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은 열 두 살 보다가, 게임 하다가, 영화나 넷플릭스 드라마 보다가 중간중간 한 두 편씩 보고 있습니다.

전체 156 에피소드라고 하니 뭐 걍 빨리 볼 생각은 애시당초 버리고 느긋하게 보고 있죠. 올해 안에 다 보기도 힘들 것 같아요. ㅋㅋㅋ

그런데 저는 제가 보는 거의 모든 걸로 듀게에 일기를 쓰는 버릇이 있는지라, 그냥 넘어가긴 뭔가 섭섭해서 적어보는 글입니다.

그냥 에피소드를 통째로 요약해 버릴 거라 결말, 스포일러 다 있을 거에요.


번호는 에피소드 순서 그대로입니다.



1. Where is everybody?


다시 적기 귀찮고 그럴 이유도 없는 것 같아서 예전에 적었던 글 링크로 대체합니다.

http://www.djuna.kr/xe/board/13888439



2. One for the Angels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노점상 할배가 주인공입니다. 독신으로 작은 아파트에 혼자 살구요. 삶의 낙이라면 동네 꼬맹이들한테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안 팔리는 장난감도 나눠주고 하면서 사랑 받는 것 뿐이죠.

그런데 어느 날 이 양반 아파트에 검은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나타납니다. 자기 자신을 '죽음'이라 소개하면서 오늘 밤 자정 정각에 너님은 세상 떠나심. 이라는 소식을 전해주죠. 그러니까 저승사자인 겁니다.

당연히 죽기 싫었던 우리 할배는 이러쿵 저러쿵 불만을 토로하며 '죽음'씨에게 항의하고, '죽음'씨는 쏘쿨하게 그런 항의를 묵살하려 하지만 그 와중에 우리 할배는 죽음의 시점을 흥정해 볼 여지가 있다는 걸 눈치채 버려요. 

그래서 필사의 흥정 끝에 '내 인생에 두 번 없을 판매 대박, 하늘이 열리고 천사들이 내려올만큼 큰 대박을 내면 그 때 죽겠다'라는 딜을 성사시키고 기분 좋게 집을 나서죠. 심지어 저승사자를 막 놀려요. 이봐, 내가 그런 대박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난 안 죽을 거라고? ㅋㅋㅋㅋㅋ 

하지만 우리의 침착한 저승사자가 다시 쏘쿨한 목소리로 '근데 이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서. 반대 급부가 있을 거야' 라고 말 하는 순간, 아파트 밖에서 교통 사고 소리가 들리고... 하필이면 이 할배가 가장 예뻐하던 윗집 어린이가 차에 치였습니다. 의사가 출동하고, '오늘 자정쯤이 고비입니다'라고 알려주죠.

할배는 질겁을 해서 '아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그냥 나를 데려가!!' 라고 부탁하지만 쏘쿨 저승사자는 '아 그건 니가 장사 초대박 나면. ㅇㅇ' 이러구요.


드디어 자정이 다가온 시각, 아이의 영혼을 데리러 할배네 아파트로 시간 맞춰 걸어오던(...) 저승사자는 아파트 입구에 앉아서 자신을 기다리는 할배를 발견합니다. 들어가는 길에 가벼운 인사로 '님하 한 밤중에 거기서 뭐함?' 이라고 물어봤더니 장사 하는 거래요. 그래서 아니 이 시간엔 손님도 없을 텐데? 라고 따지니 할배는 걱정 말라면서... 저승사자를 상대로 영업을 시작합니다.


이 넥타이를 봐! 뭘로 보여? 이건 그냥 넥타이가 아니라고? 한 번 만져 보시지? 감촉이 다르지!? 이건 공장에서도 못 찍어내는 환상의 소재로 만들어진 것으로서 깊은 산속 뭐뭐에서 자라는 뭐뭐라는 소재인데 이건 중얼중얼...


혼신의 힘을 다한 할배의 영업에 저승사자는 점차 정신이 혼미해지고, 할배의 물건들을 이것저것 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종국에 '졌다! 내가 졌어!! 거기 있는 물건 다 사겠어!!!!' 라고 외치는 순간,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요. 어린이를 데려갈 예정 시각을 놓쳐 버린 거죠. 씨익 미소 짓는 할배.


