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2 13:23
영화 '미나리'는 심심한 이야기입니다. 큐 클럭스 클랜이 나와서 스티븐 연을 나무에 매달지 않습니다. 아이가 납치되거나, 토네이도로 집이 날아가지 않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긴장감은 계속 거기 있습니다. '살인의 추억'만큼 농촌의 풍경이 무서웠습니다. 왜냐하면 농촌지역 이민자의 일상은 작은 사건으로도 아프게 깨지거든요. 예를 들어서 물이 안나온다든가, 전기가 끊긴다든가, 누가 뱀에 물린다든가.
한 한국인 부부가 1970년대에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옵니다. 10년 동안 부부 병아리 감별사로 일했고 그 돈은 남자의 가족 (시댁)에 들어가서 시댁은 이제 잘 삽니다. 그동안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생겼고 이제는 아내의 어머니를 미국으로 모셔올 차례입니다. 남자는 병아리 똥구멍만 보면서 살 수 없다며 미국에서 토질이 좋다는 아칸서스에 땅을 얻어 이주합니다. 트레일러를 개조한 집에서 살면서 창문 없는 창고에서 병아리 감별을 하고, 낮에는 농사를 짓습니다. 미국으로 건너온 친정 어머니는 태평하기만 한데 손자 데이빗은 할머니 미국에 왜 왔느냐고 합니다. 할머니 때문에 엄마 아빠가 싸운다면서요.
제가 이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 감정 이입을 한 존재는 한예리가 연기한 모니카입니다. 엄마 모니카는 아들 딸을 보호하고 친정 엄마를 먹여살려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10년동안 번 돈은 시댁으로 들어갔고 아이에게는 심장 문제가 있는데 남편은 50에이커에 농사를 지어서 한인마켓에 납품을 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네요. 장남인 남편은 자신의 가족이 어디부터 어디까진가 감을 잡지 못합니다. 건강 문제가 있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쓰레기를 태우지 않고 버리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도시에서 살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자분들은 스티븐 연이 연기한 제이콥에 많이들 감정 이입을 하시더군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스티븐 연은 '워킹 데드'에서 서양 여자와 연인관계를 연기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쇼 'Ugly Delicious'에서 데이빗 장 (모모후쿠 창업자)과 그 사람의 한국계 미국인 친구들도 이야기하지만, 스티븐 연이 '워킹 데드'에서 상대방 배우 여자와 키스하던 날 한국계 가정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나온다 나온다 했다고 토로하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고 말이예요. 스티븐 연은 이제 이 미국적인 이야기 - 개척자의 이야기- 에서, 좀 더 알기 쉽고 오래된 상징이 됩니다. 아담의 역할입니다. 아담이 받은 저주가 그런 거였죠.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네가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 네가 그것에서 취함을 입었음이라'. 낮 동안에 삽질하고 밤에는 몸이 아파서 끙끙대던 아버지. 팔이 아파서 병아리 통을 떨어뜨리는 아버지. 아들에게 한 번 쯤 성공하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버지. 주류사회의 여자와 키스도 못하던 아시아계 배우들이, 이제 미국의 상징인 농부 (로라 잉걸스의 '초원의 집'을 생각해보세요)를 넘어, 부실하지만 부실한 대로 아버지 노릇을 하려는 '사람의 아들'을 스크린에서 보여줍니다. 제이콥은 어린 아들에게 말합니다. 수평아리는 버려진다. 쓸모없기 때문이야. 쓸모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 아시아계 아버지들이 보면서 감정 이입을 하겠지요.
유튜브 댓글을 읽어보니까, 놀랍게도 어린 아들 데이빗, 어린 딸 앤 역할에 감정 이입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더군요. 나 역시 이민자의 자식으로 백인 커뮤니티에서 자라면서 너무나 외로웠다. 그러나 나에게는 데이빗처럼 의지할 할머니가 없었다. 이 영화에서 할머니는 애물단지고, 가족들의 소출을 부주의하게 태워버린 제사장이자, 병을 짊어지고 있어 (아마도 중풍이겠죠) 계속 가족들에게 금전적 부담이 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외로운 이민자의 자식에게는 그런 할머니도 마음을 의지할 존재이고, 있었으면 했던 상대였다는 거죠. 이민자 부모들이 돈 문제로 싸우던 밤들. 자식들이 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싸웠어도 아이들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이 싸움 장면이 각별히 와닿는다는 댓글도 꽤 되더군요. 그런 사람들에게 미나리는 어린 데이빗의 이야기입니다. 이민자 2세 어린이와 할머니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죠.
