <현기증>도 생각났어요.

켄 러셀의 <악령들>이 올해 개봉된 지 딱 50년입니다. 47년에 만든 <검은 수선화>의 카와 달리 곱사등이 수녀로 나오는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자신의 질투와 성적 욕망을 집단 환상 장면에서 육체를 뒤틀리며 드러냅니다. 게다가 수도원에서 벌어진 일은 루이13세와 리슐리외의 루덩을 얻으려는 정치적 계략에 이용되어 그랑디에가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이 사건의 전모를 다룬 게 헉슬리의 원작이었어요.

<검은 수선화>는 지금 보면 세트장 티가 나는데 색감,조명,화면의 아름다움은 여전합니다.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찍었다고 하고 원주민 소녀로 흑발의 진 시몬즈가 나와서 깜놀했지요. 이 영화 만들고 파월이 찍은 <분홍신>은 제가 dvd로 접한 것 중 최고의 시청각적 경험이었습니다. 파웰의 69년 작 age of consent는 헬렌 미렌의 데뷔작이예요.



몇 주 동안 본 영화  중 피터 그리너웨이의 <요리사,도둑 그리고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정부>를 재미있게 봤어요. 의상은 고티에. 미렌 여사는 중년의 나이에 과감한 노출을 선보입니다. 돈은 많아도 폭력적인 남편이 애인을  죽이자 애인의 시체를 요리해 남편에게 먹이는 마지막 장면이 <올드보입>의 산낙지를 촉발한 건가 싶었어요.저는 박찬욱의 영화보다는 그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더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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