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6 17:36
제가 예상한 기대치는 굉장한 감동도 아니고 사람들 말처럼 "잔잔한 감동" "잔잔한 인간애" 거기서
느껴지는 웃음지을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 정말 주말 완전히 망쳤다 싶네요.
무엇보다 어머니랑 같이 봤는데 영화관 나오면서
어머니 왈
"정말 황당한 영화다. 이게 무슨 시간낭비냐"
나: "그러게요. 정말 말이 안나오네요."
제가 정말 큰 맘먹고 바쁘고 몸도 안프지만 엄마랑 보러가기로 단단히 약속도 하고
즐거운 시간 가질줄 알았습니다.
물론 영화는 기대치에 어그러질 수 있지만, 최소한 윤여정씨 할머니 캐릭터의 생명력, 활발하고
긍정적인 성격, 전형적인 할머니상(헌신, 헌신, 인내, 자기 희생) 이런 거에서 벗어난거 같아서
손자와 관계회복될 때 아, 이건 적어도 별점 3정도는...... 왠걸 갑자기 할머니 뇌졸중, 이후 급격히
무기력, 캐릭터 거의 없죠. 불낼 때 빼고는.
감독이 말하고 싶은건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대신 손자에게 튼튼한 심장을 줬다라는
그런 고전적인 역시 희생 스토리인거 같은 감이 오더군요.
현실에서는, 뇌졸중은 예고하고 안오죠. 그리고 노인들에게 많은 질환이고 이보다 더한 업친데 덥친격으로
죽어라 죽어라하는 가족들 많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에서 그런 영화를 보고 싶을까요?
적어도 저는 아니에요.
노인과 아이의 우정을 그린 영화로 제 추천작은 빌 머레이가 나오는 "세인트 빈센트"입니다.
제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면 느낀건 아내가 남편에게 "난 더이상 당신을 견딜 수 없어"라는 말을 한거에요.
처음에 허허벌판인 시골에 심장병인 아들-병원이 천리 만리 밖인데 무조건 잘될거라면서 농장이 내 꿈이라면서
온가족 끌고가는건 정말 미친 X죠.
병아리 감별사로 지친 것도 이해가고 그 당시 제가 교민사회를 모르니까,
얼핏 이해가 안가지만 미국땅에서 한국 농산물을 재배할 수는 있었겠죠.
다만, 50에이커나 된다는 땅에 단 2명의 남자가 도시에 납품할 정도로 대규모 농사가 가능한가요?
그리고 부인이 상당히 주관도 뚜렷하고 똑똑한 여자인거 같은데
남편의 한마디로 대책없는 고집에 죽지못해 끌려다니면서 갈등하는거 보는게 고역이었어요.
마지막 장면까지도 다시 일어나보자는 메시지에 설득이 전혀 안되더군요.
전 윤여정씨 연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아이들 연기도 그랬고. 그러니 전 윤여정씨를 "윤스테이"에서 보면 되겠네요.
스티브 연은 워낙 싫어해서 캐릭터와 합쳐져서 정말 별로였어요.
아이들이 있으면 되도록이면 이혼안하는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는 편인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남자와는 헤어지는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식 이혼을 안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도시로 나가서 사는게 낫다는 생각, 남편 고집에
끌려다니지 않는게 삶의 질을 위해서 낫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이 영화보고 " 그 정도로 망한 영화는 아니야. 난 그래도 볼만했는데"라든가 "난 감동이었어"라는 분들은
저의 폭언(?)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실거에요. 영화감상이야 사람 주관이니까요.
- 이 영화가 미국사람들이 딱 좋아할 이민 가족 이야기라는 말이 어떤 지점에서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민자들이 미국땅와서 죽을 고생하는거? 그러다가 가족애로 서로를 끌어안는거?
- 아버지 외삼촌께서 60년대에 텍사스로 이민을 가셔서 말그대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셨죠. 대강 이야기는 간접적으로 들었지만
그 분과 그 분 아들을 뵈었을 때 좀더 이민 생활에 대해서 들어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이 영화 배경인 80년대보다
휠~씬 척박하고 그 당시 텍사스에는 한인도 별로 없었다고 들었어요. 2019년에 국내에 이제 마지막 방문일 것이라고 하시면서
우리집에 오셨습니다. 아, 이제는 돌아가셨다는 연락 밖에는 못받겠구나 싶어서 저는 그 분과 시간을 보낸 사이도 아니지만 마음이 울컥하더군요.
- 아, 엄마한테 정말 미안하고 미안해요. 영화보고 나니 배는 고프고 엄마는 정말 피곤해하고 나도 피곤하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더라구요. 이 영화 주요 소재가 모녀관계인데 이게 뭡니까.
-차라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배달을 시키든가 포장을 해오든가 해서 식사나 배불리 하고 요즘 재밌게 보던
"유퀴즈"나 "윤스테이"를 볼 걸 그랬네요.
2021.03.06 17:46
2021.03.06 19:42
사실 지루하지는 않아요. 전후반으로 나누면 전반까지는 나름 구성도 괜찮은데 그걸 제대로 전개시킬 역량은 아닌거 같아요.
