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차의 엔진 오일을 갈다가

2021.01.27 08:41

칼리토 조회 수:489

길가다가 오래된 수입차를 보면 두가지 생각이 들어요. 


차를 참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다, 여유가 별로 없어서 차를 바꾸지 못하고 오래 타나 보다. 


오래된 수입차를 타는 입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난 어떻게 보일까? 라는 생각도 잠시 합니다. 부질없지만 말이죠. 


제차는 이미 망해버린 스웨덴 회사 SAAB에서 만든 93(나인쓰리) 벡터(Vector)라는 모델입니다. 


구매할 당시만해도 멀쩡한 회사였는데.. 차사고 3년인가 4년 있다가 파산을 하고 소유권이 여기 저기로 넘어가나 했더니 결국 없어졌어요. 


그래서.. 당시에도 몇대 안 팔린 이 차와 그 형제들이 수명을 다하고 나면 이런 회사, 이런 차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역사의 한귀퉁이로 사라지겠죠. 조금 슬픈 일입니다. 


어제는 엔진오일과 미션오일, 에어컨 필터를 교체했습니다. 이제 막 21만 킬로미터를 달렸고.. 아직까지는 큰 고장 없이 효자 노릇을 해주고 있습니다. 살때만 해도 아이없는 신혼부부였기 때문에 불만이 하나도 없었지만 덩치 큰 사내아이 둘이 있는 지금은 커다란 SUV나 패밀리 세단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느낄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돈도 없고..(물론 무리하면 살 수 는 있겠지만) 이 차를 팔고 넘어간다는 생각 자체가 좀 그래요. 아직까지 멀쩡히 잘 달려주고 제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는데요. 흠.. 


휴대폰도 그렇지만.. 차량의 교체 주기도 대략 3년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새차를 타다가 3년.. 6-7만 킬로미터 내외에서 중고차로 넘기고.. 다시 새차를 사는 그런 패턴이 생각보다 많은 거 같아요. 물론 저처럼 10년이고 20년이고 타는 사람들도 있겠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새차 타다 팔고 또 새 차를 소비하니까 현대차, 기아차 주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그렇게 치솟는 것이겠지요. 작년에 기아차 샀다가.. 10퍼센트 먹고 팔아버린 아둔한 자가 저입니다. ㅋㅋ 


부품은 슬슬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해외에서 수입할 수 있는 거 같고.. (물론 공식센터에도 있습니다. 좀 비싸서 그렇지) 유지 보수를 해줄 수 있는 업체도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으니 큰 문제를 일으키기 전까지는 계속 탈 수 있을거 같아요. (큰문제=수리비가 차값을 초과하는 경우)


언젠가.. 이 차를 팔거나.. 더 이상 못타게 되는 날이 오면.. 제 인생에서의 한페이지도 넘어가는 그런 느낌이 들 거 같아요. 비가 조금씩 오는 저녁에.. 엔진 오일 가는 차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차는 아마도 전기차, 전기차가 시기 상조다 싶으면 하이브리드로 가게 되겠죠. 그렇게 시대가 바뀌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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