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에 하는 싱어게인의 세미파이널을 앞두고 아무 얘기나 끄적거려 봅니다.

지난번에 가라님이 게시물 한번 올려주셨는데 그 뒤로는 후속 글이 없어서 

좀 외로워서 그냥 저라도 글 남깁니다.


30번 가수는 작고 귀엽게 생겼습니다. 진짜 무명조에 속해있었죠.

근데 1 라운드에서 박진영의 허니를 느끼(?)하고 카리스마 있게 불러서 참가자들의 찬탄을 자아냈고

2라운드에서는, 11살 어리지만 동갑으로 보이는, 63번 가수와 신해철의 연극속으로를 그야말로 멋지게 듀엣해냈고

JTBC가 그 둘을 다시 라이벌전으로 맞붙게 하는 3라운드 경연을 짜자 '이건 너무 속상하다, 심사위원을 패배자로 만들자'고 하며

이효리의 치티치티 뱅뱅을 대형 록페스티벌 메인 가수처럼 퍼폼했어요. 오디션 무대에서 말이죠. https://youtu.be/8hDcQbNUZ1Y


저는 치티치티 뱅뱅 노래를 몰랐는데 자신감 뿜뿜하는 가사가 필요했다고 해서 그 가사를 들어보니

'너의 말이 나는 그냥 웃긴다, 언제 나를 도와줬다고 해, 그냥 가던 길 가, 여긴 나의 세상,

내 무대는 폭발해  I can make you want me so'

뭐 이런 내용이더라구요. 

누가 봐도 뻔하게 이것은 심사위원을 도발하는 공연이었어요. 오디션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호불호가 갈려도 상관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떨어지더라도 떨어지자는 속마음인 것 같았어요.

기타도 안들고 나왔고 자신의 편곡으로 노래를 읊조리면서도 자신감이 있어서 엠씨나 심사위원에게 예예예를 넘기면서.


가라님도 쓰셨듯이 63번 가수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휘파람 무대와 붙어 결국 심사위원의 호불호가 갈려서 패자가 되었지만 

패자들 중에서 일순위로 바로 다시 부활합니다.

심사위원들이 이구동성 다음 무대가 궁금하다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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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기서 25년전의 서태지가 생각났어요. 유희열과 다른 사람들도 서태지를 말하더군요.

1집과 2집으로 전국의 소년소녀팬을 꽉 쥔 부족할 것 없는 댄스 가수가

3집에서 락을 했거든요. 교실이데아와 발해를 꿈꾸며.

할 필요가 전혀 없었죠.

일부 팬들은 사탄이라고 시디를 부숴댔지만 서태지보다 나이가 많던 저같은 어른들이 그 때 팬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얘 누구야, 왜 이런 거 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하면서. 

그리고 시대유감을 던지며 4집으로 다시 전국을 평정한 후...떠나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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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제 30번 가수는 논란과 화제의 중심이 됩니다. 

이젠 그냥 유망주가 아니예요. 저같은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인물과 음악 분석에까지 들어갑니다.

동시에 그는 JTBC의 에이스가 됩니다. 

2 주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그의 무대가, 넋을 놓는 무대가 올거라고 조금씩 깔짝깔짝 맛보여주는 보물이되었거든요.

지난주 11일에는 30번이 노래를 부르려고 성대를 고를 때 싱어게인이 끝났어요! 다음주에 계속! 이러면서요. 그런데도 그 몇분의 순간 시청률이 최고였다고 하구요.


이번 주 월요일 18일에는 김창완의 내마음에 주단을 깔고로 드디어 4번째 무대를 했습니다. https://youtu.be/BLdrXYf8D_Q

방송이 끝나자마자 실시간 급상승 인기 동영상에 올라 며칠동안 내려오지 않고 있네요.


30번 가수의 행보를 보면 흥미롭게 그지없습니다.

이미 완성된 가수였지만 이름은 없었죠.

2014년에는 국가적으로 너무나 슬픈 일(누가 봐도 세월호얘기)이 있어서 음악을 관뒀었다고 해요.

그러나 자꾸 음악이 떠오르고 부르고 싶고 만들고 싶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작년부터는

전업 음악인으로 활동을 해보겠다고 했다는 데요. 

아, 얼마나 다행인가요. 싱어게인이라는 무대를 만나서.


오디션프로를 보면 부럽기도 했고 무시하고 싶기도 했고

심사위원에게 칭찬도 받고 싶고 놀라게 해주고도 싶고

유명해지고 돈도 벌고 싶지만 동시에 나를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는

양가 감정이 어린 소년 같은 그의 얼굴에 스치고 지나갑니다.


유희열이 치티치티뱅뱅 무대가 끝난 후 '왜 안되었는지 알겠다' 하니 무너져 앉아버리고

4번째 무대 끝에 심사위원들이 싱어게인 최고의 무대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와중에

김이나가 '이제 인기 몰이를 할텐데 칭찬과 인정을 받아들여라, 아마 오랫동안 마인드 컨트롤을 해온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자신이 칭찬을 받을 만하다는 것을 인정해라.'라고 말하자 바로 그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더라구요.

무명가수, 로큰롤를 기반으로 하는 밴드 음악, 포크음악을 하는 가수들이 지나고 있는 사막같은 세상을 모르는 게 아니라

저도 가슴이 조금 저렸어요.


결론은


저는 30번 가수의 팬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름도 알고 밴드도 알고 발표곡도 알아요.

아버지가 누군지, 형이 누군지도 압니다.

하지만 JTBC를 존중하고 준결승에서, 드디어 그의 이름과 얼굴이 휘날리는 커다란 무대에서

폭발하기를 바라며 여기에서 노출하지 않겠어요.

그가 준결승에서 부를 노래는 예고에서  심사위원들이 거의 뒤로 넘어가는 모습과 함께  딱 3초만 드러났는데도 사람들이 다 알아버렸어요. Gainism이라고.



은하만한 개인이

날개같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싶네요.


*30호가 아니라 30번이라고 부르는 것은 저의 선택입니다. 호라고 부르면 기계나 집 번지수를 부르는 것 같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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