트위터에서 enhance님 (이영두 님)의 트윗을 보니까, 지금 70대-80대들에게 있어, 영화 '미나리'는 이민간 친구들의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를 들으며 떠났던 친구들.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들 스스로는 영화화 하지 못했죠.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칠 영화적 언어가 없었고 심적 여유가 없었죠. 미국 이민간 친구들의 자식 세대가 어른이 되어 만든 부모세대에 관한 영화가 '미나리'인 거죠. 누군가에게 이건 윤여정의 이야기입니다. 70대 한국 여성분들에게 있어 윤여정 배우의 영화적 성공은, 윤여정 배우의 힘들었던 젊은 날에 대한 복수에 가깝게 느껴지는 모양이더군요.
아이작 정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가족 영화라고 하네요. 코멘트를 빌려옵니다.
"'미나리'는 가족에 관한 영화입니다. 자신만의 언어를 어떻게 말할 지 배워가는 가족입니다. 어떤 미국의 언어나 어떤 외국의 언어보다도 심층적인 언어지요. 그건 마음의 언어입니다.'
“Minari is about a family. It’s a family trying to learn how to speak a language of its own,” he said. “It goes deeper than any American language and any foreign language; it’s a language of the heart.”
이렇게 해석의 여지가 많은 영화를 명작이라고 하는 거겠죠.
2021.03.02 14:07
2021.03.02 14:52
네 저도 제이콥씨 농사가 그렇게 쉬운 건 줄 알아 하고 욕하면서 봤지만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 유명한 부부싸움 장면은 특히 간결하고 통렬했지요. 그렇게 10년동안 고생해서 번 돈 다 어디갔느냐고 하니까, 남편은 이제 다들 잘 살잖아 라고 답변합니다. 다들 누구냐고, 엄마 (모니카의 친정 엄마)를 말하는 거냐고, 우리 식구를 말하는 거냐고 모니카가 되묻습니다. 제이콥이 10년간 희생해서 잘 살게 된 식구들은, 모니카의 시댁 식구들을 말하는 거죠. 나는 장남으로서 해야할 일을 했다고 제이콥이 답합니다.
이 장면은 한국적이고 친숙하면서, 또한 성경적이기까지 합니다. 성경의 야곱 (제이콥)은 7년간 노동해서 원치 않던 아내를 얻고, 다시 7년간 일해서 원하던 아내를 얻습니다. 이 부부싸움에서 관객들은 제이콥/모니카 부부가 지난 10년간 시댁 식구 (아마도 시부모)를 위해서 노동했고, 앞으로는 나이드신 친정 어머니 (장모님)을 부양해야하는 사정이란 걸 재빠르게 깨닫게 됩니다. 이 집 벽에는 십자가가 빠짐없이 걸려있고, 교회에서 집까지 오는 길에는 십자가를 지고 걷는 남자가 매번 눈에 띄죠.
한국계 이민자 가정에서 선호하는 이름 중 하나가 이삭이란 걸 알고 계신가요? 영어 이름으로는 아이작이 되고, 한국말로는 이삭 (곡식의 열매가 달리는 부분, 결실)이란 뜻이 되며, 아브라함의 아들, 야곱 (제이콥)의 아버지입니다. 이 영화 감독의 이름이기도 하죠.
2021.03.02 15:01
중요한 건 아닌데 모니카가 성 아우구스틴의 어머니 이름이라는 게 떠오르네요.
2021.03.02 15:14
아 그렇군요. 전 데이빗이란 이름도 한국계 미국인 답다 라고 생각했어요. 데이빗 많이 쓰죠. 발음하기 쉽고, 다윗은 더군다나 하나님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 인물이지요. 한인들 사는 곳에 가면 사방에 데이빗이예요. 모모후쿠 창업자로 유명인 요리사도 데이빗 장, 바이든 대통령 경호 책임자 역시 데이빗 조랍니다.
2021.03.02 15:27
2021.03.02 15:33
네 그레이스 정말 많죠. Faith, Grace, and Hope 중 그레이스를 따서 쓰는 걸로 압니다.
