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6 20:09
- 글 말미에 해당 영화의 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두둥!!!
그렇습니다. '염력'이요. ㅋㅋㅋㅋㅋ 극장에서 재밌게 보고 나와서 인터넷상의 후기들을 찾아보고 정말 크게 당황했었죠. 내가 이렇게 소수 취향이 되었나...;
생각해보면 나름 핑계를 여럿 찾을 수 있습니다.
1. 그게 굉장히 오랜만의 극장 나들이었어요. 거의 1년? 2년? 그냥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 자체가 즐거운 상태였던.
2. 전 '부산행'을 안 봐서 연상호 감독에게 아무런 기대치가 없었죠.
3. 영화에 대한 정보도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그 날까지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무료 영화 쿠폰이 있다는 가족분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극장에 가서 즉석에서 고른 게 이거...
4. 제가 워낙 한국 영화를 잘 안 봤고 연예계에도 (당시에는) 관심이 없어서 류승룡에 대한 식상함이나 비호감 같은 게 없었구요.
5. 정유미를 좋아하는데 귀엽게 나왔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정반대의 의견이 많더군요. 여기서 정유미 연기나 캐릭터가 별로였다는 의견들을 보고 또 당황...;)
(귀엽지 않았단 말입니까!!!)
보면서 저도 그런 생각들은 많이 했거든요.
참 안 좋은 의미로 한국적인 신파 스토리구나. 배우들 연기도 딱 신파스럽고.
이거 '크로니클' 가져다가 한국 아저씨 버전으로 만들었네? 거기까진 괜찮은데 스토리도 아재스럽네...
좋은 의도인 건 알겠지만 용산 참사를 이렇게 가벼운 대중 오락물 소재로 활용해도 괜찮은 걸까? 욕 좀 먹겠네.
등등등이요.
뭐 지금 생각해봐도 류승룡 캐릭터는 별 매력이 없긴 합니다.
애초에 저런 평범하게 찌질하고 민폐인 인물을 갖고 굳이 이렇게 속죄 갱생 스토리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극의 중심 스토리였던 아버지-딸의 관계도 너무 도식적이라 딱히 재미를 찾기 힘들었고.
용산 사건을 다루는 태도도 별 깊이 같은 것 없이 지나치게 피상적이어서 욕 먹기 딱 좋았죠.
근데 일단 식상, 진부, 구식 한국영화 스타일 뽕끼가 흘러 넘치는 와중에도 나름 먹히는 개그씬들은 있었던 것 같고.
역시 뻔한 신파였을지라도 이야기 자체는 크게 흠 잡을 데 없이 무난하게 흘러갔던 것 같구요. (사실 디테일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서 확언은 못 하겠습니다. ㅋㅋ)
뭣보다 다들 유치하고 손발 오그라든다고 욕하던 결말 장면이 전 괴상하게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두들 살아남아서 하하 호호 웃으며 같이 일 하고 술도 한 잔 하고 그러는 모습. 거기에서 얄팍하나마 감독의 진심 같은 게 느껴져서 좀 울컥했어요. ㅋㅋ
사실 마지막에 주인공이 거기에서 멈출 게 아니라 국회로 날아가서 거기 앉아 있는 양반들 다 날려 버리고 막 폭주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거기까진 한국 대자본 영화로는 무리였겠고.
암튼 히어로물이란 게 기본적으로 대리 만족 환타지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취지에 맞게 방향은 잘 잡은 영화 같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라지만 그 후로 다시 보거나 하진 않아서 지금 보면 어떨지는 몰라요. ㅋㅋㅋ
그리고 이 영화가 사실은 괜찮은 영화라고 남들을 설득할 생각도 없구요. 그냥 뭐, 전 그랬다는 거죠.
+ 글을 적다가 깨달았는데, 그러고보니 전 아직도 부산행을 안 봤네요. 넷플릭스에 부산행, 반도가 다 있으니 조만간 한 번 달려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 솔직히... 다시 보면 소감이 많이 바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굳이 확인해보진 않겠습니다. 어디까지나 혹평 대비 괜찮게 봤다는 거지 되게 재밌게 봤단 얘기가 아니라서. ㅋㅋㅋ
2021.02.16 20:27
2021.02.17 01:03
정유미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2021.02.16 20:35
제가 명동극장에서 "월로우"를 조조로 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후에 앞으로 영화는 그저 내 마음대로 보고 좋아하기로 다짐을 했습니다
2021.02.17 01:03
윌로우... ㅋㅋㅋㅋ 그런 영화의 존재를 알기도 전에 이미 영화 잡지에서 수십번을 '폭삭 망한 영화의 대명사'라는 언급으로 접해서 아직도 안 봤습니다. ㅋㅋㅋ
맞아요 뭐. 본인이 만족하면 그만인 거죠.
