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5 16:29
- 에피소드 여덟개로 한 시즌 나와 있는 대만 드라마입니다. 편당 시간은 30여분부터 40여분까지 들쭉날쭉 하네요. 참고로 시즌 피날레가 걍 클리프행어... ㅠ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사진 구도야 넷플릭스 드라마 포스터 평균만큼 구린 셈 치겠는데 저 세기말 느낌 물씬 나는 타이틀 폰트는... ㅋㅋㅋ)
- 제목 그대로 '미래상점'이라는 이름의 정체불명 쇼핑몰이 중심 소재입니다. 뭔가 엄청 간절한 염원을 가진 사람에게 핸드폰 광고 형태(...)로 뿅. 하고 나타나선 충동 구매를 시키고 홀연히 사라져요. 그리고 거기서 구매한 미래에서 온 물건과 그 효과로 인해 현세의 중생들이 범죄와 위기와 번뇌에 빠지는 일들이 생기고, 어쩌다 이런 사건들과 밀접하게 엮여 버린 형사 형제 + 형의 약혼녀... 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에피소드당 하나의 사건... 이 나오면 좋았을 텐데 안 그러구요. 에피소드 여덟개에 걸쳐 네 가지 사건이 차례로 튀어나와서 앞 사건의 후반이 뒷 사건의 초반과 중첩되는 식으로 흘러가네요.
(잘 생겼는데 자꾸만 장동민이 생각나는 주인공 1번. 강력계 형사입니다)
- 그러니까 일종의 '간절한 염원을 품은 인간에게 거래 좋아하는 악마가 나타난다'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의 변형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정체불명 쇼핑몰의 정체는 끝까지 '전혀' 밝혀지지 않는데, 앞으로도 안 밝혀질 것 같아요. 과학은 둘째 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행태를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전 그럴 걸로 확신합니다. ㅋㅋㅋ
미래에서 구매하는 물건... 이다 보니 현대에는 없는 첨단 기술로 무장한 물건이 주로 나옵니다만, 그런 거랑 상관 없이 그냥 미래에서 오기만 한 물건이 나오기도 해요. 그리고 미래 기술이 들어간 물건들은... 그 신묘함이 좀 도를 지나치기 때문에 SF 느낌은 없어요. 장르는 그냥 환타지.
그 물건 때문에 벌어지는 일도 뭐. 강력 범죄가 되기도 하지만 그냥 가정 구성원들간의 위기와 같은 소소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구요. 대체로 서로 비슷비슷하단 느낌이 들지 않도록 사건들은 다양하게 잘 구성이 되어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살짝 드립을 섞자면 '보다 보니 악의 축'인 1번 주인공의 약혼녀. 정신과 의사인데 자꾸만 본의 아니게 모든 사건과 다 얽힙니다. ㅋㅋㅋ)
- 다만... 뭐라 해야 하나. 제가 넷플릭스 덕택에 대만 드라마를 아주 조금 (겸손이 아니라 지인짜 조금. 한 대여섯 개?;;) 보면서 느꼈던 이 동네 드라마의 특징이 그대로 아주 잘 살아 있다... 라는 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이자 호불호를 크게 가를 요소입니다. 그게 뭐냐면,
결국 다 멜로에요. ㅋㅋㅋㅋㅋ
일단 전체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고 있는 형제 & 예비 신부 부터가 되게 한국 드라마스런 삼각 관계로 얽혀 있구요.
각 사건들의 중심 인물들 역시 이래저래 애절 끈적한 감정들로 몸부림치는 가련한 중생들이죠. 그게 부부가 되었든 연인이 되었든 부모와 자식이 되었든 혹은 그냥 찌질한 짝사랑이 되었든. 뭐 심플하게 싸잡아서 '멜로'라고 하기엔 다 종류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긴 합니다만, 결국엔 모두가 사랑의 노예들!!! 뭐 이런 식인 거죠. 야악간 예전 한국 드라마스럽달까.
그리고 그렇게 애절한 사랑으로 가득한(?) 분위기를 중화시키는 방법 또한 좀 한국 드라마스럽습니다.
중간중간 등장 인물들이 하하 호호 하면서 소소한 드립을 치며 노는 장면을 종종 넣는데, 이때 또 그런 분위기에 맞는 코믹한 분위기의 bgm이 착착 들어가는 게... 어찌나 친숙하든지. ㅋㅋㅋ
그래서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네요.
이런 멜로 중심 주의가 동아시아권의 공통 정서 같은 것인가... 그리고 이 한국 드라마스러움은 그런 공통 정서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아님 한국 드라마가 그만큼 아시아권에서 먹어주다 보니 다들 배워가서 이러는 것인가... 같은 뻘생각이요. 제 생각엔 그냥 둘 다 어느 정도 말이 되는 것 같네요.
(사실 배우들 생김새도 뭔가 다 친숙합니다. 저 위의 여주인공은 구혜선이랑 윤아를 섞어 놓은 것 같은 인상이고 이 분도... 뭔가 익숙한데 잘 생각이;)
- 그럼 이제 그 '미래 상점'과 관련된 환타지 미스터리 쪽 이야기를 해봐야 할 차례인데요... 음. 그게 좀 애매합니다.
