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9 13:58
박원순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을 뒤늦게 봤습니다.
그 글을 보면서 들었던 느낌은.. 교활한 사람이네, 말 바꾸기 잘하네.. 라기보다는
이 사람 정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 고민하고 있구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 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박 시장의 발언이 보도된 것은 미국 언론이었죠. 그것도 성소수자 인권의 상징인 샌프란시스코 지역 신문.
일단 그 인터뷰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이 실수였어요.
설마 샌프란시스코 사람들만 그 신문을 볼 거라고 생각했을 리는 없겠고.. 한국 언론처럼 두루뭉술하게 써 줄 거라고 예상했던 걸까요?
그 보도가 아니었다면 동성애와 관련해서 박 시장의 개인적인 견해가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아서
서울시민인권헌장이 무사히 선포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무튼 그 이후로 박 시장이 보이는 행보는 마치 성소수자가 얼떨결에 커밍아웃 했다가, 그걸 후회하고 부인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잘 나가는 정치인으로서,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 동성애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것은 성소수자가 커밍아웃 하는 것만큼이나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구나 싶어요.
뭐, 박 시장의 속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박 시장 본인뿐이겠지만
저 사과문을 보면서 저는 박 시장이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했던 말이 진심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단지 그걸 커밍아웃할 용기가 없는 사람이었던 거죠.
소신 있고 용감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틀렸던 거고
그냥 매우 평범하고 전형적인 정치인에 지나지 않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된 겁니다.
그리고 그 매우 평범하고 전형적인 정치인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이 사회 분위기가 그렇구나. 아직도 멀고도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네요.
차라리 이게 보수 세력 표를 얻기 위한 훼이크고, 대통령이 되면 짠 하고 돌변해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추진한다든가 이러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네요. 지금 휘둘리는 사람은 나중에도 휘둘리겠죠.
2014.12.19 14:04
2014.12.19 14:08
아 그렇게 된 거로군요. ㅎㅎ 어쨌거나 박 시장이 (동성결혼 합법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동성애를 지지하는 입장일 거라고는 생각해요.
2014.12.19 14:10
저도 당연히 지지하는 입장일 거라고는 생각합니다. 다만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이니까 굳이 나서서 화살을 맞을 필요는 없는건데 어쩌다가 수렁에 빠진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어디서는 또 저 인터뷰 자체가 박시장이 기자를 불러다가 직접 이야기했다....본인이 그렇게 떠벌려놓고 여기서는 불리하니까 발뺀다고 욕하는 말도 있는데 뭐가 맞는건지 모르겠습니다. 팩트가 중요한데.... 제가 들은건 이철희 이쑤시개와 노유진 팟캐인데 아무래도 이사람들이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니 정확한 사실을 알지 않을까 싶긴한데....
2014.12.19 14:11
2014.12.19 14:46
어르신들이야 뭐 이런 문제에 크게 관심도 없을 테고, 일단 이번 행보로 기독교인들의 마음은 얻은 거 같습니다(...)
2014.12.19 14:13
2014.12.19 14:17
박용진이 몇년전에 민주당내에서 동성애에 관련된 이야길 꺼냈다가 '어디서 그런 상것들이나 하는' 뭐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박지원이 그거는 미국 민주당도 쉽게 할수없는 우리입장에선 시기상조니까 넣어두세요... 하는 식으로 대충 넘어갔다면서...... 암튼 박용진이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면서 한국에서는 아직 멀었다......그러니까 박시장 십자포화는 좀 가혹하다....뭐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고요.
2014.12.19 14:55
오바마처럼 한다면 좋겠지만.. 이번 일을 보면 오바마처럼 철저한 계산에 입각해서 보이는 행보가 아닌 것 같아요.
2014.12.19 14:29
왜 정치인이 동성애를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선동적 언어를 택일해야 합니까? 정치인은 자신의 신념을 정치적 수사로 바꿔서 말 할 줄 알아야 하고 또한 이럴 경우 바로 핵심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사람들 이라도 차별은 받지 말아야 합니다. 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동성애의 지지여부가 아니라 저 사람들이 차별을 받는 거냐?로 프레임이 바뀔 수 있고 이게 핵심이잖아요. 그들을 지지해서 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을 지지하지 않는다 해도 차별해선 안된다라고 해야죠. 굳이 정치인의 견해를 밝히라 해서 지지한다 해봤자 동성애자들에게 무슨 혜택이 돌아가나요? 오히려 당사자들에게 적만 더 생기지...
