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커피숍의 러브러브한 커플

2015.09.12 23:25

헐렁 조회 수:4216

바로 집앞에 걸어서 20발자국을 걸어가면 닿을 수 있는 커피숍이 있습니다. 


프렌차이즈 뭐 이런거는 아니고 그냥 개인이 하는 아기자기한 커피숍입니다. 크기는 10평이 조금 넘는 것 같고 안에 들어가면 의자가 10가 안되게 있는거 같네요. 


인테리어나 이런것들의 컨셉이라면.. 가게 곳곳에 퀸이나 벨벨 언더그라운드, 비틀즈의 에비로드같은 엘피가 여기저기 진열되어 있고 역시 엘피로도 가끔 음악을 가끔 트는 것 같네요..


메뉴도 간단합니다. 커피만 4종류 팔아요. 


가게에서 고양이를 두마리 키우는데 저는 고양이를 보러 여기에 가끔 갑니다. 커피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커피숍을 운영하는 분은 아마 연인 사이로 보이는 30대 초반(?)의 커플인데 두분이 모두 양쪽 팔 이곳 저곳에 타투를 한게 조금 인상 깊습니다. 


저도 우연치 않게 생긴 타투(아침에 일어나서 '누가 내 팔에다가 타투를!' 이런 느낌..)가 팔 위쪽에 몇 군데 있는데 이걸 자연스럽게 슬쩍 노출하면서 괜히 친한척 좀 해보려다 그만두었습니다. 제가 한 타투가 너무 소녀감성이기도 하고.. ㅠㅜ 역시 해골같은걸로 할걸 그랬어요..


그리고 암튼 두 분이 패션 스타일이 좀 비슷합니다. 두분다 요즘엔 잘 볼 수 없는 통이 큰 일자 스타일의 리바이스 청바지를 자주 입거든요. 조금 박시한 프린트 티셔츠를 입는 것도 비슷하고..


커피숍에는 사람이 많지가 않아서 제가 커피숍에 있을때면 두분이 같이 얘기도 하고 같이 커피도 내리고 고양이랑 놀고 하는걸 옆에서 자연스럽고 보고 있을 때가 있는데 두분이 사이가 정말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사이가 좋아보인다고 하기로는  좀 부족하고 특히 남자분이 여자분에게 엄청 잘 해주는 것 같습니다. 또 이 표현으로도 부족한게.. 아무튼 남자분이 뭔가 엄청 젠틀하고 자상해 보입니다. 


네.. 물론 남자분은 미남이십니다. ㅠㅜ.. 특히 저음의 목소리가 좋아요. 


가끔 고양이들이 열려진 가게 문 밖으로 나가서 좀 멀리 갈것 같은면 그 멋진 목소리로 고양이를 부르는데 고양이가 '어 뭐지? 이 멋진 닝겐의 목소리는..' 하면서 눈이 하트가 되서 휙 돌아보는 것 같은 느낌.. 아니면 '아.. 내가 저 놈 목소리 하나 때문에 저 닝겐놈이랑 같이 살아준다...' 뭐 이런 느낌..


저번에 아마 일요일 오후 6시 정도 였던것 같은데 두분이 가게를 닫고 퇴근하는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두분이 고양이 한마리씩을 각자 어깨에 올려 놓고 어깨 동무를 하고 가는 뒷모습을 봤는데..  그리고 마침 골목뒤로 석양도 깔리고.. 뭔가 보통의 평범한 연인으로 보이는게 아니라 뭔가 두분의 러브러브한 기운이 몇미터 떨어진 저한테 마구 전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전에도 다른 커플을 보고 이런 기분을 느낀적이 있었습니다. 


거의 3년 전에 대학로의 카페 벙커1에서 김어준과 인정옥을 봤을 때였습니다. 


그때 커피숍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김어준은 마치 인정옥과 둘이 있는 것처럼 인정옥의 손을 꼽 잡고 인전옥의 귀에 대고 뭐라고 조근조금 얘기를 하기도 하고 그러고 있었습니다.  


