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기계, 퇴화되는 감각

2010.06.07 14:19

DH 조회 수:4223

새 게시판엔 처음이네요. 반갑습니다. ㅎㅎ

 

밑에 올라온, 신형 아반테에 자동 주차 시스템이 적용된다는 글 보니 생각나서요.

 

처음 몰았던 차는 수동변속기를 단 작은 차였습니다. 네비게이션도, 후방감지기도 없었어요. 그걸 한 2년 탄 것 같습니다. 많이 헤매긴 했지만, 그럭 저럭 잘 탔어요. 멀리 놀러갈 때는 인터넷 지도에서 가는 길을 찾아서 프린트해서 들고갔고, 평행주차는 완전 지옥이었지만 그래도 극복했습니다. 묘기 수준의 주차는 못하지만, 그래도 남들도 하는 주차 수준은 할 수 있게 됐다고 할까요.

 

그러다 네비게이션을 달았는데, 이때부터 슬슬 길찾기 감각이 둔화되기 시작하더군요. 모르는 길도 두려움 없이 가게 된 건 좋은데, 어쩌다 네비가 안되면 패닉이에요. 그리고 지도를 안보다보니, 멀~리 갈 때는 지금 가는 이곳이 우리나라 지도에서 어디쯤인지에 대한 감각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뻔히 갔다온 곳인데도 그곳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도착지점 바로 앞 지리는 기억하는데 정작 그 지역이 어디쯤인지는 모르는 현상이... ㅠㅠ

 

후방감지기가 더 치명적입니다. 후방의 거리에 대한 감이 없어지고 양쪽 백미러를 보는 주의력도 산만해졌습니다. 어쩌다 후방감지기가 없는 차를 빌려타다가 긁어먹기도 했고, 지금도 아무 생각 없이 후진하다가 삐익!!! 소리를 듣고서야 급브레이크를 밟고 "내가 저걸 왜 못봤지?" 하며 자학하는 일이 생깁니다. 수동변속기 차량을 다시 몰 기회는 없었지만, 아마 지금은 수동변속기 차량을 주면 시동 수십번 꺼먹을 것 같습니다. 제때 기어 변속 안해서 차 다 망가뜨릴 것 같아요.

 

뭐 기계가 편리해지는 건 어쨌거나 좋습니다만, 문득 기계때문에 제 감각이 퇴화된다는 걸 느낄 때면 기분이 좀 묘해요. 그렇다고 기계를 버릴 수도 없고 말이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7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2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45
115082 '생계곤란 대상자' 김무열의 원래 꿈은 공무원? & 국가공인 일수가방 [8] 닥터슬럼프 2012.06.21 4223
115081 독거인들을 위한 잡지가 생겼네요. [12] 자본주의의돼지 2011.07.15 4223
115080 미어터지나보군요 지산.. [14] bebijang 2012.07.27 4223
» 발전하는 기계, 퇴화되는 감각 [11] DH 2010.06.07 4223
115078 네이트판 '효도는 셀프' [10] Johndoe 2010.07.23 4223
115077 동성애는 지지하지만 내 아이는 싫다는 마음 [67] 우중다향 2015.07.03 4222
115076 이병헌 [레드: 더 레전드 Red 2] 출연진 한명한명과 촬영장에서 인증샷 [9] Guillaume 2013.07.11 4222
115075 웹툰 <치즈인더트랩> 2부 56화 늦여름(1) [13] 환상 2012.07.25 4222
115074 슈퍼스타케이3 중에 가장 느낌이 온 참가자 [13] troispoint 2011.09.25 4222
115073 허재 감독 성격 많이 죽었어요. [7] 달빛처럼 2011.09.25 4222
115072 백합코드가 뭐냐고 묻는 임나미.twitter [5] 사람 2011.05.25 4222
115071 을지로3가 안동장, 옛날식 간짜장을 맛있게 하는 서울 시내 몇 안 남은 곳 [15] 01410 2010.10.30 4222
115070 요새 고지방 저탄수가 유행이던데 [13] 게으른냐옹 2016.10.03 4221
115069 프로메테우스 보고 왔습니다..첫장면 관련(스포) [8] 엽기부족 2012.06.10 4221
115068 란마 1/2의 핫포사이(팔보채) 할배의 실사판이 있군요. [8] 자본주의의돼지 2012.07.06 4221
115067 '통일세 준비할 때 됐다' [18] bogota 2010.08.15 4221
115066 그리스가 싫은 한국 교회와 눈 인증(?) [15] 셜록 2010.06.29 4221
115065 응답하라 1988 요번주 편을 보고 [18] tempsdepigeon 2015.12.13 4220
115064 인생에서 꼭 읽어야 할 책도 해봐요 [96] 싱글레어 2014.12.13 4220
115063 요즘 호주 거리에는 한국 맥주를 마시는 호주사람들이 간간이 보입니다 [16] 파릇포실 2014.06.05 422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