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30 01:33
윤재근의 [유체이탈자]는 [뷰티 인사이드]와 [퀀텀 리프(광속인간 샘)]을 반반씩 섞은 것 같은 설정으로 시작되는
영화입니다. 윤계상이 기억을 잃은 캐릭터로 나오는데 이 사람은 12시간마다, 그러니까 12시 정각을 칠 때마다
다른 사람의 몸으로 빨려들어갑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주인공은 자신이 실종된 정보요원 강이안이고,
자신이 몸을 갈아탄 사람들이 그 주변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게임과 같은 구성입니다. 첫 몇 분은 튜토리얼입니다. 일단 감이 잡히면 주어진 단서를 수집하고 쫓아오는
남자들에서 달아나는 미션이 진행됩니다. 그러다 이 모든 사실을 설명하는 회상장면이 길게 이어지고
그 뒤부터는 건 카타입니다.
의외로 설정을 설명하는 데에 나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다고 인위성이 사라지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12시 정각에 몸이 바뀌는 건 순전히 우연이거든요. 그래도 12시간 간격과,
몸이 바뀌는 이유에는 나름 장르적인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다는 아니고 한 30퍼센트 정도는 설명된다고 할까요.
그 정도면 충분하지요. 우리가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의 이유에 대해 다 알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어차피 내용 상당부분이 맥거핀으로 채워져 있는 영화입니다. 상당수는 다른 무언가로 교체되어도
이야기엔 큰 지장이 없어요.
주인공의 몸은 꾸준히 바뀌지만 윤계상은 계속 나옵니다. 앞에서 언급한 [퀀텀 리프]와 같은 트릭을
쓰고 있어요. 카메라 앞에서 주인공은 계속 윤계상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거울을 보거나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보여질 때는 원래 몸 주인이 보이는 거죠. 존 카펜터가 [투명인간의 사랑]에서 비슷한
트릭을 쓴 적 있습니다. 체비 체이스의 캐릭터는 투명인간이지만 꼭 투명인간으로 보여져야하는 장면만 빼면 그냥 관객들 눈에
보이죠.
진행속도는 빠르고 액션도 좋은 편입니다. 단지 건 카타 부분에서는 주인공이 거의 슈퍼히어로와 같은 만능이어서
좀 지치는데, 이것도 요새는 관습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액션의 주체가 어느 정도 핸디캡을
갖고 있을 때가 더 재미있습니다.
나오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지만 '여자주인공'인 임지연 캐릭터만은 예외 입니다. 저 같으면 주인공을 한 번
임지연 몸에 넣었을 거 같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도 생각을 안 한 건 아닐 거예요. 하지만 그 뒤에도 윤계상이
계속 나온다면 자연스럽게 액션이 이어지기 어려웠을 거고, 아마 이들은 '여자주인공'의 순수성을 보존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21/11/30)
★★★
기타등등
1. 개봉 전에 이미 리메이크 판권이 할리우드에 팔렸다고 합니다.
2. [엑시트]가 그랬던 것처럼 천래훈 특수효과감독에게 헌정되었습니다.
감독:
윤재근,
배우:
윤계상, 임지연, 박용우, 박지환, 유승목, 이성욱, 서현우, 이운산, 백도겸, 우강민,
다른 제목: Spiritwalk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1510895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8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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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읽으니 장르영화로서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매우 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