나라면 이래이래 만들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보세요!!!! 스포당하셨어도 이게 스릴러도 아니고 저의 악담에도 불구하고
forritz님께는 좋은 영화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2021.03.06 17:54
ㅎㅎ 제가 지금껏 읽었던 영화평 중에서 가장 귀여운(!) 글입니다.
저는 아직 안 봤지만 걸기대하고 있는 중이에요.
특이하게도 영화관계자들은 다 극찬하는데, 일반 관객들은 감상이 대개 시들하더군요.
2021.03.06 18:00
윤여정 씨 연기도 이보다 더 잘 한 것을 한국 시청자들은 많이 봐서 평범하다는 평이더군요. 저는 그 배우가 미군과의 사이에서 흑인 아이를 낳았던 드라마를 너무 인상적으로 봤었죠. 미국에서의 호들갑이 수입되는 건 아닌가 싶고 저는 케이블 방영할 때 보려고요,작년 기생충도 미국 내 pc에 민감한 분위기에 호응받은 거란 분석도 있던데 이것도 그러겠죠
2021.03.06 19:47
배우연기도 감독의 전체 연출이 큰 영향을 주는데 이런 연출에 극본이면 윤여정씨도 더이상은 살릴 수가 없죠. 윤여정씨의 호연은 다른 숱한 작품들에서
봤죠. 이 기회에 윤여정씨 작품들을 외국 사람들이 봐주면 좋겠어요. 전 "죽이는 여자"는 소재가 너무 암울하다 싶어서 망설이다가 못봤는데 용기내서 볼려구요.
나중에 케이블로 돌 때 보세요. 그러면 저처럼 열받지는 않으실거에요. 보면서 할 얘기는 정말 이모저모 많아요.
전 미국에 그 때 이민가셨던 분들 의견이 가장 궁금해요.
2021.03.06 20:02
2021.03.06 21:24
아시아 영화, 특히 우리나라 영화가 다양성을 인정받고 작품성을 인정받는 건 기쁘고 내가 영화관계자도 아닌데 자부심이 차오릅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외국어영화상은 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좀더 훌륭한 영화 우리나라에서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거라고 믿고 있어요. 이젠 아카데미의 벽까지 뚫지 않았나요. 상을 받고 안받고를 떠나서 외국인들에게도, 국내에도
모두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 수 있겠죠.
2021.03.06 19:44
귀여운 글이라고 봐주시니 감사해요. 너무 폭주했나, 자제할까? 갈등을 했어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이 많이 오셨더군요. 일반 관객들 감상평 자체가 없잖아요.
저처럼 악담은 안하지만 해줄 말들이 없는거죠. 근데 저는 개성은 있는데,,,, 원문 그대로입니다.
정말 평생에 영화보고 이렇게 화나는 경우는 몇 번 없었네요.
2021.03.06 19:54
저는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워낙이 이슈가 되는 영화라 여기저기서 평이 나오고 제 친정어머니도 카톡으로 이 영화를 보내주시는 거예요 허걱
안좋은 평도 많이 봤습니다.
기승전결 중 '전결'이 없다는 평도 봤습니다.
평들만 보고 영화 본것처럼 재미있어하는 중입니다.
2021.03.06 21:25
기승전결 중 "전결"이 없다, 아, 이런 촌철살인의 평 딱 좋네요. 제 말이 바로 그 말인데 횡설수설했군요.
2021.03.06 21:19
2021.03.06 21:27
아, thandie님은 너무 좋게 보셨다니 부럽지만 이 영화가 어필하는 관객층에게는 확실하게 기쁨을 줄 수도 있군요.
2021.03.06 21:39
미국영화같다고 해서 한국 관객들한테 어필하지 못 한다는 건 어폐가 있지 않나요? 저는 미국영화인 선셋대로도 감명깊게 본 순수 한국 관객인데요.미국영화들 중에도 기승전결에 매이면서도 명작 많아요.
2021.03.06 22:57
2021.03.07 02:13
2021.03.07 20:27
뇌졸증인줄 알고 일부러 제가 다 고쳤는데 뇌졸중이군요. 오타 수정할께요.
2021.03.07 04:09
2021.03.07 10:31
2021.03.07 18:14
외국 사람들, 그 평론가들을 너무 물로 보시네요.
생전 한국영화 한번 못보고 있다가 이 영화로 처음 보게 된거라고 생각치는 않으신다면..
평이야 다양할 수 있는데, 잘못 만들어진 영화를 모르는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시각이야 말로 진짜 뭘 모르는 듯한..
2021.03.08 00:23
이상하게 부산행이 해외에서 호평받을 때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신파가 신선해서 뭣도 모르고 좋아한다는... 막상 리뷰들 찾아보니까 그냥 좀비 장르물로서 잘 만들어서 좋아한다고 하던데
미나리도 해외 리뷰들 보면 신선하다 그런 말 거의 없습니다.
2021.03.07 18:53
"제가 볼 땐 감독은 기승전결 갖추고 한국식 울고 짜는 영화 만들고 싶었는데 실패한거같아요" -> 정이삭 감독 인터뷰 보면 감정적 거리를 두려고 나레이션 들어내고 담백하게 갔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울고 짜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촌스러웠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