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6 21:57
저는 우리 독립영화 보듯이 봤습니다.
초반에는 조금 무서웠습니다. 장르 영화 시작 부분 같았어요. 허허벌판에 사인가족(애들은 아직 꼬맹이, 막내는 심장병이고)이 무슨 간으로 트레일러를 개조한 집에서 살 수가 있나?
그리고 설득도 안 되고요. 젊은 아버지 혼자 농사를 짓고 지하수 물길부터 찾아야 하는 상황이야? 한국에서 농사일하다 간 사람도 아닌데 저게 욕심내서 될 일일까...
그리고 인물들이 개인적 호감도 안 가고요. 할머니는 좀 나았지만 아빠, 엄마는 좋아할만한 지점이 없었어요. 뭐 교포 사회에서는 바로 와 닿는 면이 있을 테지만 제가 보기엔 인물 개인사나 개성이 좀 더 그려져야하지 않나 싶었어요. 호감이 안 가요.
마지막으로, 최근 더욱 보기 싫어진 '그' 종교 색채... 한예리 역할이 삼십 대 아닌가요? 약간은 광신적으로 보이더군요.
안 좋은 점만 적었네요. 너무 미디어에서 과장 전달해서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슬픈 감성이 잔잔하게 깔린 영화이긴 합니다만 미국 계신 분들이 더 즐기고 감동할 영화였습니다.
덧붙입니다. 단점 위주로 된 글이 오해를 살 것 같아서요.
저는 이 영화를 잘 봤고 좋아하는 쪽입니다. 씨네21처럼 점수를 주자면 6점 정도?
저는 좀 동화처럼 보이는 면이 있었어요. 아이들 연기 무척 좋았고 화면도 아름답고요. 동화가 그렇듯 의미를 찾으면 더 많이 찾아질 영화라는 생각도 합니다.
2021.03.06 22:16
2021.03.06 22:35
미국에서의 수상 기록들, 소수민족이 미국 땅에서 농사 짓는 일로 정착하려는 게 신선하게 또 의미있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근데 국내 관객 한 사람으로선 소품으로 보입니다.
2021.03.07 00:43
토박이 한국인인 저지만 매우 감동적으로 봤습니다. 스티븐 연이 연기한 아빠 캐릭터는 저의 아버지의 안좋은 부분만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 좀 싫었지만 그건 저의 개인적인 감정이고 캐릭터들은 다 공감가게 잘 그려졌다고 생각해요.
뭐 한국인은 별로다 미국인, 동포만 유달리 재밌을 거다 또는 그 반대의 짐작은 너무 가볍게 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2021.03.07 00:56
네, 읽기에 따라선 제 글이 그렇게도 보일 것 같습니다만 '별로'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의 수상 소식들이 가져온 기대감에는 못 미친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기대치를 낮추고 보시면 더 좋게 볼 수도 있겠죠? 캐릭터들에 대한 소감도 레디버드님의 개인적인 소감 아닌가요? 그리고 직접 경험자들이 좀더 절감하고 받아들일 부분들은 분명히 있고요.
2021.03.07 00:52
글쎄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거겠지만, 광신적이라는 표현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기독교에 대해서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만 이 영화에서 한예리가 맡은 모니카가 광신도처럼 보이지는 않았어요. 교회가 왜 없을까요?라고 묻지만 이유를 듣고난 이후에는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습니다. 남편이 교회를 데려갔을 때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다음에는 안 가는 게 좋겠다고 말하죠. 우리 주변에 수많은 광신적인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이정도면 너무 온건적이지 않나요. 그리고 가족들의 개인사가 잘 안 나오는 것은 당연한 선택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감독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 이야기잖아요. 아이였을 감독의 시선에 부모의 삶이 모두 관통되어 보인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것이 아닐까요?
2021.03.07 01:02
교회엔 신앙 문제보다 분위기에 어떤 위화감을 느껴 안 나가려고 하는 것 같더군요.
제가 광신적이라 느낀 건 농사일 돕는 사람이 집에 찾아왔을 때 귀신 쫓는 행위?에 동조하는 장면에서였어요. 님 말씀대로 '광신'은 너무 나간 표현일 수도 있겠군요.
그리고 개인사가 꼭 나와야 한다기 보다 그런저런 장치로 인물들에 이입할만한 개성적인 면이 부족해 보였다는 소감입니다.
2021.03.07 15:18
교회에 대해서는 감독이 개신교인이긴 하지만 교회에 대해서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오히려 느꼈는데 사람들마다 다르군요.
신앙은 있는데, 중간에 병아리감별사하는 동료가 "여기 사람들은 교회에서 나오고 싶어서 여기로 온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교회 안나가요"라는
대사도 있었죠.
이 여자 주인공은 딱히 광신적이진 않죠. 이 정도면 사실 미지근한 신도죠. 자오기님 말씀처럼 그렇게 교회에 열올리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2021.03.07 04:00
2021.03.07 09:54
아이의 잠자리에서의 하늘 나라 보라는 장면 두 번 나오지 않나요? 집에서의 주술적 행위도 그렇고 좀 과한 면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게 기복신앙이라는 건 당연하고 기독교의 몸을 입고 보여지죠.
2021.03.07 19:37
애한테 강요한다는 면이 저도 "저건 일종의 아동학대"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할머니가 애한테 안그래도 된다고 계속 위로를
해주고 안심시켜주잖아요. 애한테는 공포심까지 유발할 수 있고 그런 방식이 계속되면 정말 학대죠.
