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4 12:44
애청하는 팟캐에서 명동에 있는 2개의 영화관을 소개팅녀와 함께 헤매던 에피소드였는데
소개팅녀가 ”저는 “원래” 영화관에서 팝콘 안먹어요“라고 했다는거죠.
이 말에 진행자들 자지러지게 웃고 난리가 남. 팝콘 안먹는다는 의미는 ”난 당신이란 남자 마음에 안든다, 너랑 영화보는 것도 싫다“이런 의미라는거죠.
굉장히 남자가 눈치없이 ‘그냥 팝콘 안좋아하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자기 팝콘이랑 콜라까지 사가지고 명동거리를 헤매던 애처로운 상황이었는데 소개팅은 잘안된 상황이었는데....
내 입장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요. 소개팅에서 남자들을 벼랑에서 밀어버린 일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이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약간의 후회가 밀려오더군요.
그러나 진행자들 말에 동의를 할 수가 없어요.
전 그 소개팅남이 마음에 안들었으면 절대로 같이 영화를 보러가지도 않았어요.
같이 ”내부자“를 보러가기로 했는데 ”영화 취향도 비슷하네. 잘 맞는구나.“ 했죠.
그 분도 팝콘이랑 콜라를 권하더군요.
내가 말했죠. 저는 “원래” 영화관에서 팝콘 안먹어요“
”드시고 싶으면 OO씨는 사서 드세요. ”
그 남자는 큰 팝콘 1통이랑 기어이 콜라 2개를 사더군요.
전 ”내부자“에 완전히 푹빠져서 팝콘이랑 콜라를 쳐다도 보지 않았어요.
영화관에서는 화장실에 가지 않도록 생수를 최소한 홀짝홀짝 마시는게 전부거든요.
난 팝콘먹는게 싫은거랑 남자에 대한 호감은 절대 별개였다구요.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니 ‘팝콘 몇 개라도 먹어주고 콜라 좀 마시는 척이라도 하지, 사온 사람 성의도 있고 무안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칼같이 영화만 줄창 보면서 있었으니 이 여자가 나를 참 별로라고 생각하거나 퍽이나 쌀쌀맞은 스타일이라고 여겼을 거야. 매너는 참 별로였구나.’
그러나 그래도 그 남자는 애프터도 신청하고 심지어 종아리 맛사지기까지 저한테 선물했는걸요.
두 번째 만남에서 ”소주“를 둘러싼 서로의 만행 끝에 차분한 저의 독설로 마무리되는 소개팅이었지만
지금까지도 소개팅남 중에서는 나름 중위권 이상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인데요. 선물받은 종아리 맛사지기도 고장날 때까지 유용하게 잘 썼어요.
영화관에서 사준 팝콘 몇 개 집어먹지도 않는 놀랍도록 무심하고 철저한 개인주의자인 저의 성향으로 볼 때 솔로 인생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겠느냐.
저랑 소개팅을 했던 모든 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전할 수는 없고~~~~~팟캐에서 들으면서 떠올린 먼먼 과거의 소개팅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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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했으면 뭐가 바뀌었을까요?
유럽여행을 가고 싶다해도 남편이랑 꼭 같이 가야한다든지 남편 스케쥴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 안했을거에요. (아이가 없다는 전제)
”당신 스케쥴이 안된다면 할 수 없네. 그래도 나는 가고 싶은데, 괜찮지 않아? 겨우 2주인데 당신 혼자 못지내겠어.
당신 바쁘고 혼자서도 잘 지내잖아. 난 평생 가고 싶은 이탈리아 여행인데 이 기회 절대 놓칠 수 없어.
평생 나의 로망인데 더 나이들면 힘들어서 못가거든. 그리고 이탈리아인데 2주도 너무 짧아.“
여기서 ”너는 유부녀인데 남편인 나랑 못가는걸 혼자서 가겠다니 말이 안되네 어쩌네“
그러면 아~~~~상상만으로도 질릴거 같네요.
연애든 결혼이든 서로에게 맞추고 적당히 희생하고 타협하는거잖아요. 사람관계 다 그렇지만요.
그래도 여자친구들이랑은 내가 마음에 안드는 것도 그 애 취향에 맞추기도 하고 타협이 가능했는데 남자랑은 특히 더 안되는 일이었어요.
2020.12.14 13:13
2020.12.14 13:31
영화보기 전이든 후든 전 그냥 팝콘이 싫어요. 그렇다고 팝콘 먹는 사람들을 싫어하는건 아니고 그 사람들은 팝콘 좋아하나 보네,
난 그냥 팝콘 싫어서 안먹는 것뿐 그런거죠. 처음부터 난 안먹는다고 얘기했으니까요. 그래도 보통 다른 여자들같으면 예의상 먹어줬겠죠.
