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6 23:42
종종 비슷한 소재나 주제의 영화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해가 있는데, 1989년이 그런 해였습니다.
자그마치 여섯 편이나 되는 심해 액션 영화가 나왔죠. 우리나라에서는 그 중 세 편이 소개되었습니다.
[어비스], [딥 식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레비아탄]. 이들 중 아주 성공작은 없어요. 전
제임스 카메론의 [어비스]가 부당하게 무시당하는 수작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제목의 레비아탄은 침몰된 소련 선박 이름입니다. 해저 기지에서 은광 개발 임무를 맡고 있던
팀이 근처의 침몰선을 발견하고 그 안에 있던 금고를 꺼내와요.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던
보드카를 몰래 마신 두 팀원이 죽는데, 그 시체가 점점 살인 괴물로 변해갑니다.
척 봐도 몇 년 전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 2]가 거둔 성공에 자극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죠.
내용은 리들리 스코트의 1편에 더 가깝지만요. 사실 더 가까운 건 존 카펜터의 [괴물]이겠지만요.
스탠 윈스턴이 공들여 묘사한 인체 변형의 묘사는 [괴물]에서 이미 롭 보틴이 훨씬 거창하게
했었지요.
있을 건 다 있는 영화입니다. 스탠 윈스턴이 만든 괴물도 그럴싸하고 캐스팅도
괜찮습니다. 오리지널 스토리를 쓴 작가는 [블레이드 런너]의 데이빗 피플즈. 음악은
제리 골드스미스가 맡았으니 이 정도면 믿을만한 전문가들이 꽤 많이 모여있다고
할 수 있지요. 따라잡기 쉽지 않은 선례가 있지만 원래 장르라는 것이 선례로
이루어지는 것이고요.
하지만 만들어진 결과물은 참 무난하기만 합니다. 있을 건 다 있는데, 그건 있을 것만
간신히 있다는 뜻과 다를 게 없습니다. 아무리 스탠 윈스턴이 괴물을 예쁘게 뽑아도
영화가 이걸 제대로 쓰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영화 내내 제가 보았던
건 끝없이 이어지는 데자뷔의 행렬이었습니다. 설정에서부터 괴물의 격파 방식까지
모두 다른 영화에서 봤는데 지금 스크린에 뜨는 건 그 이전에 본 것의 열화 버전인
것이죠.
고백하지만 [레비아탄]은 제가 어렸을 때 극장에서 본 가장 무서운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페노미나]였죠. 세월이 흐르면서 둘 다 약발이 닳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영화로 남아있는 [페노미나]와는 달리 오늘 다시 본 [레비아탄]은 그냥 싱겁기만
하더군요. 당시 이 영화가 그렇게 무서웠던 건 제 영화 감상의 경험이 부족했다는
증거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 영화로 그런 공포체험을 했던
당시의 제가 종종 부럽기도 해요.
(15/04/06)
★★
기타등등
2천원짜리 DVD로 봤는데 자막 번역이 정말 형편없더군요. 그냥 영어자막으로 볼 걸. 얼마 전에 블루레이가 나왔다던데
굳이 챙겨볼 생각은 안 듭니다.
감독: George P. Cosmatos, 배우: Peter Weller,
Richard Crenna,
Amanda Pays,
Daniel Stern,
Ernie Hudson,
Michael Carmine,
Lisa Eilbacher,
Hector Elizondo
IMDb http://www.imdb.com/title/tt009773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411
2015.04.07 01:41
2015.04.07 09:20
2015.04.07 17:38
2015.04.07 22:41
2015.04.08 00:00
2015.04.09 22:19
2015.04.08 09:44
2015.04.09 07:56
추천:1 댓글
2015.04.09 11:21
2015.04.11 12:31
2015.04.0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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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초롱초롱한 괴물이 나오는데 귀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