김어준이 인정옥을 보는 눈에 너무 러브러브함이 묻어나서 둘이 사귄지 몇주 정도 밖에 안된거 같았는데.. 물론 그때도 둘이 사귄지 8년이 넘은 시점..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는 사람 앞이라면 연인끼리 손을 잡고 있거나 서로 눈을 보고 웃는다거나 이런 걸 잘 안하는 편인데 둘은 뭔가 이걸 뛰어 넘는 기분 이랄까요?





집 근처에 공원이 생겼는데 거기에 '지나친 애정표현은 삼가해 주세요' 어쩌구 하는 플랫카드가 걸렸습니다. 


지나친 애정표현의 기준이 도대체 뭔지.. 아마도 공원에서 돗자리를 펴고 진하게 포옹을 하거나 뽀뽀를 하는 연인들을 보고 만든 플랫카드인거 같은데 저는 한번도 눈살 찌푸려지는 모습을 본적이 없거든요..


저는 연인들이 길에서 지하철에서 손을 잡고 뽀뽀를 하고 키스를 할때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분들은 자기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그 잘난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거죠. 게이 퍼레이드도 사실 그런거 아니겠어요? 그 분들이 뭐가 좋다고 차위에 올라가서 더운날 몇 시간 동안 웃통 벗고 춤을 추는데요.. 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겁니다. 


맨날 미국이니 유럽이니 하면서 왜 그네들의 문화들은 안 따라하고 어디 후진스러운 문화를 부러워하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모두 선진국으로 한 발 더 나아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려는 자세로, 그렇게 살아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9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3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72
115060 인체의 신비 전시회에 간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12] ZORN 2013.07.15 4218
115059 결혼 축하해요, 서태지씨. [듀게에서 서팬 커밍아웃] [9] 애니하우 2013.05.15 4218
115058 파리여성이 바지 입을수 있는 권리가 200년만에 허용됐다네요 [4] taormao 2013.02.06 4218
115057 근데 진짜 듀게 구글링 하면 개인정보 금방 뽑아낼 수 있나요??(완전 바낭에 제곧내;) [18] 비밀의 청춘 2012.12.15 4218
115056 곧 듀게에 임할지니, 영접하라 [13] 닥터슬럼프 2012.09.05 4218
115055 케빈에 대하여(스포있음), 칩거생활, 김애란 [6] AM. 4 2012.08.16 4218
115054 신라호텔부페의 한복 문제... [16] 도야지 2011.04.13 4218
115053 연애를 하는 것 자체가 죄업을 쌓는 일 같아요. [22] clutter 2011.02.24 4218
115052 현빈vs원빈 [7] 아이리스 2011.01.18 4218
115051 무민 머그가 왔습미다 /그릇의 세계 [7] settler 2010.12.06 4218
115050 '롤코걸' 서효명-이정아, 제 2의 정가은으로 '대박' 예감...이라는 기사들이 떴는데... [4] DJUNA 2010.08.10 4218
115049 다음은 씨네21의 담당자님에게서 온 메일 [13] DJUNA 2011.05.23 4218
115048 EBS 미술 다큐멘터리 지금 하네요. [10] underground 2017.02.18 4217
115047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속편 캐스팅이 빵빵하군요. [22] 자본주의의돼지 2013.04.15 4217
115046 이번 선거는 벌써 김이 다 빠져버린듯한 느낌이네요. [22] 다나와 2012.12.02 4217
115045 [잡담] 유시민은 정치계의 마이너스의 손 같아요. [12] 서른살 童顔의 고독 2012.11.13 4217
115044 조국 교수 "안철수-민주당 후보 단일화해도 진다" [9] soboo 2012.08.29 4217
115043 [냥이] 신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면 [39] 뱅뱅사거리 2012.10.08 4217
115042 수애 인물이 뛰어나군요 [7] 가끔영화 2011.12.13 4217
115041 진중권 "심형래 '라스트 갓파더'는 대국민사기" [19] chobo 2011.04.04 421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