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극장에서 스플라이스 봤습니다.
보기 전엔 몰랐는데, 영화가 끝나고 주변을 둘러보니 객석이 거의 가득 차 있었더군요.
헛웃음과 함께 "너 왜 이 영화 보러 오자고 했어"라며 서로를 원망하는 연인들이 여기저기.
그 가운데 한 장년 남성분이 일어나 계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거의 "아빠 나 임신했어요"급의 폭탄 선언을 들은 듯한 
"여긴 어디? 나는 누구?"급의 표정이었습니다.
뭐 대충 상황이 짐작갑니다만.

(영화 시작 14분 전 매표소 앞:
"여보, 우리 이 섹스 앤 더 시티 2 어때?"
"이노무 여편네, 영화 제목에 섹스가 뭐야, 섹스가. 영화는 모름지기 화끈한 SF 액션물을…"

영화 끝난 뒤:
'난 이제 우리 마누라님한테 죽었다…' -_-;)


목요일 저녁 모처럼의 극장 나들이를 충격과 공포로 마무리하셨을
이름 모를 아버님을 위해 묵념을.




- 스포일러 -



스포일러는 미리 다 읽고 갔는데,
후반부가 설명으로 듣던 것보다는 조금 실망스럽더군요. (전 좀 더 막장을 기대했…)
드렌을 땅에 묻고 난 뒤 상황들이 너무 빨리빨리 진행되고
몇몇 등장인물들의 죽음도 기대보다 약했어요.
고어를 보여주길 원한 건 아니지만 좀 더 숨가쁘고 절박하며 기괴한 상황을 원했는데.

무엇보다 드렌의 남성형은 디자인이 재미없더군요.
여성형보다 매력이 확 떨어지는데, 이건 꼭 성별의 문제는 아닌 듯.
"성별이 바뀌었다"는 상황을 비주얼로 설명하려니 그렇게 디자인한 것 같은데,
어차피 그 문제야 등장인물들의 대사로도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이고…
차라리 좀 더 중성적인 모습에 몇몇 신체 특징만 강조하든가,
아님 좀 더 과격하게 마초스러운 이미지로 밀고 나가면 좋았을 거 같습니다.

사실 제일 쉬운 방법이야 성별이 바뀐 드렌의 xx를 보여주는 것이었겠지만,
그랬으면 영화가 X등급이 될 수 있다는 건 둘째치고
난데없이 드렌의 거시기를 디자인했어야 할 미술팀과 cg팀들을 생각하니 그것도 못할 짓…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속편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과,
"하지만 나와봤자 스피시스2 꼴이 나겠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컨셉 자체가 스피시즈의 1편과 2편을 합친 셈이기도 하네요.
그럼 스플라이스 속편이 나온다면 대체 무슨 내용으로 만들어야 하려나요?



p.s.
아드리안 브로디와 그 동생은 정황상 죽은 게 확실하지만,
속편이 나온다면 살아있었다고 우겨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이 형제랑 사라 폴리 캐릭터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재미있었을텐데
영화 속에선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거 같아 아쉽더군요.
아니, 그랬으면 그거야말로 일일연속극 분위기이려나…?





c0024949_4c2214ce4041c.jpg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27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34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615
114746 당신의 어린아이가 한 말 중에 가장 소름끼쳤던 말은 어떤 것이 있나요? (임산부, 노약자 금지) [5] 스위트블랙 2014.09.03 4203
114745 베이비시터 교체 후(아기 사진 있어요) [18] 라면포퐈 2010.10.20 4203
114744 린지 로한 감옥생활 시작하는군요 [8] 가끔영화 2010.07.21 4203
114743 (혐오주의) 성누리당 끝판왕 [27] l'atalante 2012.04.10 4202
114742 오늘 무한도전 하하홍철 [7] no way 2012.01.21 4202
114741 나꼼수 호외 올라왔네요 [5] 해파리냉채 2011.12.19 4202
114740 유시민이 살아남는 방법 [12] 뚜루뚜르 2011.04.28 4202
114739 눈물겨운(?) 구직기를 통해 보는 무능력과 궁상의 인증글 [19] Koudelka 2011.04.07 4202
114738 몇가지 단어 질문드립니다. 비토가 무슨 뜻이에요~? [9] 칭칭 2011.03.22 4202
114737 당일치기 교토 관광 질문입니다-쓰루패스로 후시미이나리 - 아라시야마 - 니조성 청수사 기요미즈데라... [12] 몰락하는 우유 2010.08.06 4202
» 스플라이스: 혹은 일일연속극 "드렌의 유혹" (결말 스포일러 있음.) [6] mithrandir 2010.07.01 4202
114735 아이고 여러분 [13] 방은따숩고 2013.03.24 4201
114734 2013년, 당신이 얻게 될 3가지는? [67] 형도. 2013.02.04 4201
114733 080-089-0001 스팸문자에 낚였어요. [1] 닥터리드 2012.09.08 4201
114732 도니도니 돈까스 [7] 달빛처럼 2011.08.27 4201
114731 한국의 감옥에선 쇼생크탈출이 불가능한 이유 [10] 가끔영화 2011.07.03 4201
114730 사이버수사대 신고에 대해 아시는 듀게분들 계세요? [6] 여은성 2015.08.05 4201
114729 최악이었던, 악마를 보았다. (스포있습니다) [9] 교집합 2010.08.16 4201
114728 요새 그림에 꽂혔어요. [2] Ostermeier 2010.07.01 4201
114727 중국에도 싸이가.... [9] soboo 2013.02.10 420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