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처음 떠올랐을 때 괜찮게 느껴지는 아이디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면 어떤 꼴이 나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입니다.

그 아이디어가 뭐냐고요? 미래의 지구는 인구 폭발로 터져 나갈 지경입니다. 그런데 하고 많은 대륙 중 유럽에서 인구 억제 계획을 실행합니다. 한 가구 당 한 명으로 출산을 제한하고 이를 넘어서는 아이는 인구 문제가 해결되는 먼 미래에 깨어나도록 냉동시킨다는 거죠. 그런데 한 가족에서 일곱 쌍둥이가 태어나요. 죽은 엄마 대신 아이를 맡게 된 할아버지는 이들에게 요일 이름을 붙여주고 카렌 셋먼이라는 한 사람으로 행세하도록 가르칩니다. 이들은 한 아파트에 살면서 자기 이름의 요일에만 외출하지요. 그런데 어느 월요일, 월요일이 사라지고 남은 자매들은 사라진 월요일을 찾아나섭니다. 그리고 여기엔 은근히 큰 음모가 숨어있고요.

조금만 더 생각해봐도 이게 아주 나쁜 아이디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이런 극단적인 인구 억제 계획을 유럽에서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배경이 되는 영어를 쓰는 가상의 유럽 국가도 그렇게 잘 먹히는 배경이 아니고. 한 배우가 개성이 다른 일곱 명의 쌍둥이를 연기한다는 아이디어는 [오펀 블랙]이 이미 써먹었고, 사실 [오펀 블랙]이 더 말이 되는 계획입니다. 일단 오펀 블랙의 클론들은 모두 다른 환경에서 자랐잖아요. 다른 개성에 대한 핑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다른 장점을 갖도록 교육 받았다고 해도 같은 집에 갇혀 사는 쌍둥이들이 이렇게 대놓고 다른 사람들로 자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어요.

아이디어가 말이 안 되어도 다른 이야기의 장점이 있으면 적당히 가려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월요일이 사라졌다]엔 그 장점이 없습니다. 노미 라파스는 한줌밖에 안 되는 재료를 갖고 고군분투할 뿐이고 관객들은 일곱 쌍둥이들을 알아갈 충분한 시간이 없습니다. 전 이 영화의 액션이 그렇게까지 재미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미스터리 파트는 엉성하기 짝이 없고요. 반 세기 전에 만들어진 웬만한 [미션 임파서블] 에피소드가 이것보다 훨씬 잘 짜여졌습니다. 굳이 만들 필요가 있는 영화였는지 잘 모르겠어요. (18/03/06)

★★

기타등등
전 이런 다국적 유럽 영화에 나오는 모델 타입의 조연들이 참 재미없어요.


감독: Tommy Wirkola, 배우: Noomi Rapace, Glenn Close, Willem Dafoe, Marwan Kenzari, Clara Read

IMDb http://www.imdb.com/title/tt153653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8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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