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4 13:22
실존인물의 '객관적인 진실'만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 것이 있다고 해도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조금의 이야기 재료만 있어도 후대 사람들은 그 재료를 갖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마련이니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들의 이미지는 진실의 씨앗을 품은 재해석과 허구의 열매에 가깝습니다.
허진호의 [덕혜옹주]도 같은 종류의 영화입니다. 단지 이 경우엔 씨앗이 아주 작고 열매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겠군요. 원작소설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허구의
비중이 소설보다 더 큰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중반 이후에 벌어지는 액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았고, 소설에서도 다루지 않은 것이 확실하니까요.
영화 속의 덕혜옹주는 실존인물이라기보다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사람들의 일부를 판타지화하고 상징화한
것 같은 존재입니다. 말 그대로 이야기 속의 공주님이죠. 그 때문에 영화 속의 덕혜옹주는 실존인물인
덕혜옹주가 걸어 온 길에 갇혀 갑갑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덕혜옹주가 영화 속에 그려진 인물 같은
사람이었다면 저렇게 살지 않았을 것 같죠. 덕혜옹주 주변 사람들을 섞어서 만든 장한 캐릭터도
허구성이 너무 강합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은 분명 매력적이겠지만 대한제국
황실 사람들에게 별다른 애착이나 판타지가 없는 저로서는 그냥 진실에 더 가까운 그림을
보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허진호의 두 번째 시대물이고 첫 번째 실화소재 영화입니다. 그의 장기가 그렇게 잘 발휘되는
영화는 아니에요. 작은 그림과 꼼꼼한 세부묘사에 능한 감독이니까요. [덕혜옹주]에서 빛을
발하는 부분도 애국적인 한탄이 터져나오는 큰 그림이 아닌, 작은 디테일들이죠.
대신 손예진은 이 배우의 장기가 가장 잘 발현될 수 있는 그랜드 오페라의 여자주인공 역을
맡았고 이를 훌륭하게 해냅니다. 여전히 손예진 올해 최고의 영화는 [비밀은 없다]가
되겠지만 [덕혜옹주]의 타이틀롤이 정말로 손예진스러운 명연이었다는 건 부인할
필요가 없겠죠.
(16/08/14)
★★☆
기타등등
아무리 허구라고 해도 조현병이 너무 도구적으로 쓰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감독: 허진호, 배우: 손예진, 박해일, 윤제문, 라미란, 정상훈, 박주미, 박수영, Naho Toda, 안내상, 김재욱, 김소현, 신린아, 다른 제목: The Last Princess
IMDb http://www.imdb.com/title/tt594741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4767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16 |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 The Monuments Men (2013) [4] | DJUNA | 2014.03.07 | 8937 |
115 | 더 파크랜드 Parkland (2013) | DJUNA | 2014.03.15 | 6510 |
114 | 필로미나의 기적 Philomena (2013) [2] | DJUNA | 2014.03.30 | 10147 |
113 | 세이빙 MR.뱅크스 Saving Mr. Banks (2013) | DJUNA | 2014.04.11 | 6852 |
112 | 저 하늘에도 슬픔이 (1965) [2] | DJUNA | 2014.04.28 | 5813 |
111 |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Finding Vivian Maier (2013) [6] | DJUNA | 2014.05.11 | 6576 |
110 | 신촌좀비만화 (2014) [2] | DJUNA | 2014.05.19 | 9249 |
109 | 비올렛 Violette (2013) [1] | DJUNA | 2014.06.24 | 6217 |
108 | 명량 (2014) [4] | DJUNA | 2014.07.30 | 23596 |
107 | 해적: 바다로 간 산적 (2014) [5] | DJUNA | 2014.08.10 | 16030 |
106 | 인보카머스 Deliver Us from Evil (2014) [1] | DJUNA | 2014.08.27 | 5774 |
105 | 제보자 (2014) [4] | DJUNA | 2014.09.20 | 12162 |
104 |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Dracula Untold (2014) [6] | DJUNA | 2014.10.02 | 11678 |
103 | 퀸 앤드 컨트리 Queen and Country (2014) | DJUNA | 2014.10.09 | 4638 |
102 | 프랭크 Frank (2014) [3] | DJUNA | 2014.10.13 | 10771 |
101 | 화이트 타이거 Belyy tigr (2012) [2] | DJUNA | 2014.10.23 | 4893 |
100 | 황금시대 Huang jin shi dai (2014) [1] | DJUNA | 2014.10.30 | 5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