2021.03.07 14:38
농사일 하다 간 사람도 아니라는 부분은 글쓴 분이 저와 해석이 반대로 되었네요. 극중에 직접 언급은 없지만, 부부싸움 중에 제이콥이 모니카에게 너는 서울 사람이라 이거지 이런 식의 표현이 있었거든요. 대충 1960년대 말이나 1970년대 초반쯤 서울로 와서 서울 사람과 만나 결혼하고 미국으로 이민까지 왔지만, 아마 제이콥의 고향은 시골이었을 거에요. 소도시도 아닌 농어촌 시골. 물론 젊어서 떠났으니 농부 출신까지는 아니겠지만, 농사일 자체는 익숙한.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직업을 찾을 때 너무도 자연스럽게 농사 지을 생각을 하게 되는 거지요. 전 아주 자연스러운 거라고 봤어요.
지금 우리나라의 60대-70대 분들도 그 아랫세대보다는 농사나 농촌에 대한 어린시절의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이 세대가 지금쯤 은퇴하고 귀농 귀촌이 열풍인 거라는 분석도 있었지요. 지금의 40대 이하 즉 이촌향도가 본격화되고 경제개발에 따라 도시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나고 자란 세대는 시골에 별장이라면 모를까 아주 내려가 살 생각들은 덜 하는 것 같고요.
또 한인의 미주 이민 초창기(그러니까 백년도 더 전)에도 많은 이들이 농촌 출신이었고, 도시에서 직업을 못 구하면 농촌으로 가서 농장일을 하거나, 조금 형편이 나은 경우에는 농장을 직접 경영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번 돈을 동지회나 국민회에 독립운동 자금으로 쓰라고 쾌척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캘리포니아 내륙지방의 농촌 도시인 프레즈노나 디누바 같은 곳에는 아직도 그때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물론 1920년대와 1980년대의 미주 한인 사회는 또 많은 게 다르겠지요. 도시에 모여사는 것의 이점을 제이콥도 전혀 모르진 않았을 거에요. 농작물 납품 거래가 틀어졌을 때 역시 대도시 사는 한인은 믿으면 안 된다고 욕지거리 하는 장면을 생각했을 때,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모니카와 달리 힘든 경험을 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저런 다양한 판단이, 제이콥한테도 있었겠지요.
2021.03.07 15:13
이런 배경이 있었군요. 그러나 해삼너구리님처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영화만 보고 그때 상황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너무 불친절한 영화에요.
남편은 농촌 출신이다라는거 외에는 설명 없잖아요. 농촌출신이라도 다 농사 짓는건 아니겠구요. 확실히 배경지식있는 분이 이해를 더 하시긴 하는군요.
2021.03.07 15:19
네, 농사일에 친숙한 배경이 있을 거라는 짐작은 했습니다. 나이로 짐작컨대 실질적 경험은 없더라도요.
댓글 내용에 동의하고요, 제 생각에 트레일러로 들어갈 때 제이콥의 나이나 가족 구성원이 달랐더라면 내용이 좀더 안정적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형제들 식구와 함께하는 등 대가족이었다든가. 이야기가 산만해질 수도 있겠고 고난의 성격이 흐려질 수도 있겠고 또 다른 문제들이 생기겠지만 현실성은 획득되지 않을까...생각해 봤어요.
2021.03.07 19:40
그러게요. 인원수가 많았으면 한국 농산물 재배라는 것도, 50에이커 경작도 현실성이 있고, 인원수가 많아도 극본잘쓰면
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도 있고 그건 감독 역량이겠죠.
2021.03.07 15:11
이민간 배경부터가 소개가 안된게 에러에요. 왜 미국에 간거지? 한국에서 전혀 생계보장이 안되나? 막연히 애들 교육때문에?
아무리 봐도 한국에 돌아오는게 농사라면 더 나을 것 같았구요. 80년대잖아요. 농사를 지어도 한국땅이 낫지 않나요? 아닌가요?
제가 그 때 이민사회를 모른다구요. 기대한게 이민사회나 그 때 정착하려던 사람들에 대한 묘사였는데 뭐 달랑 가족만 있고
교류도 없는데 전혀 이민자의 고통이든 갈등이든 극복이든 알 수가 없었어요.
2021.03.07 15:29
사실 이 영화는 굳이 배경이 미국이어야 할 이유도 없어 보입니다. 그냥 귀농한 젊은 부부 이야기로 보여요. 다만 이상하리만치 지형적으로 인적으로 고립되어 있는거죠. 그래서 제게는 위에도 썼지만 동화처럼 보여요.
2021.03.07 19:42
시대도 "레이건"이란 이름이 대출하는 은행에서 언급이 안되었으면 몇년대 배경인지 몰랐을거에요. 이게 80년대인걸 어떻게 알까요?
노래? 지형적으로 인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게 일반적인 이민자 정착기와 차별점이 되기도 하는데 정말 너무 고립이라서 외진 농장에서
정착하는 영화라는 면에서는 최근에 봤던 "mud land"였나, 미국인데 도시에서 미국 농가로 가서 고생고생하는 여성 이야기와 오히려
오버랩이 되더군요.
2021.03.07 20:08
'옛날 옛적 미국에서'가 도시 한 복판에 터를 잡는 이탈리안들 이민서사라면 미나리는 외딴 시골에서 쓰는 한국이주민의 '옛날 옛적 미국에서'가 되겠지만 자연과의 싸움을 하는 단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