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4 10:56
1.
지난번에 조직개편이 '골때리게' 될것 같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어디선가 스톱이 걸렸나 봅니다.
회장 아들이 CFO 부사장이었는데, 뜬금없이 '수석부사장' 으로 승진했어요.
이거다.. 조직개편을 스톱할 수 있는건 수석부사장 밖에 없다.. 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저희는 '수석' 이런 거 없었는데.. 인사팀 또 머리 아팠었겠구나..
임원 직급 체계를 어떻게 바꾼건지 궁금하네요.
예전에는 E1 - E7 인가 7개 등급이었고, 호칭이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이사 였고, 같은 상무여도 누구는 E5 이고 누구는 E6 이고 그랬거든요.
회장 아들을 위해 직급이 신설 되다니... 과연.. ㅋㅋ
2.
결재를 올리면, 특히 결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틈틈히 어디까지 결재가 진행되었나 확인을 합니다.
특히나 돈이 나가는 건이면 굉장히 복잡해 집니다.
예를 들어,
기안자-팀장-합의부서장(들)-공장장-생산부사장-경영관리상무-CFO-사장
이렇게 결재가 올라갔는데.. 팀장레벨까지는 별 문제 없이 진행이 됩니다. 결재올리기 전에 다 합의한 사항이니까.
공장장까지도 별 문제 없어요. 올리기전에 사전에 구두보고하고 진행하니까.
그런데, 생산부사장이 하루 이상 결재 안하고 잡고 있다?
이떄부터 머리가 복잡해 집니다. 부사장님이 바쁘셔서 결재를 안하시나? 아니면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 결재를 안하시나?
차라리 반려를 하거나 궁금한게 있다며 연락을 하면 좋겠는데 우리 부사장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이틀째가 되면 슬슬 비서실이나 본사에 있는 인맥을 동원해야 합니다. 부사장이 바빠서 언하는건지, 마음에 안들어서 보고하라고 안하는건지..
요즘 계속 본사에 계십니다. 라는 답을 얻으면 그때는 큰 맘먹고 부사장에게 전화를 해야 합니다. 물론 받는다는 보장은 없음.
한번은 안받아서 문자를 남겼더니 결재를 해주더군요. 그냥 바빴나봐요.
그렇게 부사장한테 결재를 받았는데 경영관리상무가 딴지를 걸데가 있어요. 이분은 비용만 보십니다.
그래도 이분은 나아요. 메일을 주던지 전화를 해서 '이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게 맞느냐?' 라고 물어보고 설명을 하면 더 아껴보라고 반려를 치거나 수긍을 하고 결재를 해주거나 합니다.
CFO(회장아들)는 왠만하면 결재 해줍니다. 가끔 결재의견란에 의견을 쓰면 그 여파로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생산부사장이 결재를 했고, 경영관리상무가 비용을 수긍했으면 CFO는 딴지 걸게 없거든요.
(저는 겪어본적 없는데, CFO 가 반려를 치기도 했다고... )
한번은 CFO가 4일을 잡고 있는데... 와, 이거 어쩌지. 본사를 올라가봐야 하나, 전화를 해봐야 하나... 위가 아팠네요.
일단 이분은 본사에 있는지 다른 회사에 있는지 파악하는것부터가 힘드니...
중간에 결재권자가 반려를 하면 기안자나 기안부서팀장 입장에서는 압박이 됩니다.
생산부사장이 반려를 쳤다는건, 내용이 맘에 안든다는 것이고 다시 재상신 하면 '첨부터 제대로 하지' 라고 중간 결재자들이 생각하거든요.
차라리 옛날에는 부회장이 직접 기안자 사원에게 전화해서 '야, 이게 무슨 소리야?' 하고 물어보던때가 나은것 같기도...
3.
전자결재에는 결재자가 결재한 시간이 찍히는데...
가끔 놀랄만한 시간이 찍힐데가 있어요. 쉬는날 밤 12시나 새벽 1시면 역시 임원은 바쁘네.. 하는데..
새벽 3시, 4시에 결재한거 보면 '아니, 이분들은 잠을 안자나?' 라는 생각이 들죠.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서 임원을 달면 뭐하나... 나는 글렀어...
p.s)
회사에서 몇년만에 생산직 채용을 합니다.
내부 추천이 있으면 유리하다는데, 공장 관리팀장이 한숨쉬며 그러더군요.
'하아.. 요즘 취업준비 열심히 한다는데.. *부장이 추천한 애는 학점이 1점대고, *계장이 추천한 조카는 26인데 운전면허도 없어. 어떻게 자격증 하나 있는 애가 없냐' 라고...
제가 회사 욕을 많이 하지만...
그래도 노조 있으면 우리나라 상위 10% 라면서요...
주 52시간 하기전에 모 반장은 잔업 미친듯 해서 주 60-70시간씩 찍고 원징 억대 찍었다고 하고...
(그래서 반장급들이 주52시간에 대해 불만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아직도 토요일 오전에 4시간 근무하고 잔업 입력해서 주 52시간 맞춥니다.)
회사가 망하지 않는한, 현 회장이 아무리 노조를 싫어해도 생산직 노조원이면 다닐만 한 회사일듯.
하지만 저는 추천을 하지 않았습니다.
2020.12.04 11:11
2020.12.04 11:39
아직 그 영화 못봤는데, 시놉시스 보니 예전에 회사에서 벌어진 비슷한 에피소드가 떠오르더군요. 이것도 언제 한번 써야...