사실 도입부부터 제이콥이 아빠는 빅 가든 하나 만들거야, 하면서 가든 오브 이든 (Garden of Eden: 에덴 동산) 이즈 빅! 이라고 합니다.
2021.03.02 16:02
모니카의 이름이 레이철이었으면 빼박이었겠네요. 아니 그러고보니 두이름은 모두 프렌즈의... 아.. 아닙니다.
2021.03.02 16:03
I will be there for you
2021.03.02 16:20
2021.03.02 16:30
생각해보니 프렌즈 레이첼도 아버지를 거역하고 도망치는군요. 그런데 남편 대신 그녀의 마더 쉽 (mother ship) 랄프 로렌에서 일자리를 잡는 점이 차이네요.
2021.03.02 16:32
해리슨 포드가 나온 두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위트니스>에도 레이첼이 나오죠.
프렌즈의 레이첼은 루이 비통에서 일하게 되어 파리행 비행기 탔다 내려서 로스를 택하죠
2021.03.02 17:20
2021.03.02 17:37
알아요 ㅎ
프렌즈 여자3인방 중 모니카와 레이첼이 기독교에 근거한 이름인데 피비는 이교인 그리스 신화에 나온 여신 이름이라는 게 피비의 4차원적 성격을 설명해 주는 것 같군요
2021.03.02 17:56
봉준호 감독이 윌 패튼도 '미나리'에서 연기 잘했다고 해서 찾아보니 이 분은 또 극중 이름이 Paul (바울)이군요. 일요일마다 십자가 끌고 고행하는 펜타코스탈 농부.
2021.03.02 18:04
윌 패튼은 악당이나 수구꼴통같은 역 잘 할 배우인데 미나리에도 나오는군요.
2021.03.02 18:05
미치광이 같은 역할인데 연기 잘합니다.
+ 그리고 윌 패튼 역의 폴이 이 집에 와서 한식을 대접 받을 때, 비로소 가족이 완성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니카는 처음엔 이삿짐을 풀려고 하지도 않는데, 어느덧 누구를 초대해서 식사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살림이 안정되었다는 거니까요. 그리고 폴이 김치 달라고 하면서 보시기를 가져가는데, 그건 김치가 아니었다구요. 반찬이었어요.
2021.03.03 21:30
피비도 성경 인물이에요. 한글판 성경에는 뵈뵈집사라고 나오는 초기 교회 여성 지도자입니다. 물론 그 뵈뵈집사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름일 가능성도 매우 높기는 하지요 ^^
2021.03.03 21:38
기독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헬레니즘과 결합한 이름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취해 봅니다
2021.03.04 08:30
뵈뵈 (피비)는 Pheobe (포이뵈)이고 겐그레아 교회에서 일했다고 하네요. 원래는 이방인 (유대인이 아님) 이었다고 하구요. 겐그레아는 그리스의 일부이니 그리스 이름이면서 또한 성경에 나오는 이름이 되었네요. 원래는 아폴론 (포이부스)의 여성형이라고 하는군요.
"Phoebe (/ˈfiːbi/ FEE-bee) is a female given name (Ancient Greek: Φοίβη), feminine form of the male name Phoebus (Φοίβος), an epithet of Apollo meaning "bright". In Greek mythology, Phoebe was a Titan associated with the power of prophecy as well as the moon. This was also an epithet of her granddaughter Artemis."
2021.03.04 11:22
콘스탄티누스의 어머니인 헬레나가 나중에 기독교에서 떠받들여지는 것과 비슷한가 봐요. 처음에는 그리스 인에 비기독교인이었죠.
달은 여성 혹은 광기와도 연결되는데 피비란 이름은 인물 성격에 맞게 잘 지은 이름입니다
2021.03.02 14:22
섬세한 평 감사합니다. 생각하지 못 했던 다양한 시선들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사실 미나리에 대해서 이야기가 들려오는 내내 저는 "아 또 그 놈의 아버지 이야기인가.... 아버지 이야기 별로 궁금하지 않다...."라는 기분이었어요. 아버지가 이민 1세대로서 어떤 희망과 좌절을 겪어냈던지 간에, 아무튼 자기 하고 싶은대로 아칸소(사실 아칸소면 세상의 끝;;; 아닙니까)까지 온가족 끌고 들어갔으면 거기 끌려 들어간 다른 가족들 이야기가 더 궁금한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싶었어요. 예를 들어 겨자님 말씀대로 이 황당한 상황에서 어머니도 돌보고 아이들도 돌봐야하는 모니카의 입장이라든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면을 읽어낼 수 있는 영화라고 하시니 흥미가 가네요.
