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1 20:12
정부가 3단계 격상을 많이 망설이기도 하면서 이에 따른 대책 없이 그저 일 안하고 노는걸로 보입니다. 적어도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써 보자면요...
1. 3단계 격상이 되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타격을 입는것이 인간의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음식과 교육 부분이죠...안 그래도 코로나 이전에도 학력부진 혹은 학력 저하 학생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원격 수업이 일상화 되면서 갈수록 학력부진이 심화되고 있어요. 게다가 학부모들은 집에서 가르쳐야 할 기본적인 가정교육도 모두 다 학교에서 가르치길 원하며 내려놓고 있으니 더더욱 속수무책이죠...여기에 빈부격차를 포함하면 사태는 심각해집니다. 이 상황에서 3단계를 때리면...아마 내년에는 초등은 기본이고 중등학생들도 기초 학력 부진자들이 대거 발생할 겁니다.
그리고..아이들이 학교로 오는 가장 큰 이유...바로 급식이죠. 기본적으로 '점심 한 끼'를 국가 돈으로 무상 해결 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무상우유급식을 하는 학생들에겐 우유 하나하나가 참 소중하죠...누군가에겐 우유1개가 참 맛없고 먹기 싫은 음식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학교를 나오는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수 많은 급식 납품업체들도 본사가 낀 업체가 아닌 일반 영세업자인 경우 3단계 격상시 큰 타격을 입습니다. 현재 2020학년도 교육과정이 얼마 안남았어요...상당수 학교는 내년 1월 중순까지만 진행하고, 다른 학교들은 예정대로 1월 방학 하고 2월까지 넘깁니다.
2. 저희 학교 한정으로 하자면...현재 3분의 2 등교하는 비수도권 지역 초등학교입니다. 200명 이상 300명 미만이고요. 참고로 300명 넘어가면 3분의 1 등교이고, 100명 이하의 학교는 전원 등교합니다. 대다수 학교들은 학년별로 묶어서 감축등교를 하거나 학급별로 묶어서 감축을 하거나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교실 하나에 가둬 놓고 공부시키는건 다를바 없습니다...휴~
기초학력도 문제지만 기초적인 생활습관 문제도 여기서 드러나죠. 담임 선생님들이 백날 가르쳐도 말 제대로 안듣습니다. 집에서 부모님들이 기본적인 가정교육을 시키는것도 아니고 매일매일 스마트폰에 유튜브만 끼고 사는게 일상이라 보니 정서적 안정이 안된 아이들이 많습니다. 학교는 공동시설이기에 각별히 조심해야 하고 마스크 착용은 필수라고 강조해도 제대로 놀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에서나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죠...그러다 보니 몸싸움이 잦고 마스크 벗으면 시끄럽습니다. 특히 점심시간에...테이블에 가림막 설치도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교실에 가림막 설치하니깐 아이들이 더 떠들고 케어가 불가능하여 식생활관(=급식실)은 한줄씩, 한칸 떼어 앉기로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이 그렇게 중요한지 일부 학부모님들은 점심시간에 애들 등교시켜 밥먹고 오라고 하기도 합니다...원래 등교시간이 아침 9시까진데요..점심식사가 시작되는 정오에 씻기지도 않고 보냅니다...헐..
3. 우유급식...교실에서 먹다보니 비말감염의 우려가 가장 큽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올 한해 우유급식을 전면 실시하지 않았어요. 그나마 실시하는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유가 중요한 아이들 때문인데...사회적 거리두기 격상할때 학년 종료일도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접자고 제안했다가 학부모님들 민원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우유 하나도 해결 못해주냐고....그런데 말이죠..아이들은 흰우유 쳐다보지도 않고(거의 반 이상),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다 버려집니다. 유무상 가릴것 없이요...덕분에 유산균 만드는 교무실 직원들에겐 아주 좋은 재료가 되고 있지요. 유산균은 유통기한 지난 우유로도 만들 수 있으므로...ㅡㅡ
4. 긴급돌봄은...참 골치아프기도 합니다. 집에서 케어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재직증명서까지 위조해서 긴급돌봄에 보내는 학부모들 정말 많아요. 심지어 제가 아는 학부모도 있어요...하지만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운게..잘못하면 '그런것도 의심하냐'며 교육청에 민원 넣습니다. 자기들이 낸 세금으로 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니, 자기들이 낸 세금으로 급식을 주고, 간식도 주니깐 우리 애도 저런 혜택을 봐야 한다며 등교안하는 날에 긴급돌봄으로 신청하는 분들이...전체 신청자 중 반 이상 되나요..ㅡㅡ
덕분에 돌봄교실은 닭장처럼 꽉꽉차고, 돌봄 선생님 두분이 케어하긴 정말 힘들정도로...담임교사 손을 떠난 아이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 그 이상입니다...치고패는건 기본이고 물건도 때려부수고...스트레스 풀려고 돌봄을 신청했는지...참...ㅡㅡ 한 교실에 정원 20명 까지고 교실이 2곳이라 40명까진데..신청자는 무려 75명..현재 이 75명을 두 교실로 나눠서 운영중입니다.
