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5 00:39
1. 진도군이 진도개 테마파크라는 이름으로 개를 엔터테인먼트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어질리티", "개인기" 등의 공연은 서커스적인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이는데,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한두 가지 문제가 있는 게 아닌 듯해요. 뿐만 아니라 군은 예산으로 훈련견을 구입하고, "우수 혈통 수캐" 보호료 등을 지출하는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어요. 관련된 청와대 청원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생명존중 없는 '진도 테마파크' 폐지를 요청합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6799
(이 청원 중 "썰매"와 관련된 부분은 청원자의 오해로 보입니다. 진도군에 따르면 썰매의 경우 일반 썰매장과 똑같이 사람이 썰매를 끌고 올라가서 타는 구조라고 합니다.)
제가 관련 소식과 근거 자료를 접한 트위터 링크도 함께 소개합니다.
https://twitter.com/07poodlecho/status/1367050888641011714
자연에서는 어떤 동물도 인간의 구령에 맞춰 춤을 추거나 달리기 경주를 벌이지 않아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사용되는 동물의 이익을 보호할 방법이 없는 현실에서, 동물을 이용하는 건 옳지 못합니다. 이게 당연한 상식으로 여겨져야 할텐데요.
2. 진돗개 역사와 현재에 대해 다각적으로 소개하는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의 좋은 기사가 있어 함께 소개해요. 두 기사는 모두 <한국진도개 보호육성법>과 <진도군 조례>를 근거로 이루어지는, "진돗개 심사"를 소개합니다.
국가-지자체는 개들을 "품종 기준"에 따라 우열화해요. 기사는 대개 생김새와 체형을 기준으로 개들이 "스탠다드"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평가한다고 소개합니다. 품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어떤 개들은 "도태" 판정을 받고 경우에 따라 진도에서 추방된다고 해요. 이 경우 개를 기르는 사업자들은 기르던 개를 "개고기" 시장으로 유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국견’으로 추앙받던 진돗개는 왜 ‘유기견’이 되었나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794900.html
못생긴 진돗개는 보신탕집으로 보내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95061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동물을 구입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품종견과 품종묘를 생산하는 동물 농장에서는 수많은 동물들이 학대받고 있고요.
이런 사회에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품종주의를 강화하는 건 옳지 못한 일이에요. 인간의 목적에 동원되어 영문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나 사육당하다가, 고기로 팔려나가는 개들의 고통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3. 지자체와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 품종견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으로만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계층(개농장주 계층)이 존재할 겁니다. 그렇다 해도 이런 계층이 타자의 신체를 착취하여 경제적 이익을 누릴 권리가, 고통스러운 사육과 죽음을 회피하고자 할 개들의 권리에 우선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이와 별개로, 개농장주 계층은 유일한 책임주체가 아닙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이런 산업을 방조했고 조장하고 있어요. "진도개 테마파크"나 "우수 혈통 수캐 보존 사업" 따위에 예산을 지출하는 일이 바로 그런 일일 겁니다. 이런 옳지 못한 행정이 중단되어야 동물 착취적 산업의 유인이 줄어들겠고, 현실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죠.
4. 일전에 쪽지로, "우리가 동물을 위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무엇일지 알려달라"고 물어 주신 분이 계세요.
몇 번 이 주제로 글을 써 보려고 하다가 지웠어요.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정리가 잘 안 되더라고요.
육식과 동물착취가 디폴트인 사회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변화라 해도 동물의 삶을 부분적으로나마 개선시킬 테니까요.
하여튼 따로 요청까지 해주셨는데 그냥 지나가기도 뭣해서, 한 마디를 덧붙이자면...
얼마 전에 나온 버거킹 플랜트 와퍼가 맛있었어요. 불맛과 씹히는 질감에서 '고기'의 느낌을 찾는 분이라면 거의 전적으로 대체가 가능할 정도인데, '육즙'이라는 게 부족하다고 부정적인 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가끔 이런 대체품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매 선택당 소는 80g의 살점을 보전하겠죠.
2021.03.05 00:52
2021.03.05 09:42
ㅠㅠ 길거리에서 사랑받는 산책개들을 볼 때마다... 저 애와 똑같은 애들이 어딘가에선 끔찍한 불행을 겪고 있을 거란 생각이 자주 아른거려요. 맘이 참 아파요.
2021.03.05 01:03
2021.03.05 09:43
제가 채식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10여년 전 쯤만 해도 대체육 시장은 좁아터졌고 맛은 뻣뻣하게 마른 콩반죽이었는데... 요새 세상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한국 기업들도 관심을 많이 보이고요. 언제 시간 나면 먹어본 대체육들 소개글도 한 번 써봐야겠어요.
2021.03.05 23:18
기다릴게요..
2021.03.05 02:37
2021.03.05 09:46
"우수 혈통 수캐" 같은 말을 보는 기분이 참 그렇습니다 ㅠㅠ
2021.03.05 08:19
2021.03.05 09:57
아... 말문이 막히네요 ㅠㅠ
청원 숫자는 그래도 어젯밤보다 삼천 명쯤 늘어난 것 같은데, 날이 갈수록 가속도가 붙지 않을까 하는... 요원한 희망을 품어봅니다 ㅎㅎ...
2021.03.05 15:08
본문하고 거리는 있지만 진돗개 관련 기사가 최근에 나온 것을 보아서 링크 올립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30315105870593
2021.03.05 18:10
사람도 그런것 같아요. 흑
흔히 진도 믹스라고 하는 애들이 식용이나 음식물 쓰레기 처리용으로 키워지면서 버려지고 안락사 당하고 먹히고 있는데 한쪽에선 저런 짓을 하고 있네요
대체 그 놈에 품종견이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