2014.12.19 14:45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사람들이라도 차별은 받지 말아야 합니다" -> 이런 수사적 발언이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차별적이고 잘못된 발언이에요. 성소수자들을 2등시민으로 규정하고, 2등시민이라도 (인심 써서) 봐주자는 게 되니까요. 이런 인식이 사회 전체에 퍼진다면 성소수자 인권 향상은 더욱 요원해지죠.
2014.12.19 15:01
인권이 어디까지 향상되어야 하나요? 그냥 모두가 누리는 자유에 나를 배제 하지 마라는 것 아닌가? 아니면 따로 그들을 위한 기본권을 제정해 줘야 하나요? 대체 어떤 기본권이 다른 시민들 보다 더 향상되어야 하는지요? 차별하지 마라는 것이 어떻게 2등 시민으로 규정되나요? 노동자를 차별하지 마라하면 노동자는 2등 시민인가요? 세입자를 차별하지 마라하면 세입자는 2등시민 인가요? 이렇게 2등시민이 많다면 그냥 2등시민 하는게 보통 시민의 자리같군요. 소수의 1등시민과 과연 1등시민이 있기나 할까도 모르겠지만 다수의 2등시민의 세상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군요.
2014.12.19 15:07
다른 시민들이 갖지 못한 기본권을 제정해 주자는 것 물론 아니고요, 특별 대우 해야 한다는 것 아닙니다. 다만 평등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거죠. 일단 개인의 성적 취향은 대중이 지지하고 말고 할 대상이 아니구요, "그런 사람들이라도"라는 표현 자체에 차별적인 시선이 담겨 있어요.
2014.12.19 15:27
그냥 그 부분은 빼고 읽으시면 되지요. 다만 어떤 경우에도, 다만 그러한 분들이라도는 중요한 법률적 표현입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차별 받지않는다와 같은류의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법률적 수사일 뿐이지 거기에 어떤 시선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14.12.19 14:29
일단 제목이 에러네요. 박시장은 커밍아웃 한적이 없습니다.
2014.12.19 14:49
비유적인 의미였지만 제목이 좀 너무 나가긴 했죠.
2014.12.19 14:42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나 말지 싶습니다.
2014.12.19 14:52
그러니까 말이죠. ㅡㅡ;
2014.12.19 14:46
제가 보기엔 박시장은 평소 성소수자 인권문제에 대한 이해수준이 깊은 편이 아니었던거 같습니다.
그닥 심각하지 않은 자세로 보편적 인권논리에 따라 미국에서 인터뷰에 응했던거 같고
한국에서는 인권프레임이 아닌 보-혁 프레임, 혹은 종교+윤리프레임으로 성소수자인권이 논란이 되는 그지같은 현실을 깨닫게 된거 같습니다.
아마 이렇게 닥치고 나서야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할거 같은데.... 좀 걱정이 되네요.
2014.12.19 14:54
인권변호사에 활동가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 수준이 깊어야 할 것 같은데.. 뭐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법이고 실제로 어떤지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면 알겠죠. 박 시장이 이번 기회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하기를 바랍니다.
2014.12.19 15:00
원순씨...내일 모레면 환갑입니다. 나이가 변명거리는 아니지만 그 나이대 분들중 아무리 깨어 있는 분이라도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젊은 세대만큼의 인식수준을 바라는건 무리죠. 인권변호사 활동을 해온 분이라고 해도 시대가 요구하는 보편적 인권활동 위주였고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활동이 한국에서 활발해진 것도 사실 오래된 일이 아니니까요.
그냥 적어도 말은 해볼만한 사람정도는 되니까, 계속 긍정적 자극을 주도록 해봐야죠.
그리고 결국은 그도 정치가니까 명분도 서고 표도 된다는걸 깨닫게 만들어야
2014.12.19 15:19
2014.12.19 15:23
그 말이 진심으로 느껴져서 좀 불쌍하기도 하고.. 디나 님이 위에 댓글에 쓰신 것처럼 번역 때문에 와전된 거라면 억울하겠어요. 완전 긁어부스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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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팟캐 들으니까요. 그게 지지발언이 아니라 '아마도 한국이 아시아에서 동성결혼 합법화가 되는 첫번째 나라가 될거같다. 한국에는 수많은 인권단체 시민단체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 뭐 이렇게 발언한건데 번역거치면서 와전된거다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저런식으로 보도가 된담에 박시장이 빡쳤다는 이야길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