5. 이러한 학교 현장의 심각성을 정부나 교육부는 정말 알려고 하지 않나 봅니다. 3월 부터 교육부 장관 얼굴이 곧 공문서화 되고, 금요일 퇴근시간에 무조건 하라고 던져버리고...그렇다고 각 지역 시도교육청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것도 없고, 그러다 보니 현장은 아수라장이고 이제는 다들 지쳐서 건들면 폭발지경입니다. 그나마 고맙게도 하루이틀 정도는 여유를 주지만, 교육청에서는 가이드라인 여전히 주지도 않고 현장의 어려움을 수렴하려는 의지가 없습니다. 교육감부터 일을 안하니까요...덤으로 이제는 국무총리 얼굴 보는것도 짜증나고, 의료진들 갈아버리는것도 모자라 기본권리도 무시해버리는 정부 각 부처들의 망언을 듣는것도 스트레스 입니다. 어떻게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작자가 대책없는 말을 내뱉는건지....대통령에게 반감 드는 국민들의 수가 많아진건..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정부나 국무총리는 어중이 떠중이 말만 내 뱉고, 현장 입장은 받아들이지도 않고 무조건 얼굴 내밀기만 급급하니....지금 가장 큰 문제는 기초적인 권리를 누려야 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짓밟는, 스키장 가고 해돋이 보러 놀러가는 수 많은 무뇌아들이죠...
* 학교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만, 요즘 현장이 대게 이렇다는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0.12.21 20:19
2020.12.22 01:08
듀게에 또다른 교육계에 계신분과는 확실히 다른 생각을 가지셨군요
그분은 아이들 다시 안나온다고 랄랄라 즐기기모드 시전이라며 좋아라 하시던데
2020.12.22 01:27
2020.12.22 09:39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B%A1%9C%EC%9D%B4%EB%B0%B0%ED%8B%B0&document_srl=13872515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어쩔 수 없죠. 조치 자체는 맞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해서 애들 안 나오면 편한 점도 많이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라랄라라 즐기기 모드로 시간 보내면 되긴 하는데..."
저 글만 보면 나라가 망하는것도 아니고 어차피 퇴직까지는 돈주고 안짤리니 출근 안하고 집에서 즐길수 있구나 선생은 편한 직장이구나 라고 생각들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진짜 충격 받은건 바로 이 글귀죠
"뭐 이런 상황 덕분에 오히려 삶이 쾌적하고 윤택해진 애들도 있을 거에요.
이 시국 덕에 쓸 데 없는 학교 공부(?)에 인생 낭비 안 하고 본인 소질 키워서 나중에 성공한 후 티비에 나와서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코비드19였다' 뭐 이런 인터뷰할 사람들도 분명히 많이 나오겠죠."
이 시국 덕에 쓸 데 없는 학교 공부에 인생 낭비 안하고라는 말을 현직 선생의 이야기라니..
교육부 장관이 좋아하겠어요 저 말 ㅋ
2020.12.22 10:17
2020.12.22 01:45
2020.12.22 09:40
빅켓님 오랫만이예요
연말 코로나19로 좋아하는 동호회 모임도 못하고 힘드시겠지만 혼자라도 잘 버티시길!
