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7 06:02
1.사람들은 곱창을 좋아하는 건지 술을 마시고 나면 꼭 곱창을 먹으러 가자고 해요. 한데 나는 곱창을 안좋아하거든요. 술마신 후 내게 '오빠, 곱창 먹으러 가자.'라고 하면 '난 곱창이란 음식이 참 별로더라고. 맛도 별론 것 같고 어감도 좀 그래서. 냄새도 별론 것 같아서 말야.'라고 거절해요.
그러면 다들 그 맛있는 곱창을 어떻게 맛없어할 수 있냐면서 신기해하곤 하죠.
2.하지만 저 말을 잘 보면 내가 곱창을 먹어봤다는 말은 안했잖아요. 나는 곱창을 안 먹어봐서 그게 어떤 맛인지 몰라요.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눈앞에 곱창이 있어도 못 알아볼걸요. 그냥 대충 맛이 없을 것 같기 때문에 안 먹는 거예요.
3.최근에는 친구와 만났어요. 친구가 삼계탕을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그래서 대답했죠.
'난 삼계탕이란 음식이 참 별로더라고. 애초에 그거 별 맛도 없는 밍밍한 국물에 닭 접어넣어서 삶아놓은 거잖아? 그런 음식에 무슨 맛이 있지? 아무 맛도 없다고. 밍밍한 국물에 닭 살코기를 대충 찢어먹는 건강식이라 너무 심심해서 별로야. 그리고 그런 음식은 닭 비린내를 조금이라도 못 잡으면 완전 망하는 거거든.'
...라고요. 역시 이 말만 보면 내가 마치 삼계탕을 먹어본 것 같겠지만 친구는 나를 잘 알기 때문에 속지 않았어요. 친구는 알았다고 한 뒤 홍대의 이곳저것을 거닐었는데...먹을 만한 가게가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말했어요.
'그러고보니 40살이 될 때까지 삼계탕을 안 먹으면 조금 이상할 것 같기도 해. 40살 되기 전에 삼계탕이란 걸 한번 먹어보자.'
그래서 삼계탕 가게를 갔어요.
4.휴.
5.삼계탕이란 음식은 대충 생각한 대로였어요. 하얀 국물에 닭 한마리가 들어있고 닭 몸통 안에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이런저런 것들을 집어넣은 음식이었죠. 밑반찬을 먹다 보니 삼계탕이 나와서...소금을 좀 뿌리고 먹어 봤어요. 걱정한 것과는 달리 닭 비린내는 없었고 국물도 적당히 소금과 후추를 쳐서 맛있게 먹었어요.
하지만 가게를 나오며...역시 삼계탕은 앞으로도 아무데서나 먹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대 정도면 음식점의 성지고, 친구가 검색해서 간 삼계탕집은 홍대 안에서도 또 평가가 좋은 곳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방금 먹은 삼계탕을 상위 5%가량의 삼계탕이라고 치면 어디서 먹든 실패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닐 것 같았어요. 삼계탕을 먹을 일이 있으면 먹되, 잘하는 곳에서 먹기로 했어요.
6.그래서 요즘은 초밥에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해요. 사람들이 맛있다고 난리인 그 음식 말이죠. 사실 요즘은 뷔페에 갈 때마다 시험삼아 초밥을 하나씩 집어먹어 보는데...그러면 둘 중 하나예요. 비린내가 나거나 아무 맛도 안 나거나. 파크뷰나 라세느처럼 잘한다는 곳에 가서 한점씩 집어먹어봐도 딱히 맛있는 거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래도 초밥 전문점에서 제대로 초밥을 먹어본 적은 없기 때문에 한번쯤은 시험삼아 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싶기도 하네요.
7.어쨌든 좋아하는 음식은 실컷 먹어서 말이죠. 애초에 나는 먹는 음식이 너무 한정되어 있어서...소고기나 닭고기를 잘한다는 곳은 거의다 가 봤어요. 그래서 맨날 똑같은 것만 먹어서 질리기도 해요.
앞으로는 산책하다가 인도나 동남아 식당이 보여도 한번씩 가보곤 해야겠어요. 완전 본토식말고 우리나라에 맞게 조정된 곳이면 먹을 만 하겠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저는 타코시즈닝이 아저씨 땀냄새같아 싫었는데 몇번 먹어보니 고수처럼 먹을만 하더군요.
저도 얼마전 삼계탕먹었습니다. 삼계탕이 먹고싶은 때가 있는것 같아요. 저도 동거인이 먹고싶다해서 가서 먹었는데 나쁘지 않았어요.
근데 저는 뚝배기를 비우기가 그렇게 어렵더군요 싸달라고 하기도 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