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박원순의 커밍아웃

2014.12.19 13:58

Nico 조회 수:4261

박원순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을 뒤늦게 봤습니다.

그 글을 보면서 들었던 느낌은.. 교활한 사람이네, 말 바꾸기 잘하네.. 라기보다는

이 사람 정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 고민하고 있구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 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박 시장의 발언이 보도된 것은 미국 언론이었죠.  그것도 성소수자 인권의 상징인 샌프란시스코 지역 신문.

일단 그 인터뷰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이 실수였어요.

설마 샌프란시스코 사람들만 그 신문을 볼 거라고 생각했을 리는 없겠고.. 한국 언론처럼 두루뭉술하게 써 줄 거라고 예상했던 걸까요?

그 보도가 아니었다면 동성애와 관련해서 박 시장의 개인적인 견해가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아서

서울시민인권헌장이 무사히 선포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무튼 그 이후로 박 시장이 보이는 행보는 마치 성소수자가 얼떨결에 커밍아웃 했다가, 그걸 후회하고 부인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잘 나가는 정치인으로서,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 동성애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것은 성소수자가 커밍아웃 하는 것만큼이나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구나 싶어요.


뭐, 박 시장의 속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박 시장 본인뿐이겠지만

저 사과문을 보면서 저는 박 시장이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했던 말이 진심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단지 그걸 커밍아웃할 용기가 없는 사람이었던 거죠.

소신 있고 용감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틀렸던 거고

그냥 매우 평범하고 전형적인 정치인에 지나지 않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된 겁니다.

그리고 그 매우 평범하고 전형적인 정치인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이 사회 분위기가 그렇구나. 아직도 멀고도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네요.


차라리 이게 보수 세력 표를 얻기 위한 훼이크고, 대통령이 되면 짠 하고 돌변해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추진한다든가 이러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네요. 지금 휘둘리는 사람은 나중에도 휘둘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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