2020.12.22 10:21
2020.12.22 02:03
수지니야님 글 진짜 오랜만에 보네요. 잘 지내셨... 냐고 묻자니 글의 내용이 이미. ㅠㅜ
올해 참 대책 없죠. ㅋㅋ 여기는 도교육청에서 지침이 내려와도 시 교육지원청에선 아무 설명 없이 걍 학교별로 도 지침 보고 알아서 하라든가 그런 식이 많아요. 사람들끼리 코로나 땜에 갑자기 일선 학교들 자율권이 보장받는다는 자조 드립도 치고 그러네요.
우유 급식도 그렇고 저희 학교와는 사정이 많이 다른 학교 같긴 합니다만, 암튼 힘 내세요. 이것도 언젠간 지나가겠죠.
2020.12.22 09:08
ㅋㅋㅋㅋ...도교육청도 그렇고 지역청도 답이 없어요. 복사+붙여넣기 형식...그렇다고 현장 관계자들이 셀프로 알아서 하느냐..그것도 아니고요. 하고 싶어도 민원과 지침 때문에 이도저도 못한 상황이예요.
게다가 내년 예산이 15%이상 삭감되서 나온다고 하니 그것도 걱정이고요(저희학교 1년 예산이 15억원인데, 내년에 2억원이 깍인다는 의미)...지금 내년도 본예산 작성중인데...한숨만 나옵니다.
2020.12.22 10:00
네 여기도 내년 예산 확 깎이더라구요. 사실 올해도 이미 깎여서 여기저기에다 무슨 사업 계획서 만들어 내고 지원금 타내느라 골치 아팠는데 그래도 올해는 그렇게해서 작년 규모 비슷하게 유지는 했거든요. 근데 내년엔 어쩔 수 없이 이것저것 사업 축소하고 없애고 해야할 상황이라 여러모로 힘드네요. 저는 학교 전체가 아닌 제 업무 예산만 보면 되지만 그것만 해도 골치 아픈데 전체를 다 보셔야 하는 수지니야님은 몇십배로 힘드실 듯. ㅠㅜ
암튼 뭐 어떻게든 되기야 하겠죠. 학교란 게 그렇잖아요. 없으면 없는대로, 안 되면 교사 교직원 갈아 넣으면서 돌아는 가는. ㅋㅋㅋ 힘 내시구요. 가아끔 글 좀 써주세요! 이렇게 듀게에서 학교 관련 글을 보니 반갑네요. 하하.
2020.12.22 13:34
저희 아이 가는 어린이집도 지난 8-9월에 긴급보육인원이 70%라는 말을 듣고 한숨이 나오더군요. 어린이집 학부모 맞벌이 비율이 30%가 안된다던데...
저희 아파트에서도 저희 아이 포함 2명 빼고 다 긴급보육 보낸다고...
2020.12.22 16:43
아이 없는 입장에서는 학교가 쉰다고 하면 학생들이 안 나올꺼라 대충 생각이 드는데, 알고보면 긴급 돌봄으로 반 수 정도는 나온다는걸 생각하면 참... 축소 운영을 하는 이유가 방역 때문이란걸 생각하면 너무 모순적인 상황이에요.
2020.12.22 20:12
아~~~~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현장에서 느껴지는 절망감에 가까운 고통이 글만으로도 전해져서 차마 자세히 읽지를 못하겠어요.
방학까지 멀었지만 그 때까지 힘내시고 제발 내년 상반기까지만이라도 매듭을 지어야지, 위의 탁상행정가들이 현장에 있는 교사나 학생들의
상황을 카오스의 끝으로 몰고가는 이 상황도 끝나겠죠. 지금까지 쓰러지지 않으시고 버틴 모든 선생님들께 깊은 존경을 느낄 뿐입니다.
다른 직업인들 다들 벼랑 끝에서 고통스러운데 교사라고 더 힘드냐 하겠지만 정말 말로 다할 수 없이 1월까지 버티셔야 한다는게
가슴아프군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도 학부모인데 요즘 교육계 돌아가는 거 보면 선생님들 학교 관계자분들이 너무 힘드실것 같습니다.
한쪽에서는 할일이 없어 문닫을 지경인데 다른쪽에서는 일손이 모자라 비명을 지르시는 상황이 넘 맘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