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7 16:59
아주 오래 전, 창작에 열을 올리던 언젠가 그 날도 밤샘 작업을 하다가 자판기 커피 한잔에 담배를 피러 밖을 나왔어요.
그 때 같이 작업하던 동료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명백하게 해롭다는 게 밝혀졌는데도 사람들이 담배를 못끊는 걸 보면 우린 아직 짐승인게 분명해. 특히 담배는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건데도."
하얀 얼굴에 가느다란 손으로 담배를 멋드러지게 피면서 아래의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래도 어쩌면, 담배라도 있으니까 세상이 유지되는 걸수도 있어."
무슨 말인지 갸우뚱했지만 알 것도 같았어요.
그 후 어떤 계기로 담배를 끊어야겠다 생각을 했고 실행에 옮겼죠.
담배를 끊었던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구했지만 제 각각이더군요. 여러 고민 끝에 금연패치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선배가 이렇게 얘기하는거에요.
"그냥 의지로 끊어. 그런 도구에 의지하지 말고 한번에 끊어야지. 그건 진짜가 아니야"
진짜? 담배를 끊는데 진짜고 말게 있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끊으면 되는거지."
그 궤변론자 선배가 그 때 예로 든게 성희롱이었습니다.
"성희롱을 하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화학적 거세를 하는 거랑 뭐가 달라. 그렇게 추잡해지지 말고 그냥 나쁜건 한번에 끊어. 생각을 하지마. 그러면 돼"
와... 뭔가 참 이상하게 말은 되면서도 어이가 없어지면서 묘한 묘멸감이 들더군요.
금연패치가 화학적 거세랑 동치되다니.
최근에 그 선배를 봤는데 전자담배를 피더군요. 그 사람 논리 그대로라면 그건 섹스돌정도 되는건데 그 말을 하려다가 겨우 참았습니다.
어쨌든 강산이 한번 변할 정도로 오래전에 담배를 끊었어요. 하지만,
아직도 달 좋은 밤이나 해 좋은 낮에 가끔씩 강렬하게 흡연 욕구가 생깁니다. 몸에 새겨진 욕망은 이토록 무섭습니다.
아마 흡연자의 권력이 예전과 같이 계속 유지되었다면 끊으려고 하지 않았겠죠. 버스 안에서도 피는게 당연한 세상이었으니까요.
육체가 망가져 파멸에 이르지 않은 이상. 저는 저의 중독을 유지 했을겁니다. 비흡연자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서 끊은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 비흡연자의 목소리가 커지지 않았으면 영원히 몰랐을테죠.
이런 저런 이유로 어쨌든 담배를 피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명백하게 그게 맞으니까.
이번 정의당 성희롱 이슈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지네요.
안그럴거 같은 사람들이 자꾸 그러니까 저 스스로도 어떤 상황에 어떤 위치에서는 장담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누구도 장담하면 안되겠죠.
개인적인 견해인데 너무 과격한 주장을 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편입니다.
고소공포증의 논리 중 하나인데 높은데서 다리가 풀리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뛰어내리고 싶은 욕구를 육체가 감지하고 예방하는거라고 합니다.
재밌죠. 고소공포증이 높은데서 뛰어버리고 싶은 욕구때문이라니...
아메리칸 뷰티라는 영화에서 동성애자를 과격하게 혐오하는 주인공이 실제로는 동성애 욕구가 있었다거나...실상에서 그런 예는 되게 많습니다.
성격장애인 사람들도 결국은 사람들과 애정을 나누고픈 욕구가 너무 커서 상처를 주는거라고 하죠.
이번 정의당 성희롱 사건에 너무 화가 많이 났어요.
그래도 과격하게 발산하기보다 좀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에 의해서요.
가는 길은 지치고 복잡하지만 세상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믿어야겠습니다.
2021.01.27 19:27
2021.01.27 23:11
2021.01.27 20:25
제가 병원에 근무하는데 출퇴근할때 보면 입원하신 환자분들이 담배피러 밖에 많이 나와계십니다.
고객분들이라(제가 병원 오너는 아니지만) 혹시라도 저의 등장이 담배피시는데 심적,체적으로 불편하실까봐 조심조심해서 들어갑니다.
2021.01.27 23:16
2021.01.28 02:47
금연방법에 대해 들은 것 중에 가장 재미 있던 ‘썰’이 하나 있어요.
”끊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참는다고 생각해라” 입니다. 어제도 참고 오늘도 참고 내일도 참고... 그냥 쭈욱 평생 참음이 차곡 차곡 쌓이는 거라 생각하면 덜 힘들거라나? 뭔가 그럴듯 한데 왠지 사짜 느낌이 나는 그런 ‘썰’
여하간 끊으셨다니 부럽습니다. 전 궐련형으로 갈아탄지 3년째인데 끊을까 말까 고민만 석달째네요.
2021.01.28 09:57
ㅎ썰이 아니라 맞는 말 같습니다. 끊는게 아니라 계속 참는 것.
팁이 될까 모르지만 저는 실제로는 엄청 피고싶으면서 생각보다 견딜만 한데? 별거 아닌데?라고 허세를 부리면서 참았습니다.
2021.01.28 11:07
말보로 하루 평균 1갑반 피우던 사람입니다. 그것 좀 끊어보겠다고 금연패치도 시도해보고 금연초도 시도해 봤지만... 담배는 그냥 딱! 한번에! 끊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그만., 11년차 됐으니 이 정도면 완벽한 금연이고, 중간에 한 두대 피운 적은 있는데 못 참아서 아니고 외국에 있는 친구 만날 때 우정궐련요. 이후로 유혹은 없어요.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된다면 딱 2가지 상황에 놓일 때 라는 전제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의미 없네요. 그런 상황에 와도 담배는 다시 피울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껏 살면서 제일 잘한 일 베스트5에 들어가는 일이라 여겨요.
2021.01.29 08:55
제 남자친구가 담배를 너무 좋아해서 걱정입니다...
남자친구 건강이 아니라 제 건강이 좀 약한데 옆에서 연기 맡다보면 독할때가 한두번이 아니거든요....
놀러를 가도 숙소안에서 흡연가능한지 가장 먼저 확인하고...
작년에 중국 출장다녀왔을때도 중국출장가서 좋은점이 한가지 있대서 뭐냐 물었더니 식당내에서 흡연이 가능한거 하나라고 하더라구요.....ㅠㅠ
2021.01.29 13:15
애연가였고 흡연만이 주는 일시적인 안정과 위로가 있기에 주변 사람들이 본인들 스스로 금연하겠다 하지 않는 이상 굳이 권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측근의 연인의 건강이 약한데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은 고려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따로 피우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흡연은 좀;;;
저도 한창 피울 때는 뭐 이건 마약과 진배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같이 피우지 않는 이상 상대방 앞에서는 안 피웠거든요.
금연이 어려우면 분리된 공간에서 피우는 것을 적극 관찰허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