그러고 둘은 대화를 나눕니다. 장사 대박 나셨네요? 그렇죠? 거의 하늘이 열리고 천사가 내려올 정도 아니었나요? 그렇네요. ㅋㅋㅋㅋ 그럼, 가죠.

그렇게 사이 좋게 어두운 밤거리로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비추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 뭔가 좀 전래 동화같죠. 특별할 건 없지만 선량하고 귀여운 이야기에 행상 할배와 저승 사자 배우간의 케미(!)도 좋아서 재밌게 봤습니다.



3. Mr. Denton on Doomsday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번엔 서부극이에요.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미스터 덴튼. 무능력 찌질 알콜중독자로 동네 무법자들의 장난감이죠. 술 한 잔 얻어 먹기 위해 자존심도 버리고 모든 걸 포기하고, 그나마 자길 불쌍하게 여기는 술집 주인과 여직원의 호의 덕에 그냥 간신히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술 때문에 무법자들에게 한바탕 조롱당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떠돌이 행상인 아저씨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네요.

잠시 후에 덴튼씨는 길바닥에서 총을 하나 줍고, 본의가 아닌 것이 분명한 신묘한 총솜씨를 발휘해서 무법자 대빵을 물리쳐버립니다. 그걸 보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술집 주인과 미모의 여직원님.


하지만 주인공은 즐겁지가 않네요. 본인 주장에 따르면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실 덴튼씨는 젊을 때 이름 날리던 총잡이었대요. 그 이름이 널리 소문이 나서 매일같이 결투 신청을 받으며 살았고, 본인도 그걸 즐겨서 다 무찔러버리며 희희낙락했는데... 어느 날, 평소와 다름 없이 자길 찾아온 도전자를 한 방에 처리해 버렸는데. 그게 알고 보니 십대 청소년이었다는 겁니다. 그 일로 충격을 받아 총질을 그만뒀고, 그냥 폐인이 되어서 이렇게 살고 있는 거라고.

이제 자기 얘기가 또 소문이 날 테니 (이제는 후회하고 있는) 다시 예전의 그 지옥 같은 나날로 돌아가게 될 거라 행보칼쑤가 없는 가운데 에라 모르겠다... 라고 이발소에 가서 면도 하고 자기 집에 처박혀서 어떻게 죽을까 고민을 하고 있네요.


그때 아까의 그 행상인 아저씨가 본격적으로 출동을 합니다. 지인짜 좋은 아이템이 있다면서, 첫 번째는 공짜로 주겠대요. 그러면서 물약병 하나를 주는데, 이걸 마시면 대략 십초 동안 명사수가 되어서 쏘는대로 다 맞는다죠. 그래서 샘플을 받아 마셔봤더니... 오오 끝내줍니다. 원하는대로 다 맞아요!!!


그리고 다음 날. 진짜로 하루만에 도전자가 도착을 해서 주인공은 결투에 나서요. 게다가 기분 찜찜하게 그 도전자는 또 나이가 어려 보이네요.

초긴장 상태에서 슬쩍 눈치를 보며 어제 그 약병을 꺼내 홀짝! 하고 마시면서 상대방을 보니 상대방이 공포에 질려 있습니다. 왜 그러지? 하고 자세히 보니 그 놈도 똑같은 병을 들고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둘 다 표정이 절박해져서 부들부들 떨지만 이미 구경꾼이 하나 가득이라 뺄 수도 없고. 결국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는데...


둘 다 정확하게 상대방의 총 든 손을 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죽지 않게 되었고. 다시는 총잡이 놀이는 할 수 없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주인공에겐 평온과 행복이 찾아오면서 해피엔딩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행상인과 짤막한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행상인의 이름을 알게 돼요. 'FATE' 씨였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 이전 에피소드와 뭔가 좀 비슷한 면이 있는 전개인데요. 이 시리즈에 이런 식의 전개가 유독 많습니다. 답답한 인생 살고 있던 주인공에게 찾아와서 축복 혹은 저주를 주고 가는 누군가... 

 암튼 '둘 다 그 약을 받았다!'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좋았고 그 후의 해결책(?)도 괜찮았습니다. 역시 재밌게 봤어요.