일단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습니다. 전혀 설명도 수습도 안 되지만 이 '미래상점'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좀 신선한 면이 있구요. 그걸 활용하는 방법도... 에피소드 넷 중에서 둘 정도는 나름 신선합니다. ㅋㅋ 나머지 둘은 비교적 흔한 설정들이라 큰 인상은 없지만 뭐 나쁘지도 않아요.
다만 이것들을 굳이 하나의 이야기로 묶으려는 형식이 좀 애매합니다. 결국 주인공 경찰들이 이 모든 사건을 겪고, 수사하고, 해결하고 그러는 식인데요.
어차피 환타지의 영역이란 말입니다? 그러니 경찰이 출동해봐야 할 일이 없어요. 그런데 굳이 경찰들을 주인공으로 해놓다 보니 얘들한테 뭔가 할 일과 비중을 주기 위해서 이야기가 종종 이상해집니다. 무리수가 상당히 자주 꽃을 피워요. 그리고... 어떻게 생각을 해 봐도 이 '미래상점'을 경찰이 어떻게 할 수가 없을 테니 결국 주인공들은 마지막까지 별 일 못 하겠죠. 오래된 드립이지만 '스몰빌' 마냥 온갖 미래상점 사건들이 다 이 경찰들 주변인들에게만 일어난다든가 하는 부분도 그렇고.
게다가 그 '주인공들'이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도 아니거든요. 형사 둘에 정신과 의사 한 명인데 그게 느낌이 딱 '경찰서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의 주인공들 같다는 느낌이고. 또 계속 삼각관계 떡밥 날리느라 바빠서 좀 지루하기까지.
그래서 차라리 이 주인공들 없애 버리고 에피소드별로 서로 관계 없는 형식으로 가든가, 혹은 이 형사들도 걍 에피소드 하나의 주인공들로 만들든가...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암튼 대충 정리하자면 제 소감은 이랬습니다.
일단 외형적으론 때깔 좋고 보기 좋게 잘 뽑았구요. 이야기 측면에서 상당히 괜찮은 알맹이들이 있는데 그걸 엮고 포장해놓은 방식이 좀 맘에 안 들어요.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되게 재밌다고 열심히 보기엔 좀 아쉬움이 많구요.
결정적으로 시즌 피날레에서 아무 것도 해결이 안 되고 오히려 일을 벌여 놓으면서 끝내버린 게 저를 화나게 합니다. <-
하지만 예쁜 배우들도 많이 나오고 (쿨럭;) 또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다크한 환타지류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럭저럭 잘 봤습니다.
만다 비슷한 장르를 선택한 미국 드라마들의 건조 삭막한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잘 맞지 않을 것 같다... 는 생각이 강력하네 드네요. ㅋㅋㅋ
+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죽은 아들의 모습을 보게 되는 엄마 이야기였습니다. 설정과 줄거리만 놓고 보면 지인짜 대책 없는 환타지인데 엄마 배우 연기가 너무 훌륭했고 아빠 역할 배우도 괜찮았구요.
++ 막판 에피소드에 나오는 여배우 한 분이 뭔가 비주얼이 독특하게 예뻐서 기억에 남았는데요
찾아보니 이름이 Camille Chalons 라서 읭? 했는데 국적은 프랑스인인데 보시다시피... 라서 중화권에서 주로 활동하는 배우인가 보더라구요.
+++ 그러고보면 넷플릭스 '반교' 드라마판도 있었죠. 다음엔 그걸 봐야 하나... 암튼 정말 오랜만에 넷플릭스 드라마를 봤네요. ㅋㅋㅋ 요즘 제가 넷플릭스를 하도 안 봐서, 제가 공유해주고 있는 지인들을 위해 요금을 내는 기분입니다. =ㅅ=
2021.02.05 20:19
2021.02.05 20:50
2021.02.05 21:03
어 그르네요. 각국 연예인들의 얼굴이 비슷해지는 중인가 의느님은 역시 하나뿐이신가
2021.02.05 22:10
그와는 좀 다른 얘기지만 중국, 대만 영화나 드라마들을 보거나 짤로 접하다 보면 저쪽 취향이란 것도 되게 분명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자 주인공 역할 배우들 외모를 보면 뭔가 공통점이 느껴져요. 아마 서양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만요. ㅋㅋ
2021.02.07 00:59
2021.02.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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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다 멜로... ㅎㅎㅎㅎㅎ 공감되네요. 사실 스릴러에 연애 얘기 나오는거 진짜 싫은데.. ㅋ
저는 기대를 내려놓고 봐서 그냥저냥 재밌게 봅니다. 대만 드라마를 볼 때마다 '한국 드라마는 참 잘 만든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본답니다.
그런데도 보는 이유는.. 대만에 그냥 관심이 가고 정이 가서..? 어떤 소재라도 아주 세진 않은, 극단까진 안가는게 대만 스타일인 것 같아요. 뭘 그려도 좀 착하달까... 좋게 말하면 그렇고 뭔가 다 밍숭맹숭한.. (...)
미래상점도 그렇죠. 그리고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이었어요. 별로 신선하거나 새롭지 않죠. 환상특급이나 기묘한 이야기에 여러번 나왔었을 것 같아요.
Camille Chalons라는 이름을 보니 혼혈이겠죠? 저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정보가 별로 없더라구요. 전 정신과 의사로 나온 사람도 혼혈인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