2020.12.04 11:55
헉...???ㅋㅋㅋㅋㅋ
2020.12.04 12:10
월간 잔업 시간량이 얼마길래 원징 억대를 찍는지 후덜덜하네요...그냥 근로시간만 많은걸론 안될테고 기본적인 급여가 받쳐줘야 가능한 액수같은데...
2020.12.04 13:56
상주 기준 : 주 40시간 + (잔업 12시간은 1.5배 = 18시간) = 주 58시간 X 4주 = 232시간. 거기에 휴일 야간은 2배라서 보통 240시간치 받습니다. (낮에만 일하는 상주 기준)
교대조 기준 : 주40시간 기본근무중 야간조가 1번내지 두번 돌아오고 야간조는 1.5배, 휴일이 있으면 2배 계산하고 뭐 복잡하지만 좀 많이 하면 300시간치 훌쩍 넘기는 경우 많았었다고...
거기에 반장급이면 최소 20년이상 근무하면서 1년에 2호봉씩 오르니 40호봉, 거기에 반장 승진했으면 일 잘한다고 특별승호도 몇번 했을테니 최소 50호봉이거든요. 보통 60호봉 넘지만.
(보수적인 제조업이라 왠만하면 호봉대로 승진하지만, 정년까지 반장 못다시는 분도 계십니다.)
주 52시간제 도입하면서 생산직 평균 근무시간 뽑아보니 주 49.X 시간 나와서 잔업제한 걸리고 그랬었습니다.
호봉당 얼마씩 받는지는 모르지만, 생산직 몇호봉까지 최저임금보다 낮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호봉을 받지 않아서 실제로 최저임금 받는 사람이 없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
2020.12.04 14:08
아..역시 호봉이 있군요. 보통 생산직은 최저임금기준이거나 거기서 고만고만한 임금으로 후려치는 경우가많고 덕분에 300시간이 아니라 월간 기본근무+초과근무 합 350~70시간 이상을 일해도 생각보다 급여가 얼마안되는지라....
2020.12.04 14:19
본문에도 썼지만 생산직 노조가 있으니까요.. 복지도 별로고 군대 분위기에 이것저것 욕할건 많지만 그래도 노조 있는 중견기업이니 막 후려치기는 어렵죠. 새 회장은 그게 맘에 안들어서 생산직을 꼭 정직원으로 뽑아야 하나? 라고 했답니다. (.....)
50대 반장, 계장급이면 대충 사무직 차장~부장급 월급 받습니다. 사무직은 잔업해도 수당 못 올리지만, 현장분들은 일한대로 꼬박꼬박 올리니까. 거기에 사고만 안치면 정년 보장까지.
(사무직은 50대가 되면 언제 나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내서 허위 잔업 입력하다 걸려서 노조도 쉴드 못치고 해고 당하신 분도 계시고...
2020.12.04 14:26
역시 생산직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건 노조가 존재하는 규모있는 중견기업+장기근속인가보네요(...). 하긴 굳이 생산직한정이 아니라 사무직도 그건 마찬가지인게 함정이지만...
2020.12.04 12:40
생산직도 이제 대학나온 사람들이 채용되는군요. 학점까지 보는 건가요?
2020.12.04 13:59
고졸이상, 초대졸(3년제까지)까지 가능합니다. 4년제는 불가. 생산직도 이제 대부분 초대졸이죠. 40대까지는 이제 고졸 찾기 힘들어요. 대부분 2-3년제 대졸입니다.
학점 좋으면 당연히 유리하겠죠. 자격증 있고 학점 좋은 사람들이면 더 좋은데 쓰겠지만.
2020.12.04 14:55
꽤 막역한 지인중에 시 쓰면서 공장 다니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 말로 돈 안되는 창작활동을 하면서 생계유지 하기에 생산직만한 곳이 없다고 하더군요. 관계 스트레스 없이 본인 할일만 하면 되고 따박따박 급여 나온다고. 십수년째 랜덤 소득으로 연명하던 작곡가 지인이 진지하게 정기적 수입원을 고민하길래 생산직 알아보라고 추천함..
2020.12.04 16:46
지금 공장장이 예전에 아직 부장이던 시절, 고3 자녀 때문인지 회식자리에서 '가라야. 너는 애가 공부에 소질 없겠다 싶으면 일찌감치 마이스터고랑 전문대 보내서 노조있는 대기업 생산직을 목표하라고 해. 그게 최고야...' 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생산직도 만만치는 않아요. 일단 교대근무라는게 건강에 그닥 좋지 않고...
저희 회사 기준으로 생산직도 개선 제안이니, 품질 분임조 활동이니 요구하는 것도 많고, 배우라는 것도 많고, 요즘에는 현장에서 통계적 품질관리니 공정관리니 하면서 현장을 닥달하고, 품질관리기능사니, 에너지관리기사니 자격증 따라고 압박하는 것도 많고...
몇년전에 통계적 공정관리 사내강사 하라고 해서 억지로 했는데, 교육 받는 분들중에는 품질분임조 전국대회 입상자나 품질관리기사 자격증 있는 분들도 있어서 힘들었습니다.
2020.12.04 18:47
2020.12.06 17:30
3. 원래 회사 고위급 임원은 새벽 3~4시에도 결재를 하는군요. 그 때까지 그 분은 일하느라 깨어있는건가요? 연봉이 어마어마하신지는(?) 모르겠는데
왜 그러시는거죠???????? 제 질문이 너무 황당한가요? 아니면 모든 회사는 그렇지 않으면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인가요?
삼진그룹영어토익반보다 더 다이나믹한 가라님의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