4. The Sixteen-Millimeter Shrine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현대판으로 리메이크하면 제목을 4K Shrine으로...)


제목의 '16밀리미터'는... 네. 영화 필름 얘기죠.

젊어서 잘 나갔던, 지금은 나이 먹고 잊혀져가는 여배우가 주인공입니다. 그래도 젊어서 워낙 잘 나갔던 덕에 으리으리한 저택에 상주 가정부까지 두고서, 커다란 방 하나를 영사실로 꾸며놓고 그 방에 처박혀 본인 리즈 시절 필름들 돌려가며 살고 있어요.

다만 문제는... 추억에 꽂힌 게 좀 과해서 점점 현실 부정 단계로 나아갑니다. 자기 잘 나갈 때만 다 좋았고 요즘 것들은 다 구리네 어쩌네 하는 수다는 기본이구요. 아주아주 오래간만에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다길래 헐레벌떡 갔다가 주연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버럭버럭 폭언을 쏟아내기도 하고. 그나마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기 챙겨주는 매니저(인지 변호사인지;)에게도 늘 성질만 부립니다. 그러다가...


...사실 이야기가 별 거 없어서 그냥 결론으로 건너 뛰자면, 결국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져 버려요. 그리고 이 분을 찾아 해매던 매니저가 그녀를 발견한 장소는 바로 개인 영사실 스크린 속. 그 곳에서 자신의 영화 속 인물들의 젊은 시절 모습들과 함께 행복하게 파티를 벌이는 모습으로 마무리.


 

 - 마지막에 매니저가 보여주는 알쏭달쏭한 표정이 나름 인상적이었습니다만, 이야기 자체는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아이디어가 30분을 못 버텨서 이야기가 억지로 느리잇 느리잇해지는 느낌. 지금까지 본 중엔 가장 별로였네요. 



5. Walking Distance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입니다. 뉴욕에서 살고 방송 관련 직장에서 꽤 잘 나가는 중인가 봐요. 그래서 싸가지도 좀 없구요.

암튼 무슨 일인지 차를 타고 신나게 달리다가 기름도 채우고 정비도 좀 해야할 것 같아서 길에서 보이는 정비소에 차를 세웠는데, 그러고나서 보니 그 동네가 자기가 어려서 자란 동네 바로 옆이네요. 그래서 '걸을만한 거리죠?' 라는 걸 확인하고는 정비가 되는 동안 동네 구경을 가요.

도착한 동네를 돌아보며 어익후, 내가 어렸을 때랑 변한 게 하나도 없군? 건물도 똑같고 아이들 노는 것도 똑같고 내가 좋아하던 카페 아이스크림 소다 맛도 그대로인데 가격도 그대로이고...


 네. 타임슬립이죠. 

 그래서 주인공은 이런 장르물에 익숙한 우리 관객들 입장에선 이해가 안 가는 행동들을 막 하고 다닙니다. 자기 살던 집에 가서 젊은 시절 엄마 아빠를 보고는 '내가 니 아들이다!!!'라고 외쳐서 충격과 공포에 빠트린 후에 왜 못알아보냐고 억울해한다든가(...) 청소년 시절의 자신을 보고 무턱대고 따라다니며 갸 입장에선 못알아먹을 소릴 해서 결과적으로 겁을 준다든가.


 결국 마지막엔 이렇게 됩니다. 회전목마 타고 잘 놀고 있는 과거의 자신에게 '꼭 할 말이 있어!!!' 라고 외치며 쫓아가고, 그걸 피해서 도망가던 과거의 나가 큰 다리 부상을 입습니다. 고로 본인도 다리에 장애가 생기구요. 이렇게까지 해놓고서 기껏 던지는 그 '꼭 해야할 말'은 뭐냐면...


 어린 시절은 소중하니 열심히 즐겨라.


 음...;;


 잠시 후 과거의 아빠가 나타나요. 근데 이 분은 주인공의 지갑 속 물건들을 보고 이 양반이 자기 아들 미래의 모습이라는 걸 납득했습니다. 장르물 팬이셨나봐요 그래서 어찌저찌 대화를 주고 받다가 마무리로 이 에피소드의 주제를 낭독해 주십니다. '누구나 자신의 때, 자신의 시기가 있는 것이니 지난 시절 그리워하며 집착하지 말고 너의 현재를 열심히 살며 니 현재의 기쁨을 좇아라.'