2020.12.14 13:20
영화관에서 팝콘 안먹어요가 '너랑 영화 싫어요' 라고 한다는 건 처음 보네요 ;;
듀게에서는 '영화관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부스럭 민폐 끼치기 싫어요' 가 더 많을 것 같은 선입견이 있습니다 ;
2020.12.14 13:34
근데 내가 워낙 좋아해서 같이 엎어지면서 미친듯이 웃는 팟캐라서 그런지 여기서 두 엠씨가 쿵짝이 맞아서
몰고가면 설득력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순식간에 그 남자분이 정말 넌씨눈이 되더라구요.
아예 그 남자한테 호감이 너무 없어서 팝콘까지 여자가 거절했다는거죠.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엠씨들이
논리가 완전 비약한거 같아요.
영화관 민폐야 워낙 다양해서 ~~~~ 요즘에는 영화관 안에서 전화로 통화해도 "아~~~~ 저런 인간이 또 있네.
옛날같으면 가서 뭐라뭐라 했겠지만 아, 피곤해. 설마 계속 떠들지는 않겠지" 그러면서 영화 다시 봐요.
2020.12.14 15:13
2020.12.14 15:26
"백경"과 소개팅 전화충전 에피간의 상관관계가 이해하기 어렵지만, "니가 나에게 전화를 자주걸어주길 바래"이런 메시지 아닌가요?
"난 너에게 호감이 있어"라는걸 과감하게 던지는 멘트인데요. 저랑 반대방향이신걸요. 듣는 사람입장에서는 과격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런 과감한 멘트를 날릴 수 있는 마음이 부럽군요.
"백경"은 평생 이 소설에 대한 평들과 인용을 들으면서 강렬하게 끌리는데도 난해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단 한번도 읽어보려는
시도를 안했어요. "멘탈리스트 1시즌"에서 아예 "백경"에서의 두 남자의 관계를 모티브로 인상적으로 사용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저 소재만 이용한게 아니라 그 소설의 주제와도 맞닿아있을거라 느껴졌었어요.
2020.12.14 15:54
때론 액면 이상의 아무 숨은 의미도 없단 뜻이죠. 말 그대로 고래 사냥 이야기를 읽는 와중이라 고래 사냥 장면을 그렸을 뿐, 애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는 뜻.
내 전화기 거의 꺼져 있어=(전화하지 마) ...란 것은 제가 나중에 친구한테 푸념하다 들은 해석인데 저 말곤 다 그 뜻으로 알아듣더군요. ㅋㅋㅋ
너무 눈치없고 공통의 상징을 못알아먹는 것(...은 접니다)도 피곤하지만 반대로 너무 넘겨짚는 것도 피곤해져요. 팝콘을 싫어한다 하면 그냥 아 팝콘 싫어하는구나 하는 거죠 뭐. 진짜 팝콘 싫어하는 사람 억울해서 어째요.
2020.12.14 20:53
이상하게 특히 소개팅이 넘겨짚고 과도한 해석이 많이 들어가서 참 피곤한 일이 많죠. 여기에 친구들이며 인터넷 게시판 의견까지 더해지면
점점 상황은 산으로 가는데 단순한 해석이 더 낫다는데 동의해요.
2020.12.14 16:35
2020.12.14 20:55
서로간에 무례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부득이하게 무례해지는 경우가 꽤 있더군요. 나 자신이나 상대방이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전 훨씬 직선적으로 표현을 하죠. 그것도 무례의 범주에 들어가겠지만요.
다행히도 저에게 더이상의 소개팅은 없을 듯하여 이 모든 죄(?)는 과거 일로 그 분들도 넘기셨기를 바랄 뿐이죠.
2020.12.15 12:24
저도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비교적 단순한 사람이라 그런 숨은 속뜻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단순한 의사소통을 꼬아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곤란한 경우도 있었고요. 문님 댓글에 공감이 가네요.
그런데 듀게 스타일이라면 팝콘이 부스럭거려서 싫다보다는 마음에 안 내키는 사람이랑 영화를 보러 가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쪽 아닐까요 ㅎㅎ 영화도 같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사람이랑 보는 게 좋지 그냥 시간 때우기 위해서 가는 건 이상하잖아요
2020.12.15 14:41
네, 적어도 영화는 같이 보기에 큰 문제없는 사람이었어요. 영화를 같이 볼 정도의 호감이라는게 엄청 큰 거부감만 없으면
가능한거라고 생각해요. 팟캐 에피들으면서 "아~~~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어. 세상에!!!!!" 소개팅을 하면 뭔가 눈치가 확확 돌아가고
센스가 넘쳐야 한다는 공식같은거라도 있나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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