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5 11:19
제가 사는 곳에 개봉한 영화 미나리를 보고 왔습니다.
이민자들은 꼭 봐야겠더군요. 왜냐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너무나 연관성이 있고
남의일 같지 않고 동병상련 등등 그 모든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영화 내용 자체는 너무 괴롭지도 신파적이지도 않고 기대 이상으로 정서가 아름다워서 흠칫 놀랬구요.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독립영화처럼 저예산 삘도 아니었어요.
코비드 때문에 거의 1년만에 극장가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관객이 꽤 있었습니다.
한인 가족도 있었고 인도쪽 중국 쪽 이민자들도 보였어요.
아이를 많이 데리고 왔는데 아이들에게 엄마가 자막 읽어주면서 영화 보여주는 게 좋아보였어요.
남자아이가 나올 때는 아이들도 집중.
온갖 한국적인 소품과 장면과 집안 가풍과 대화와 음식이 나올 때 저는 혼자 간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누구라도 같이 가서 서로 등을 두들기면서 저거 봐 저거 봐 하면서 큭큭댔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나더군요.
영화 끝나고 저는 한참 남아서 아마도 한예리 님이 부른 것 같은 노래를 계속 듣고 있었어요.
크레딧 중에 To All Granmothers라는 글이 올라가더군요.
옛날 유승호씨가 아역배우로 나온 집으로라는 영화가 ‘모든 외할머니에게 바칩니다’라느 꼬릿말이 있었던 게 기억났어요.
윤여정씨가 분한 할머니도 외할머니였습니다.
딸 고생하는 거 보기 싫은 외할머니들이 손주 보육엔 최선의 선택지라 이런 이야기에 많이 등장하지요.
저도 엄마 생각이 났어요. 애들 봐주러 해외 제가 사는 곳까지 몇 번이고 오셨던.
집에 와서 딸에게 영화 재미 있었다 네가 나중에라도 봤으면 한다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너 봐주러 여기 오셨었다 넌 기억 못하겠지 하면서 조금 울먹 거렸더니
딸이 와서 꼬옥 안아주었네요...
아들에게도 영화 얘기를 했더니 안그래도, 다니는 학교의 케이팝 소사이어티가
미나리 영화 관람권을 배포하는 것을 운좋게 잡았다며 한인 친구와 보러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꼭 한국인 조부모가 있는 애랑 같이 가서 봐라, 그랬어요.
여러분이 한국에서 볼 때는 별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이건 정말 해외 나가서 고생하는,
그것도 대도시의 한인타운이 아니라
벽지에 가서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초기 이민 1세대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딱 꽂힐 영화입니다.
그것은 한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거구요.
그리고 굉장히 미국적인 영화였어요.
미나리가 굉장히 먹고 싶어졌습니다. 물김치에 미나리 들어간 거 훌훌 마시고 싶어요...
2021.02.25 11:30
2021.02.25 17:15
2021.02.25 11:30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윤희에게' 였던 터라, 코로나 이후로는 극장이 운영이 되기나 하는 건지 몹시 궁금할 정도로 영화와 담쌓고 살았습니다만
간만에 보고싶고 기대되는 영화였는데, 리뷰 보니 더더욱 보고 싶어요.
오래전 한 때 해외생활 했을 때 이민자에 비할 바 아니지만, 그때 느꼈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시간이 그냥 관통하는 것을 막막하게 관망하던
당시의 저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의 저는 너무 피폐하고 삭막해졌지만... 이렇듯 어떤 때가 오면 숨통 트이듯 아름답고 의미있는 뭔가를 꼭 찾아서 보게될
기회가 생기네요. 따뜻하고 좋은 평,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2021.02.25 11:42
참, 외국어 때문에 영화관람이 힘드셨던 해외동포 여러분, 걱정 마십시오. 대화의 반 이상이 한국어입니다.
넷플릭스나 티비가 아니라 이렇게 큰 영화관에서 보는데 이해하기가 이렇게 쉽다니
완전 꿀 빤 기분. ㅋㅋㅋ
2021.02.25 13:00
일반적인 정서를 담은 영화일 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교포영화 느낌이 강한가보군요. 그래도 윤여정님을 봐서라도 재미없을걸 각오하고 전 봐야겠습니다. ㅎㅎ
2021.02.25 14:13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제가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네요. 교포영화가 뭔지 모르겠는데..일반적인 이민 1세 얘기는 아니에요. 인종차별, 언어장벽 이런 얘기도 거의 없어요.
저한테는 이야기의 기승전결과 해피엔딩이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카메라가 응시하는 모든 사물과 인물과 빛이 가슴에 저며들었거든요.
왜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2021.02.25 14:17
영화 얘기중에 뜬금없지만 미나리가 먹고 싶다고 하셔서 적어봅니다.
한인마트에 가면 팔기는 하는데 비싸고 그다지 싱싱하지도 않고 하여 저는 대용품으로 워터크레스를 사먹습니다.
이걸로 나물도 무치고 전도 부치고 샐러드도 만들고 모든 미나리 요리의 대용품으로 씁니다. 미나리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비슷하게 분위기를 낼 수 있어요. 저렴해서 양껏 먹을 수 있습니다. 물김치에는 안 넣어봐서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2021.02.25 18:48
근데 제목이 미나리인것은 미나리 물김치가 중요한 소재라서 그런가요
2021.02.25 20:57
아니요. 영화는 물김치와는 아무 상관 없어요. 그냥 제가 먹고 싶어서요.
2021.02.25 20:08
개봉할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담주 말이면 드디어 보겠네요. 이민을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가족 영화일거라고 기대해요.
2021.02.26 15:43
꼭 보고 싶어요. 정보 감사합니다.
2021.02.26 18:35
해외 동포는 아니지만 기대하고 있어요. ㅋㅋ 댓글들을 보니 조만간 개봉을 하나 보네요. 시국이 시국인데 극장을 가봐야 하나 그냥 참아야 하나 고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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