2021.02.17 19:41
어머낫, 반갑습니다. 전 윌로우 너무 재밌어서 극장에서 세 번이나 본 사람입니다. 그게 그렇게 폭망한 영화인지도 몰랐네요. ㅎㅎ
2021.02.17 00:03
개봉당시 어마어마한 반응에 지레 겁먹어서 관람을 포기하고 이미 기대치를 바닥으로 낮춘 채 넷플릭스로 봐서 그런지 괜찮게 본 1인입니다.
그냥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된 한국의 소시민 아저씨 활극으로는 나쁘지 않았어요. 이정도 신파는 우리나라 상업영화에서 노멀한 정도라고 봤고 정유미 배우 캐릭터 진짜 매력 터졌습니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이런 여자 악역 캐릭터 진짜 처음이었어요.
2021.02.17 01:06
네 '소시민 아저씨 활극'으로 괜찮았다고 생각하는데... 어찌보면 이제 관객들이 그런 스토리에 물릴대로 물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참 오래 써먹기도 했죠 그 설정. 찌질하게 인생 허송한 아저씨가 (불특정 대다수의 남들에겐 절대 주어질 일 없는 행운을 손에 넣은 후) 정신 차리고 철 드는 이야기.
맞아요. 정유미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기억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팬이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ㅋㅋㅋㅋ
2021.02.17 00:52
2021.02.17 01:08
그래도 라스트 제다이는 논란이라도 될 수 있었고 또 반대로 격하게 쉴드 쳐주는 팬들도 좀 있었잖아요. 하지만 버즈 오브 프레이는 저도 좋은 평을 거의 못 봤네요. 인정합니다! ㅋㅋ
사실 전 라스트 제다이는 봤고 버즈 오브 프레이는 아직 못봤는데. 그것도 조만한 한 번 챙겨봐야겠네요. 그런데 제가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아직 안 봐서...;
2021.02.17 11:13
한국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미권에서는 버즈 오브 프레이에 대한 평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로튼 토마토든 레터박스드든요. 저는 영미권 영화 팟캐스트를 이것저것 듣는데 연말 베스트 목록에 등장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더라고요. 저도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안 봤는데, 버즈 오브 프레이만 봐도 아무 문제가 없을 듯해서 그냥 봤는데 역시 아무 문제 없었어요. 할리퀸이 조커의 연인이라는 정도의, 미국 슈퍼히어로 업계에서야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이 동일인이라는 수준의 상식이나 다름없는 정보만 아셔도 충분할 듯해요.
2021.02.17 21:46
사실 제가 본 악평들도 영화가 영 아니라기보단 '기대에 못 미쳤다'라든가, '성격이 좀 애매했다'라는 정도의 얘기들이 많긴 했어요.
그 정도만 알아도 상관 없다면 그냥 버즈 오브 프레이를 봐도 되겠군요. 설명 감사합니다!
2021.02.17 15:38
버즈 오브 프레이가 어째서요 ㅠ. 재미있게 봤는데. 흑흑.
2021.02.17 16:58
저는 라스트 제다이 극장에서 보고, "스타워즈 영화를 이렇게까지 잘 만들 수 있는 거 였어?"라고 크게 감탄했는데 말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워즈 영화가 되었습니다만, 그 이후로 제 주변에서 이 영화를 좋아한다는 분을 단 한분도 만나보지 못 했습니다..
2021.02.17 11:01
영화에서나 염력을 얻어보지 언제 염력을 휘둘러보겠슴꺄
2021.02.17 21:47
그렇죠. ㅋㅋ 그리고 그런 재미로 영화 보는 거죠.
2021.02.18 20:04
전 정유미의 표정연기, 생김새 다 괜찮은데. 오래된 비누 비린내(좋은 비누 향 아님) 나는 것 같은 목소리와 말투가 좋지 않아요. 염력의 그 캐릭터에 정유미 연기가 어울리지 않았던 것도 목소리 톤과 말투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2021.02.18 20:54
전 그 안어울림이 그 캐릭터의 웃김 포인트였다고 생각하지만...
전 이미 정유미에 대한 무한 호감 모드 때문에 객관적으로 평할 위치가 아니라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