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똑똑이'같은 말이 있죠.  

뭐랄까 네가 뭔가를 많이 아는건 알겠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도 알겠고, 그럭저럭 잘하기도 하지만 너는 정작 중요한걸 몰라 - 이런 느낌.

하지만 그렇게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도 그 '정작 중요한 것'을 상대에게 명료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또는, 그 중요한 것을 콕 집어 말해 줄만큼 상대에게 어떤 애정이나 계몽적인 사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일 수도 있구요. 


솔직히 저는 만약 제가 '정작 중요한것'을 모른다면, 기꺼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자의 경우든 후자의 경우든 반갑지 않아요. 유용하지도 않고. 


말이나 지식 이상의 어떤 것을 사람이 알아야 할, 또는 가지고 있어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까진 좋지만

'헛똑똑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 그 칭호의 대부분을 자신의 말, 또는 말로 전달되는 어떤? 지식의 표현에 의해 얻는다고 생각하면

조금 부당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헛똑똑이'들이 그냥 말이나 지식 이상의 어떤 것을 말 속에 담는 스킬이 부족할 뿐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역시 문제는 사람, 말이나 지식 이상의 어떤 것이 아니라 말이나 지식 그 자체가 되는 거죠.

사실 당연하게도 언어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역설적이게도 인간(또는 그의 생각) 그 자체보다 창조적이기도 하지만요. 

어쩌면 '헛똑똑이'들이 모르는 것은 이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말로 할 수 없는, 말 속에 담기지 않는 어떤 정말 중요한 것을 

네가 말하고 있거나 생각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다는 방법 그 자체요. 말하자면 이건 뭐랄까.. 공허하면서도 효과적인 암시죠.



이렇게 말하면서도 제가 생각하고 있는 '정작 중요한 것'은, 

결국 '헛똑똑이'든 '헛똑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든, 그리고 후자가 전자에게 얼마나 유용하든 어떻든

사람들은 그냥 자기 느낌이나 믿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헛똑똑이' 라고 말하고 싶어할 때가 있고, 


그 와중에 그냥 운이 따르거나 혹은 어떤 관대한 자비심 같은 것이 누구의 마음 속에선가 피어나서

'정작 중요한 것'을 똑똑히 말해주거나 상기시키고 싶다는 욕구가 대화로 이어지면 

그냥 그게 아주 좋은 일일 거라는 거죠. 

뭔가 기대할만한 것이요. 그게 중요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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