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2 02:44
귀멸의 칼날 TV 애니와 극장판까지 보고 난후 원작 만화까지도 섭렵하였습니다.
취향에 잘 맞는 만화였어요.
그런데
원작 만화까지 보고나니 원작자가 애니 제작사에 절해야 한다는 항간의 말이 실감되긴 합니다. 서너장 정도의 액션 씬을 20여분으로 볼만하게 늘려내는 애니에 경이를.... 원작만화의 작화나 전개, 연출도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고요. 귀멸의 칼날이 작가의 첫 장편이라고 알고 있는데 액션에서뿐 아니라 스토리가 갑자기 점프한다거나 연출이 삐거덕 거리는 게 눈에 띱니다. 몇몇 더 풀어내도 될 이야기를 생략한 채 전개가 엄청 빨라요. 23권으로 완결 예정이지만 40권 정도까지도 더 낼 수 있었을 거에요. 엄청난 흥행세에 비례할 만큼의 명작이냐 묻는다면 글세요, 초인기작은 맞지만 명작이라기엔.... 저에겐 취저이긴 했지만요.
애니메이션이 계속 지금의 퀄리티로 나온다면 한동안 인기가 지속될 것 같습니다. 또 기존 소년만화와 다른, 원작만이 가진 장점이 있더라고요. 이거, 힐링 요소가 상당해요. 각 캐릭터마다 뭔 구구절절 사연과 한이 그리도 많고 깊은지. 때문에 주인공인 탄지로에게서 나츠메 우인장 주인공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둘 다 오니(요괴/도깨비)를 죽이거나 퇴치하는 걸 업으로 삼지만 그들이 그런 존재가 되고 만 것에 사연이 있고, 그에 가슴아파하고, 성불을 바라는 것까지 꼭 닮았어요. 이게 기존 소년만화와 상당히 차별화되는 점인 것 같습니다. 또, 소년만화답게 '강함'과 '멘탈'이 강조되긴 하지만 약한 자가 거대 악을 무너뜨릴 결정적인 기회와 물꼬가 된다는 식의 전개도 괜찮았습니다. 여성 캐릭터들의 비중도 괜찮고 활약도 제법 눈에 띠고요. 소년만화스러운 꿈과 희망이 작품 전반에 넘실대기보다는 상처뿐인 승리에 가깝게 선역들도 많이 깨지는 것이 '현실의 벽은 두터웠다' 류의 파토스가 꽤 강한 작품이에요.
처음 한 두권은 태블릿으로 봤는데 대여점이 집 근처에 있길래 책으로 빌려봤네요. 역시 만화는 쌓아놓고 보는 손맛이! @.@
대여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가운데 바로 근처에 나름의 유서와 역사를 자랑하는 오랜 대여점이 있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대여점에는 옛날 만화를 비롯 장르 소설도 꽤 많은데 잭 리처 시리즈도 전권 있어서 자주 찾을 것 같은 예감입니다. 그러면서 새삼 든 생각이 나이 더먹고 귀촌은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였네요. 나는 가끔 극장가서 영화도 봐야 하고, 만화책도 봐야 하고, 이런저런 병원은 더 자주 가야 할 건데 시골가면 너무 불편할 것 같단 말이죠. 집에서 못해도 도보로 20분 내외 안쪽에 공원도 있고, 극장도 있고, 대여점도 있고, (다이소도 있고), 안과, 이비인후과, 한의원, 치과, 요양원(...)도 다 있는데! 애초 지금 사는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할 여력이 없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무엇보다 밤 산책을 즐기는 편인데 시골은 생각 외로 산책이 여의치 않더군요.
결론: 유유백서와 나츠메 우인장 둘 다 재밌고 좋았다 하는 분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만화입니다. ㅎㅎ
2021.03.12 02:52
2021.03.12 03:22
애니가 진짜 지인짜~ 잘 나왔어요. 만화는 컷 편집도 이상하고, 작화가 솔직히 좀 난삽해요. 전투씬이 잘 안읽혀요. 아마 애니 이후의 뒷 얘기가 궁금해서 본 사람들이 많을 거에요. 애니 이후 단행본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하니까요. 원작을 보고 나서는 이 장면이 애니에선 어떻게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네요. 시국을 한탄하시지만..... "아빠가 왜 거기서 나와?" 라는 말을 들으며 버려둔(?) 자제분들과 조우하시게 되는 건 아닐지 ㅋ
2021.03.12 10:59
전 이북에 적응을 했어요 ㅋ 전집들도 책장 서너개 분량으로 많이 가지고 있지만 결국 편리함에 굴복하게 되더라고요. 다만 너무 라이브러리가 빈약해요. 주로 리디북스 쓰는데 러프는 있고 터치나 미유키는 없고 이런식입니다. 이제는 터치도 귀찮아서 태블릿 침대 위로 고정시켜놓고 누워서 엑박패드로 페이지 넘기는 식물인간 수준까지 게으름이 진화했습니다.
2021.03.12 02:53
작품에 대한 평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합니다. 힐링요소라는 평에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댓글로 달기에는 길어질 것 같아 따로 써야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2021.03.12 03:26
오오, 꼭 감상평 남겨주셔요! 귀멸 보신 분이 듀게에 있어서 넘 반갑네요.
2021.03.12 11:02
사실 저도 보긴했습니다만...전 일본 문화산업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로 별로로 보았어요 ㅋ 물론 작품 자체가 아주 후져서는 아닙니다. 답보에 답보를 거듭하며 그 답보를 어떻게하면 멋지게 할까만 고민하는 것 같아서요.
2021.03.12 17:13
저는 애니보면서는 오, 아직 일본 애니 솨라있네... 라고 느꼈네요 ㅎㅎ
2021.03.13 00:18
다들 평이 비슷하네요. 재밌고 괜찮긴 한데 이게 그 정도까지 인기를...? 이라는 반응들이 많거든요 제 주변에는.
작년에 한 번 이북으로 만화책을 사서 본 경험으로 전 역시 만화책은 실물 종이책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결론을 얻어서, 그냥 넷플릭스에 있는 애니메이션만 봐야겠습니다. 집 근처에 대여점이 없고 그냥 만화방은 있지만 이 시국에 & 자식들을 버리고 홀로 거기 가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가 없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