 그 말에 감동 감화된 주인공은 터덜터덜 걸어서 돌아가겠죠. 네, 이걸로 끝입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아빠한테 혼나는 중)



 - 에피소드 4와 막상막하로 재미가 없어서 사실 이때 아주 조금은 블루레이 구입을 후회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



6. Escape Clause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자신의 건강과 생명에 극단적으로 집착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아무데도 아프지 않은데도 침대에 드러누워 의사를 부르고, 건강하다는 의사 진단에 돌팔이라고 욕을 하고, 자신의 집착증에 완벽하게 호응 못 해주는 아내를 괴롭히고 비난하고 그러는 진상 아저씨에요.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에게 악마가 나타나서 거래를 제안합니다. 절대 아무 데도 아프거나 다치지 않는 영생을 보장하겠다. 대신 혹시라도 니가 죽고 싶어지면 내가 죽게 해줄 순 있는데, 그럴 경우엔 그 댓가로 너의 영혼은 나의 것이다. 대충 이런 조건이에요.


 자기애가 넘치는 주인공님께선 똑똑한 척하면서 악마에게 이것저것 따져봅니다. 조건이 너무 심하게 좋잖아요? 근데 아무리 따져봐도 문제가 없습니다. 영원불멸은 물론이고 노화도 스톱! 진짜로 니가 원하지 않으면 안 죽어도 돼!!! ...그래서 오케이하고 행복해지죠.


 근데 금방 문제점을 깨닫게 됩니다. 그동안 자기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근심 걱정 덕에 늘 강렬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왔는데, 그 스트레스가 몽땅 말끔히 사라지니 사는 게 너무 지루한 거에요. ㅋㅋㅋ 그래서 막 출퇴근길 전철 바퀴 밑으로 뛰어들고,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고, 하수관 청소액에 독을 타서 원샷 해보기도 하고... 하지만 그마저도 금방 질려 버렸습니다. 그래서 결국 불쌍한 마누라를 붙들고 괴롭히고 귀찮게 하다가... 사고로 와이프가 죽어 버려요.


 그때 주인공의 머리를 스치는 멍청한 생각. 아, 전기 의자는 좀 재밌을지도?

 그래서 주인공은 경찰에게 전화해서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고 주장하고, 재판을 받는 내내 싱글벙글 웃으며 유죄 판결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변호사님이 너무 유능하셨던 겁니다. 판결은 가석방 얄짤 없는 종신형. ㅋㅋㅋㅋ 망했죠. 문자 그대로 영원히 감옥에 있어야 해요. 자유로운 바깥 생활 조차도 지루해 죽겠는데!!!


 당연히 이 타이밍에 딱! 하고 악마가 나타나고. 주인공은 악마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주인공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심장 마비로 죽습니다.

 끝.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처음 나올 때 너무 재수 없는 인간으로 그려져서 이런 결말이 나와도 뭐...)


 - 제목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면책 조항'쯤 되는 것 같습니다. 결말 자체는 뻔하게 예측 가능한데, 거기로 가는 과정은 나름 재밌었어요. 특히 변호사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 판결을 받는 순간 '우리가 해냈어요!!' 라며 엄청 기뻐하는 장면이 뻘하게 웃겼네요. ㅋㅋㅋ



7. The Lonely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외계입니다. 그런 걸로 해 주세요.)


 황량하기 그지 없는 어딘가에, 허접하기 짝이 없는 판자집 같은 곳에 아재 한 명이 혼자 살고 있네요. 

 나레이션에 따르면 이곳은 아스테로이드 벨트(...)래요. 미래의 신개념 교도소인 겁니다. 아무도 없는 별에 처박아 버리기!!

