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러나 스릴러를 다루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뭘까요? 일단은 상황설정이겠죠. 해당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바깥 상황과 격리되어 있는지, 동료들은 얼마나 믿음직한지...같은 여러 요소들을 잘 조정하는 게 중요해요. 너무 긴장감의 수위가 높은 것도 불편하고, 너무 긴장감의 수위가 낮은 것도 심심하니까요.


 한데 이런 이야기에서 또한 중요한 건 독자들이 이야기를 어떻게 대하는가예요. 물론 '이야기란 재미있거나 재미없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다'라고 쉽게 단언할 수도 있겠지만...그보다는 좀더 복잡하죠.


 

 2.호러나 스릴러는 독자나 관객들에게 있어 공감을 유도할 수도 있고 관음을 유도할 수도 있죠. 자신이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이야기의 흐름에 참여하려는 독자가 있고 주인공들을 관음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독자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은 이야기 구조에 따라, 똑같은 독자를 상대하더라도 공감과 참여를 유발할 수도 있고 관음의 재미를 유발할 수도 있는 거죠. 



 3.내가 말하고 싶은 건 결국 작가는 절대 독자와 친구가 아니라는 거예요. 같은 층위에 있지도 않고요. 작가는 독자의 반응을 살필 수도, 걱정할 수도 있어요. 독자에게 아양을 떨 수도 있고요. 독자의 반응을 관찰하며 그에 맞게 이야기를 지속시키거나 또는 방향을 틀거나 또는 끝낼 수도 있죠.


 하지만 독자의 눈치를 보든 아양을 떨든 결국 이야기의 핸들은 작가가 끝까지 쥐고 가는 거거든요. 아무리 독자가 손님이고 소비자라고 해도, 독자의 반응을 보고 독자가 하자는 대로 하는 순간 그건 작가가 아닌 거니까요. 



 4.휴.



 5.'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대해 쓸까 하다가...생각해 보니 금요일이네요. 모든 금요일은 불금이 되고 싶어하죠. 아 아닌가? '금요일'자체에는 인격이 없으니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금요일을 맞은 모든 사람은, 그 날을 불금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법이예요. 컴퓨터 앞에 앉아 치즈버거를 먹으며 넷플릭스를 보든, 한강에 가서 치킨과 맥주를 먹든, 데이트를 가든 말이죠.



 6.어쨌든...오늘은 불금이 될까요? 평범한 금요일을 불금으로 만들려면 시도라도 해봐야 하죠.


 사실 나의 불금은 대개의 경우, 나에 의해 불금이 되지는 않아요. 금요일에 연락 오는 사람들에 의해 정해지는 거죠. 걔네들이 펌프질을 얼마나 잘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나가고 싶지 않다가도 부랴부랴 나가게 되곤 하죠. 



 7.한데 이런 경우도 있어요. 불금으로 만들고 싶지만 먼저 연락하기에는 좀 가오가 상하는 기분이라서 상대에게 먼저 연락오길 기다리다가...결국 성사가 안 되는 경우요. 


 누군가는 이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분위기란 게 있잖아요? 대충 주중에 대화를 하다 보면 '아 이사람 금요일에 연락와서 나를 부르겠구나.'라고 짐작되는 분위기 말이죠. 사실 그런 경우에는 8~90%정도 예감이 맞는 법이고요.


 한데 금요일날에 운동도 다 하고...사우나도 하면서 언제 연락이 오나 기다리는데도 연락이 안 오는 경우도 있긴 있단 말이죠. 그렇게 상대편이 연락을 안 하는데 내가 먼저 연락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그렇게 한 11시 정도까지 기다려 봐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이 안 오면 포기해요. 그래서 그런 날은 결국 놀러나갈 준비를 다 해놓고도 금요일날 보고 싶었던 사람에겐 못 놀러가곤 하죠. 그리고 딴 데로 방향을 틀게 돼요.



 8.가끔 그런 날을 겪을 때마다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불금을 즐기는 것보다 갑이 되는 게 중요한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예요. 금요일날 보자고 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 주중에 계속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금요일날 보게 되겠군'이라고 거의 확정이 된 상대가 있어요. 아직 5시 정도라서 연락이 올 시간은 아니긴 해요. 연락이 온다면 퇴근할 시간...6~7시쯤에 오겠죠. 


 하지만 역시 연락이 안 올 수도 있겠죠. 연락이 온다면 바로 달려나갈 준비는 해둬야 하겠지만, 연락이 안 오면 그냥 뭐...오늘 금요일은 별거 없이 끝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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