2021.03.02 14:58
이 영화에는 나이 좀 든 한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건이나 문화적 코드도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모니카가 데이빗에게 그런 말을 합니다. 기도를 하니까 천국을 봤다는 아이들이 있다. 너도 기도를 해보렴. 그럼 천국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이거 나이 좀 있는 한국 사람들은 기억하는 유명한 사기 사건이예요... 이 말로 인해 데이빗이 죽음을 무서워하게 되니까, 할머니가 애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하느냐면서 니가 왜 죽느냐고 합니다. '사랑해 당신을' 노래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옛날 한국 TV도 잠깐 나옵니다.
2021.03.02 18:04
쿨럭. 아칸서스는 어엿하게 미국의 중심이라구요. (가운데 쯤에...)
정이삭 감독 말에 따르면, 자기 아버지가 꿈을 쫓아서 농부가 되었던 것처럼 자기 역시 나이 먹도록 (불안정한 커리어인) 영화라는 꿈을 쫓아서 살았기 때문에,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다, 데이빗과 같은 나이 (일곱살)인 자기 딸에게 주는 영화이기도 하다더군요. "애들도 한 번쯤 아빠가 성공하는 걸 봐야할 것 아냐" 라고 제이콥이 대사를 치는데, 이 집 아빠는 골든 글로브 타는 걸 보여줬으니 큰 성취지요.
2021.03.02 16:50
봉준호 감독과 정이삭 감독의 대담을 보니 성경에서 나오는 두가지 심판 (홍수와 불)을 끼워넣으려 의도했고 그래서 초반에는 홍수를, 후반에는 화재를 넣었다고 하는군요.
2021.03.02 18:32
2021.03.03 00:49
아마 윤여정씨의 전 배우자의 눈이 맑지 않아서 싫다고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2021.03.03 01:19
2021.03.03 00:19
본문과 댓글들이 안보면 안되게 만드네요.
2021.03.03 00:58
곧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역시 윤여정 배우 출연)도 만든다는데 이 역시 여러가지로 흥미롭죠. '파친코'는 이게 한국 문학인가 미국 문학인가를 놓고 생각해볼 만한 작품이고, '미나리'는 이게 미국 영화인가 한국 영화인가를 놓고 올해 화제가 되었죠. 정이삭 감독은 예일대에서 공부하며 의대 준비하다 영화감독을 한 사람이고, 이민진 작가 역시 예일대를 나와 변호사로 일하다가 건강 문제로 작가가 되었죠. 둘다 한국계 이민자 부모 세대의 전형적인 기대 (의사, 변호사)와 다른 길을 가게 된 셈인데, 결과적으로 이 사람들이 부모 세대를 위로하는 작품을 세상에 내보냈다는 게 재미있네요.
2021.03.03 01:18
2021.03.03 11:04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지미 양 Jimmy Yang (홍콩 출신 미국인)이 그런 말을 했었죠. 'I graduated UCSD...I am not as fancy as Yale. (중략) I am a mediocre Asian at best. I got an Economics major. That was the easiest major that would still please a foreign parent."
2021.03.03 15:11
동양인하면 조용하고 수학 잘 하고 overachiever란 전형이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이민진의 책은 사실 통속적 멜로드라마같아 그게 한국계 이민2세가 쓴 자전적 경험을 담은 기록이 아니었음 문학적으로 뛰어나진 않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 통속성이 대중성 확보하기에는 좋겠더군요
2021.03.03 16:23
네 그런 스테레오타입이 지금도 있습니다. 뉴욕주민이란 필명을 쓰는 분이 있는데 (30대 초반) 그 사람도 ‘디 앤서’ 라는 책에서 바로 그런 편견에 시달렸음을 토로하고 역을 이용한 사례도 기술합니다. 내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갖고 뭐라고 할 수는 있지만 quant skill을 의심할 생각은 말라고 JP Morgan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더군요.
2021.03.03 16:42
the silent minority는 지금도 유효하군요.