 그 양반의 유일한 낙은 몇 개월에 한 번씩 찾아오는 보급대입니다. 오늘이 그 날이구요. 보급대 대장 아저씨한테 이러쿵 저러쿵 친한 척하며 좀 놀아달라고 애원을 하지만 그 양반은 우주의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15분 안에 출발해야 한다며 매정하게 자르고... 가면서 커다란 상자 하나를 주고 갑니다. 자, 이게 니 구원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네. 어쩌라고


 모두가 떠난 후에 상자를 열어 보니 그 안엔 짜잔! 미모의 여성 로봇이 들어 있습니다. 너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대요.

 처음엔 황당함과 자존심 때문에 싸늘하게 튕기던 아저씨는 차차 그 로봇에 정이 들고. 결국 사랑에 빠집니다. 아주 순진무구하게 둘이 함께 밤하늘의 별 구경하고 그래요.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던 나날이 지나고 다시 또 보급맨이 찾아오게 되는데...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인간과 로봇의 러브 스토오리)


 사면되었답니다!! 사건을 재조사해 보니 정상 참작 여지가 충분해서 넌 이제 해방이래요. 15분 안에(...) 자기들 로켓 타고 함께 돌아가면 되는데, 우주선 사정상 니 개인 짐은 15파운드(왜 이리 15에 집착해;) 이상 실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응? 그럼 로봇은 어쩌라고? 


 그건 그냥 짐일 뿐이니 걍 두고 가면 된다. 는 보급팀장에게 주인공은 격하게 항의합니다. 그녀는 그냥 로봇이 아니야! 그녀에겐 인격이 있다고!! 나는 그녀를 사랑해!!! 으어어어어어!!!!!


 그래서 전 여기서 주인공이 결국 사면을 내다 버리고 그 별에서 로봇과 둘이 알콩달콩 살아가게 되는 엔딩을 예상하였으나...

 쏘쿨한 우리 팀장님이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냅다 로봇의 면상에다 갈겨 버립니다. 쿨럭;;

 그리고 얼굴이 파손되어서 지지직거리며 주인공의 이름을 반복하는 로봇을 보고 오만정이 다 떨어진 주인공의 표정을 보여주며...

 네... 그렇게 끝납니다. ㅋㅋㅋㅋㅋ



 - 이것도 꽤 재미 없는 에피소드였는데, 마지막 보급팀장님의 화끈한 해법과 이어지는 허망한 마무리 때문에 좀 웃었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건 이런 대사가 나와요. '사실 그녀는 나의 모습이다. 나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고 내가 기뻐할 말을 해주고... 중얼중얼.' 작가 양반, 그러니까 로드 설링이 이야기를 대충 막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죠.



8. Time Enough at Last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러고보니 요즘엔 이런 안경 쓴 사람이 거의 안 보이네요)


 한 은행원 아저씨의 업무 모습을 비춰주며 시작합니다. 시력이 굉장히 안 좋아서 도수가 엄청 높은, 그래서 눈이 막 왜곡되어 보이는 안경을 쓰고선 손님에게 쓸 데 없이 '데이빗 커퍼필드란 책 읽어 보셨어요? 거기 캐릭터 이름이... 블라블라' 이런 소리나 하면서 정작 본인 일에 집중을 못 해요. 지금도 고갱님에게 돈을 덜 세어줬다가 항의를 받네요.

 지나가던 상사가 슬쩍 쳐다보니 일하면서 무릎에 책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게다가 방금 그 손님이 지나가니 자리 비움 팻말까지 사용하는 꼴을 목격하니 가만 둘 수가 없겠죠. 데리고 와서 막 갈구는데 이 눈치 없는 아저씨는 '집에 가면 와이프가 제 책을 다 찢고 내다 버려서 직장 밖에 책 읽을 곳이 없다구요!!' 같은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네요.

 집에 가서도 마찬가집니다. 마누라가 내다 버리고 찢는 와중에도 여기저기 뭘 숨겨 놓고 계속 읽으려 들죠. 하지만 한 수 위인 와이프에게 완벽하게 제압 당하고 슬퍼하면서 장면 전환.

 다시 직장입니다. 일 하는 척 하다가 다시 팻말 올려 놓고 서랍에서 책을 꺼내선 슬쩍 튀죠. 어디로 가야 안전할까 고민하다가 택한 곳은 은행의 안전 금고!! ㅋㅋㅋ 그 안에서 흐뭇하게 책을 펼쳐드는 순간 콰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진 같은 진동이 금고를 덮칩니다. 정신을 차린 후 금고를 빠져나와 보니... 


