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인에 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보았습니다.

 

초로에 접어든 그들의 결집이 대체로 파악된 요인 같군요.

 

나름대로 그 이유를 고민하고 싶어 몇 자 적어봅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과거 그들의 롤모델이었던 일본의 불황이 20년 넘게 이어지고 아파트 불패 신화가 주춤한 듯 보이는, 경제 붕괴에 대한 두려움,

 

봉양을 의무로 여겼던 자신들이, 자의든 타의든 그것을 대물림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당혹스러움,

 

더불어, 미증유의 체험이었던 노무현 정부와 그의 비극이 안겨 준 허무함,

 

그리고 현재의 박탈감.

 

 

결국, 그들은 이러한 불안에 영혼을 빼앗긴 채,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를 알지 못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려 엄한 구실을 대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그녀가 불쌍했다, 걔가 싸가지 없이 어른한테 대드는 꼴이 보기 싫었다, 전성기(과연 그런 적이 있었는지가 의문인)를 다시 누리고 싶었다." 등등이지요.

 

죄다 그들의 나약함을 숨기려는 핑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젠 재산을 불릴 방법을 모르고, 경험도 전통도 소용없어지고, 무시당하는 것 같은, 그래서 너무 불안했던 그들이 그토록 섬겼던 그 지점으로 돌아가, 인생 최초로 섬김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은 큰 오산이지요.

 

 

처자식에게 군림하던, 며느리를 다스리던, 동료를 모함하던 그들이,

 

돈만을 칭송하던, 권력에 조아리던, 자면서도 눈치 보던 그들이,

 

초조함을 진정시키기 위해 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하고 싶었던 유일한 선택을 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그들의 불안을 다독일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지나고, 

 

분노와 섭섭함이 가라앉으면, 그때   

 

그들의 여생이 불행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P.S.

잘 알지도 못하고, 이런 글 쓴 적도 없었는데 정신없이 며칠을 보내고 나니

 

허탈해 하는 아내에게, 의아해 하는 아이들에게 뭐라도 해줄 말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부족한 머리를 굴려봤습니다.

 

지금은 술기운에 올리지만, 내일 펑할지도 모르겠네요.

 

지적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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