여담이지만 샌드라 오가 봉준호 감독에게서 주류 동양인 남성으로 살아 온 자신감이 느껴져 신선했다고 하죠
2021.03.03 10:54
이 영화에는 1980년대 미국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도 좀 있는데,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운틴 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운틴 듀는 시대에 따라서 상품 이미지를 세 번 이상 바꿨는데, 1980년대에는 정말 '산 위에서 따온 이슬물'이라는 상품 이미지를 선전했어요. 요즘 마운틴 듀 광고만 아는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2021.03.03 12:50
저는 그냥 말장난인줄 알았는데 그런 의미도 있었군요.
2021.03.03 13:25
2021.03.03 20:21
술이었다면 우리의 리얼듀와 좋은 승부가 되었겠군요. 산로라..운치있네요.
2021.03.04 14:24
술 이야기를 하셨으니 말인데 원래 마운틴 듀는 문샤인 (밀주) 혹은 위스키를 뜻하는 거였답니다. 이게 테네시 (역시 중서부)에서 만들어진 음료인데다 굉장히 달아요. 스크류 드라이버 비슷하게 위스키와 섞어먹는 용도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2021.03.03 13:55
제 부모님의 결혼생활도 참 해석의 여지가 많은데..
제가 보면 그런데 엄마말 다르고 아빠도 살아계신다면 엄마랑은 또 다른말하실거고
그러고보면 모든 가정의 스토리가 한편의 영화겠지요.
2021.03.03 15:03
구술사 채록할 때, 나이드신 여자분들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주변에 남자가 없어야 한다고 합니다. 남자분들이 주변에 있으면 자기가 정확히 기억한다, 내가 이야기하겠다 라고 말씀들 하시고 끼어드셔서 여자분들이 입을 다문다고 합니다. 주변에 여자들만이 있어야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정말 많이 있습니다.
2021.03.03 18:59
아 그렇군요.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2021.03.03 20:22
어휴 ㅜㅜ 징글징글합니다. 진짜.
2021.03.03 22:15
2021.03.03 22:30
2021.03.04 00:53
다만 가난한 가족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의 원형을 상기시키는 이야기라는 점에 저는 주목하고 싶군요. 로라 잉걸스가 지은 '초원의 집' 시리즈에서 알만조 편에서 알만조와 아버지가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선조를 상인이나 군인(점령군)이 아닌 농부로 생각하고 싶어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나라는 군인이나 상인이 만든 게 아니라 농부가 만들었다고 알만조의 아버지는 강조합니다.
보통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도시를 선호하는데 그게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제이콥은 아칸서스에서 농사를 짓기로 하지요. '초원의 집'에서도 로라네 가족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건 의료비용입니다. 이번에 텍사스 전기 끊기는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기 끊기고 물 난리 불 난리나는 건 미국 농촌지역에서 (심지어 일부 도심에서도) 매년 보는 일이죠. 아직도 미개척 땅이 널려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미국인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이야기입니다. 물과 불로 인한 위협을 반복시키면서 (쓰레기를 태울 때 병이 폭발하는 장면들을 통해 플롯을 강화시키죠) 성경적인 메타포를 구사한 것을 고려해보면, 이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 파이어니어 이야기에 성경적 상징, 아시아 이민자 이야기를 여러번 중첩시킨 영화로 보입니다.
2021.03.04 10:19
자기 가족사가 떠오르는 영화더라고요. 그래서 뭉클하고 슬펐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집 놀러간 것도 생각나고... 그런데 폴은 약간 맥거핀적 존재같아요.
2021.03.04 14:18
저도 폴이 맥거핀적이라는 데에 동감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으면 폴은 무시무시한 캐릭터로 돌변했을 지도 모르지요.
이민 경험은 없지만 아버지가 사나이 대장부가 그래도 뭔가 제대로 해내야 한다며 이것저것 벌렸다가 어머니랑 저랑 둘이서 뼈빠지게 고생하며 메꾸다가 현재 의절하고 사는 저로서는 초반부터 제이콥 캐릭터를 도저히 고운 눈으로 봐줄 수가 없더군요. 정이삭 감독은 그래도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서 최대한 애정을 더 담아서 표현하려고 한 모양입니다만...
이건 아무래도 저의 개인적인 감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영화는 정말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