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풍족함과 만족감)

2021.03.22 02:04

여은성 조회 수:345


 1.요즘 늘 말하지만 돈이 어중간하게 많아져 봤자 풍족해질 뿐이예요. 인생의 급이 올라가지는 않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돈을 쫓기보다는 자신의 일...업에 매진하며 사는 게 합리적인 삶의 목표죠. 


 한데 아이러니한 건 돈을 쫓는 걸 포기하고 자신의 업에 매진하며 살면 또 돈을 쓸 일이 별로 없어요. 왜냐면 전에 썼듯이 오히려 백수일 때가 돈 나갈 일이 많거든요. 어딘가에서 일을 하면 일을 하는 시간만큼은 놀이나 유흥을 즐길 수 없기 때문에 돈을 쓸 수가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자기 일을 하면서 살면 돈이 두배로 쌓이는 거예요. 원래처럼 백수인 채로 살면서 쓰는 유흥비와 식비를 아낄 수 있고 어쨌든 일을 하니까 그 일로 버는 돈도 생기거든요.



 2.사실 꼭 유흥이 아니라 일반적인 낮의 재미...먹고 마시고 사람 만나는 것도 백수일 땐 돈이 많이 들어요. 왜냐면 맛집 한번을 가도 어디 멀리 있는 데 가고 애프터눈 티나 커피를 마셔도 멀리 있고 비싼 델 가게 되니까요. 하지만 일을 하면서 그냥 끼니를 때우기 위한 밥을 먹게 되면 8천원 정도 되는 식사를 하게 돼요. 왜냐면 일단 가까이에 있어야 하고, 조리해서 서빙되는 시간과 내가 밥을 먹는 데 들이는 시간이 짧은 메뉴를 찾아야 하니까요. 


 왜냐면 너무 이름난 맛집은 일단 생활권 밖에 있고 조리 시간과 식사 시간도 상당히 걸리니까요. 가는 데 걸리는 시간, 주문해서 식사가 나오는 시간, 그걸 먹고 마시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거죠.



 3.뭐 그래요. 돈이란 건 정말...돈으로 나대려면 돈이 많아야 하거든요. 돈이 백억이 있어도 어디 가서 나댈 수가 없어요. 시 단위는 당연히 무리고 구 단위도 무리, 그냥 동네 일대에서도 돈으로 대접받을 수가 없거든요.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만 해도 건물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이 좀 있으니까요. 알짜배기 건물 1~2개 정도 가진 백억 정도 자산가도 돈으로 나댈 수가 없단 말이죠.


 물론 백억 정도의 자산가면 본인이 '돈으로 나대기 전까지는'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본인이 직접 돈이 많다고 나대려고 나서면 그순간부터는 돈으로 인정받을 수가 없는 거죠. 상대가 누구든, 상대에게 '애걔 고작 백억 가지고?'라고 비아냥거릴 권리를 줘버리는 거거든요.



 4.휴.



 5.그야 어디 가서 돈을 마구 쓰면 그땐 대접받을 수 있어요. 문제는 갑을관계를 굳이 만들어서 대접받는 것이기 때문에 이쪽이 손해죠. 무조건 돈을 써야만 대접받는 거니까요.


 갑을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사이에서도 마치 갑을관계가 형성되는 듯한 압력을 느끼게 만들려면 한 3백억 이상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맨날 쓰듯이, 3백억을 만드는 것보다는 그냥 번지르르한 직업을 가지는 게 훨씬 쉬운 일이죠.


 물론 자기가 잘났다고 여기며 사는 사람들에게 압력을 주려면 3백억보다 더 많아야 하고요. 문제는, 서울에는 자기가 잘났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요.



 6.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이럴지도 모르죠. '이 인간은 백억이 껌인 줄 아나?'라고요. 당연히 백억은 껌이 아니죠. 문제는 풍족함이라는 게 큰 장점이 아니라는 거예요. 


 백억이 더 있으면 인생이 무지무지하게 풍족해지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의 클래스가 확 달라지는 게 아니니까요. 내가 늘 말하는 '인생의 급'은 어떤 사람을 인생에 들이느냐를 말하는 거예요. 먹고 마시고 입는 건 10억정도만 있어도 만족스럽게, 그리고 고급스럽게 되거든요. 거기서 몇십억이나 백억만큼 더 풍족하게 먹고 입고 마셔봐야 체감이 잘 안 돼요. 누굴 만나느냐, 누가 만나러 찾아오느냐가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거예요.


 

 7.인터넷을 보니 사람들이 이러더라고요. 브레이브걸스의 하윤이 탈퇴했지만 sns스타로 몇십억(정말?) 땡겼다고, 그녀도 브레이브걸스 멤버들만큼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이죠. 그야 지금까지의 수익으로만 보면 하윤이 낫겠지만 글쎄요. 정말 몇십억이 있다고 치더라도 그걸로 비나 유재석이 만나러 찾아오나? 그건 아니거든요. 재력만으로 유재석이나 비를 만나려면 비교도 안 되는 재력가여야 할테니까요.


 물론 나도 명성만큼의 재력이 보장된다면 재력을 고를 거예요. 하지만 몇십억 땡기는 인생이랑, 유재석이랑 전화번호 교환하는 인생이랑 하나 고르라면 유재석이랑 예능 찍고 전화번호 교환하는 인생을 고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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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그래요. 요전에는 돈의 한계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을 썼지만 사실은 돈의 한계가 문제가 아니예요. 정확히는, 몇백억이나 몇천억을 벌 수 없는 나의 한계가 문제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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