 지구는 멸망했습니다!!!

 The Last Man on Earth가 되어 잿더미가 된 자기 동네를 헤매는데. 음식 같은 건 풍족하지만 첫째로 외롭고, 둘째로 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도시를 헤매고 헤매다가 우연히 권총을 발견. 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주인공의 눈에 쓰러진 도서관 간판이 들어옵니다. 만세!!!

 콧노래를 부르며 '이제 나에겐 책도 많고 시간도 무한대로 있다네~' 라며 월별, 연별 읽을 책들을 정리해서 쌓아놓고 흡족한 미소를 띠며 계단에 앉는데, 그 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이 눈에 들어와서 이건 뭐지... 하고 집어 들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안경이 떨어져서 깨집니다.


 절규.

 열심히도 분류해서 쌓아 놓은 책더미들에 둘러쌓여 눈물 흘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비춰주며 엔딩입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 장면의 세트가 은근 럭셔리한 게 인상적이었는데. 알고 보니 1960년 '타임머신'을 위한 세트를 빌려 찍었다네요. 그 영화도 다시 보고 싶군요)


 - 결말이 너무 사악한 것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 Perchance to Dream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 시절다운 '악몽'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주 그냥 인생이 피곤해 보이는, 하지만 차림새는 멀쩡한 신사가 비틀거리며 도심의 고층 빌딩에 들어갑니다. 정신과 의사를 찾아왔네요.

 이 양반은 상담실에 들어서자마자 자리에 드러 누워 버리고, 눈을 감았다가, 뜹니다. 그러고는 의사에게 긴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죠.


 그러니까 자기는 어려서부터 상상력이 남달랐답니다. 벽에 걸린 배 그림을 보고 '움직인다!'고 상상하며 한참 들여다보면 실제로 움직이더래요. 괴상한 능력인지 위험한 상태인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큰 문제는 없이 무사히 자라서 나이를 먹었는데. 그거랑 전혀 상관 없이 심장에 병이 생겨서, 무리한 부담이 가면 심장마비로 죽을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이후로 생활에 엄청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근데 문제는 몇 주 전, 신문에서 자동차 뒷자석에 숨어 있다가 운전자를 죽인 살인 사건 기사를 읽고는 거기에 꽂혀 버렸다네요. 그리고 며칠 뒤 밤에 혼자 운전하다가 기어이 뒷자석에 기묘한 여인이 앉아 있는 걸 발견하고 당황하다가 교통 사고를 내버렸답니다. 다행히도 살아 남았지만 의사들이 '한 번만 더 충격을 받으면 너 죽어'라고 했다고.

 

 그리고 며칠 뒤부터 기이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군요. 괴상한 놀이 공원 같은 데 자신이 놀러가서, 아까 환상으로 봤던 그 여인을 만나는 꿈이래요. 근데 이걸 잠이 들 때마다 이어지는 내용으로 시리즈 꿈을 꾸는 중인데, 자기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 직전에 깼기 때문에 한 번만 더 잠들면 백퍼 죽을 거래요. 그래서 잠이 들지 않으려고 각성제를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80여시간을 버티는 중이라고.


 근데 뭐... 결국 의사 너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될 거야. 나 그냥 갈게. 라면서 주인공이 휭 하고 상담실을 나가는데, 상담실 앞에 앉아 있던 접수 보는 아가씨가 꿈속의 그 여인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으악 이게 뭐야! 하고 상담실로 돌아온 주인공은 갑자기 으어어어어하고 소리를 지르며 상담실 창문 밖으로 뛰쳐 나가 버립니다. 그리고 여긴 고층 빌딩이고. 당연히 주인공은 사망.


 ...인데요. 다음 장면은 다시 상담실이고, 의사는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있는데, 주인공은 처음 들어왔을 때 누운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습니다?

 잠시 후 여차저차해서 의사가 확인해보니 주인공은 누워서 죽었어요. 그리고 의사 말에 따르면 이 양반은 상담실에 들어오자마자 자리에 뻗어서는 2초만에 잠이 들었답니다. 심장 마비라도 온 게 아닐까요... 라는 접수 아가씨의 말과 함께 엔딩.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접수원이 꿈속 여인과 똑같이 생겼다는 게 포인트.)


