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을 먹어봤어요

2021.02.07 06:02

여은성 조회 수:467


 1.사람들은 곱창을 좋아하는 건지 술을 마시고 나면 꼭 곱창을 먹으러 가자고 해요. 한데 나는 곱창을 안좋아하거든요. 술마신 후 내게 '오빠, 곱창 먹으러 가자.'라고 하면 '난 곱창이란 음식이 참 별로더라고. 맛도 별론 것 같고 어감도 좀 그래서. 냄새도 별론 것 같아서 말야.'라고 거절해요.


 그러면 다들 그 맛있는 곱창을 어떻게 맛없어할 수 있냐면서 신기해하곤 하죠. 



 2.하지만 저 말을 잘 보면 내가 곱창을 먹어봤다는 말은 안했잖아요. 나는 곱창을 안 먹어봐서 그게 어떤 맛인지 몰라요.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눈앞에 곱창이 있어도 못 알아볼걸요. 그냥 대충 맛이 없을 것 같기 때문에 안 먹는 거예요. 



 3.최근에는 친구와 만났어요. 친구가 삼계탕을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그래서 대답했죠.


 '난 삼계탕이란 음식이 참 별로더라고. 애초에 그거 별 맛도 없는 밍밍한 국물에 닭 접어넣어서 삶아놓은 거잖아? 그런 음식에 무슨 맛이 있지? 아무 맛도 없다고. 밍밍한 국물에 닭 살코기를 대충 찢어먹는 건강식이라 너무 심심해서 별로야. 그리고 그런 음식은 닭 비린내를 조금이라도 못 잡으면 완전 망하는 거거든.'


 ...라고요. 역시 이 말만 보면 내가 마치 삼계탕을 먹어본 것 같겠지만 친구는 나를 잘 알기 때문에 속지 않았어요. 친구는 알았다고 한 뒤 홍대의 이곳저것을 거닐었는데...먹을 만한 가게가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말했어요.


 '그러고보니 40살이 될 때까지 삼계탕을 안 먹으면 조금 이상할 것 같기도 해. 40살 되기 전에 삼계탕이란 걸 한번 먹어보자.'


 그래서 삼계탕 가게를 갔어요.



 4.휴.



 5.삼계탕이란 음식은 대충 생각한 대로였어요. 하얀 국물에 닭 한마리가 들어있고 닭 몸통 안에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이런저런 것들을 집어넣은 음식이었죠. 밑반찬을 먹다 보니 삼계탕이 나와서...소금을 좀 뿌리고 먹어 봤어요. 걱정한 것과는 달리 닭 비린내는 없었고 국물도 적당히 소금과 후추를 쳐서 맛있게 먹었어요. 


 하지만 가게를 나오며...역시 삼계탕은 앞으로도 아무데서나 먹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대 정도면 음식점의 성지고, 친구가 검색해서 간 삼계탕집은 홍대 안에서도 또 평가가 좋은 곳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방금 먹은 삼계탕을 상위 5%가량의 삼계탕이라고 치면 어디서 먹든 실패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닐 것 같았어요. 삼계탕을 먹을 일이 있으면 먹되, 잘하는 곳에서 먹기로 했어요.



 6.그래서 요즘은 초밥에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해요. 사람들이 맛있다고 난리인 그 음식 말이죠. 사실 요즘은 뷔페에 갈 때마다 시험삼아 초밥을 하나씩 집어먹어 보는데...그러면 둘 중 하나예요. 비린내가 나거나 아무 맛도 안 나거나. 파크뷰나 라세느처럼 잘한다는 곳에 가서 한점씩 집어먹어봐도 딱히 맛있는 거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래도 초밥 전문점에서 제대로 초밥을 먹어본 적은 없기 때문에 한번쯤은 시험삼아 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싶기도 하네요. 



 7.어쨌든 좋아하는 음식은 실컷 먹어서 말이죠. 애초에 나는 먹는 음식이 너무 한정되어 있어서...소고기나 닭고기를 잘한다는 곳은 거의다 가 봤어요. 그래서 맨날 똑같은 것만 먹어서 질리기도 해요. 


 앞으로는 산책하다가 인도나 동남아 식당이 보여도 한번씩 가보곤 해야겠어요. 완전 본토식말고 우리나라에 맞게 조정된 곳이면 먹을 만 하겠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354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279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3210
115075 돈과 사명감.. 나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 [4] 고요 2021.03.09 537
115074 라스트 제다이 얘기도 벌써 세번째 [14] 여은성 2021.03.09 701
115073 버나드 허만 on dangerous ground [5] daviddain 2021.03.09 240
115072 이경미 감독의 2016년작 비밀은 없다를 보고(스포약간) [9] 예상수 2021.03.09 627
115071 [넷플릭스] 블링블링 엠파이어 [2] S.S.S. 2021.03.09 452
115070 [구인]엑셀로 자료 정리 [2] 탱고 2021.03.09 502
115069 미나리_척박한 맨땅에 끊임없이 우물을 파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스포&사족 다수) [10] Koudelka 2021.03.09 792
115068 라이언 존슨 감독님의 새 스타워즈 3부작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소식 [13] 나인 2021.03.09 595
115067 고생이 많은 AI 왜냐하면 2021.03.09 276
115066 헬조선이라고 하는 한국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국내 외국인을 이해할 수 있는지 [8] tom_of 2021.03.09 863
115065 시간여행자의 초콜릿상자(권진아의 여행가) [2] 예상수 2021.03.09 315
115064 커피가 없으면 삶을 시작 할 수 없는것같아요 [6] 미미마우스 2021.03.09 518
115063 행복은 어려운 것이죠. [3] 분홍돼지 2021.03.09 380
115062 소수자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이유 [8] Sonny 2021.03.09 527
115061 스타워즈 시퀄 보지마세요 [47] 사팍 2021.03.09 924
115060 자니 기타 [7] daviddain 2021.03.08 412
115059 변희수 하사 추모 행사 다녀왔습니다 [28] Sonny 2021.03.08 838
115058 미나리 이야기에 끼고 싶지만 아직 못 본 저는 [13] Lunagazer 2021.03.08 499
115057 스타 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 (1983) [11] catgotmy 2021.03.08 302
115056 불가능한 선택지를 선택한다면(듀게라는 타임캡슐) [6] 예상수 2021.03.08 37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