 - 에피소드 자체는 참 재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꿈속 꿈'의 아이디어가 꽤 시대를 앞서간 느낌이어서 나름 인상적이긴 했네요. '오픈 유어 아이즈' 생각도 조금 나더라구요.



네... 일단 제가 본 건 여기까지구요.

사실 이 글의 중반쯤부터 '아악 이 글은 망했어. 진짜 재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동안 쓴 게 아까워서 걍 더 써서 마무리했습니다.

이젠 이런 짓 안 할 거에요. ㅋㅋㅋㅋㅋ



 + 오프닝 테마 음악은 버나드 허먼이 맡았습니다. 아, 당연히 우리(?) 대부분이 기억하는 80년대 환상특급 테마곡 아니에요. 전혀 다릅니다.


 ++ 이 블루레이가 한 가지 맘에 드는 것이, 단순하게 에피소드들만 모아 놓은 게 아니라 방영 당시 시청자들이 본 것들을 거의 그 모습 그대로 살려 놨어요. 말하자면 에피소드가 끝난 후에 '광고 보고 계속할게요' 라는 성우 코멘트가 들리구요, 광고는 스킵된 것 같지만 광고 후에 이어진 같은 채널의 다른 드라마 홍보는 그대로 실어 놨습니다. "스티브 맥퀸의 Wanted: Dead or Alive를 기대하세요!!" 라는 식의 멘트와 함께 짤막하게 그 드라마 영상이 보이구요. 그것까지 끝나고 나면 다시 성우가 '이 쇼의 호스트 로드 설링씨에게서 다음 이야기 소개를 듣죠!' 같은 대사를 치고 로드 설링이 등장해서 다음 에피소드의 간략한 도입부 스토리를 읊고 주연 배우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다음과 같이 끝내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네. 기나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 그만큼 복받으셔서 편안한 밤 보내실 수 있을 거에요. ㅋ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64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19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349
114893 <소울>을 보고 예전에 여기에 올렸던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글을 떠올리면서 받은 특별한 감동에 대해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10] crumley 2021.02.17 880
114892 키네마 준보 2020 베스트(내용 업데이트) [1] 예상수 2021.02.17 660
114891 슬기로운 의사생활 아시는 분 있나요 ? [6] 미미마우스 2021.02.17 840
114890 아이즈원&소유, ZERO:ATTITUDE (Feat.pH-1) 메피스토 2021.02.16 319
114889 영화 두 편 [3] daviddain 2021.02.16 413
114888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3] 가끔영화 2021.02.16 392
114887 [바낭] 정말 주변에서 다 욕하는데 혼자 재밌게 본 영화 [17] 로이배티 2021.02.16 1169
114886 중국의 한복공정에 대한 이런저런 잡설들 - 고려양과 명나라 한푸의 실체 [19] Bigcat 2021.02.16 2888
114885 게임 구경하기. [8] 잔인한오후 2021.02.16 446
114884 청와대 청원 - 얼마전 IFC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아내입니다 예상수 2021.02.16 967
114883 정바비 2 [8] 칼리토 2021.02.16 1024
114882 승리호 호불호 갈리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 [5] 미미마우스 2021.02.16 1010
114881 안철수-금태섭 TV토론은 일단 금태섭이 포인트 땄군요. [2] 가라 2021.02.16 677
114880 [게임바낭] 욕 나오게 어려운 옛날(?) 게임, '닌자 가이덴2'를 끝냈습니다 [6] 로이배티 2021.02.16 848
114879 '승리호'가 너무나 명작이라고 생각되는 이유가.... [7] S.S.S. 2021.02.15 1392
114878 나와 봄날의 약속 가끔영화 2021.02.15 238
114877 스파이더맨(2002) [5] catgotmy 2021.02.15 411
114876 안부를 묻다 [1] 예상수 2021.02.15 273
114875 김훈을 기억함 [21] 어디로갈까 2021.02.15 1216
114874 승리호를 봤습니다. (스포일러 잔뜩) [12] eltee 2021.02.15 97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