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화로 번역된 대만판에선 이름이 마극례, 애칭이 '소마'였으나, 원래 이름이 '마크'였는데 오역으로 그리된 줄 뻔히 알면서도,

그래도 더 정감가는 애칭 '소마'!!)

 

요즘 '무적자' 개봉하면서 반사적으로 원작인 '영웅본색'이나 다시 한번 봐볼까 싶은 생각이 피어오르던 중,

회사에서 단체로 '무적자' 관람하고 온 신랑의 감상이 불을 질러.... 어제 다시 복습을 했습니다.

 

일단 '무적자'는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었답니다.

회원리뷰방의 글을 봐도 그렇고, 드라마적인 요소는 원작보다 훨씬 보강된 게 사실이고, 총격씬도 비주얼이 좋은 편이고,

주진모나 김강우의 연기도 괜찮고...

 

그러나.

영웅본색의 그림자가 너무나 커서 어쩔 수 없는 건 사실이라구요.

차라리 감독의 원래 생각대로 탈북자 이야기로만 갔으면, 영웅본색과 합체시키지 않았으면, 오리지널 창작스토리였으면 훨씬 나았을 거랍니다.

게다가 중간중간 두어번 정도 흘러주던 '당년정(영웅본색 주제가)'의 선율은...

전 현장에서 영화 보며 들었으면 완전 뿜겼을 거 같은데, 의외로 향수를 자극하며 뭉클하게 하더라니..

 

아무튼 어제 봤습니다.

그리고... 뭉클하게 치밀어오르는 감동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글썽.

....나이 서른하나의 주부가 영웅본색 보고 감동을 금치 못하고 울다니, 어디가서 말하기도 쪽팔립니다(...만 듀게에서 광고질;;)

 

 

어제 그렇잖아도 '영웅본색'이 한때 자기 인생의 영화였고, 자기 인생의 모토로 삼았다는('폼나게 살자' 이런 따위가 아닌 정말 진지한 성찰의 결과인) 글을 봐서 그런지,

참 뻔하디뻔한 스토리에, 비주얼적으론 이제 와서 보면 촌스럽기까지 한 그 영화가 그렇게 가슴에 와닿더라구요.

 

분명 영웅본색의 형제 간 감정이나 마크와 아호 간의 감정 등은 충분한 설명과 개연성을 깔아놓고 흘러간다기보다 설정에 따른 공식에 가깝게 진행됩니다.

그럼에도 그게 다 이해되고, 과도한 그 감정선에 어느 순간 몰입하게 됩니다.

(출소한 아호와 마크의 재회에서 두 사람이 와락 끌어안는 장면-거기서부터 눈물 핑~)

 

배우들의 연기도 하나같이 좋았어요.

 

 

주인공인 송자호 역의 적룡의(개봉 이후 윤발 형님이 너무 부각되어버려 상대적으로 묻혔지만) 연기는

정말 작품 내에서처럼 '큰 형님'으로서 무게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줍니다.

아성 역의 이자웅도 '일견 점잖게 보이지만 비열한'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현하고 있고,

장국영의 키트는... 이때는 딱히 연기라고 할 게 없는 연기이긴 한데, 장국영의 원판 캐릭터에 너무  잘 맞는 이미지랄까요.

(신경질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애xx..?-_-->영웅본색 최고의 악역은 이자웅이 아닌 장국영이란 의견에 공감 백만개-_-)

 

그리고 주윤발의 마크.

 

 

.....진짜 뭐라고 해야할까..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일체화가 될 수 있을까 경이롭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이런 'x폼 잡는 마초 냄새 물씬 나는 캐릭터'는 수많은 배우들이 맡아왔잖아요.

멋지게 보이고 싶은 남자배우들이 많이들 하고 싶어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비주얼적으로 주윤발보다 더 키 크고 더 체격 좋고 더 잘 생긴 배우들도 많았을 거에요.

 

그런데 왜!

이 정도로 멋지게, 제대로 폼나는, 감동적으로 포스 넘치는 그런 배우는 주윤발밖에 없는 거죠??

어제 보면서도 새삼스레 느낀 건데('상해탄' 드라마 가끔씩 보면서도 느끼지만), 주윤발만의 독특하면서도 어마어마한 포스와 아우라엔 그 누구도 따르거나 근접할 수 없구나 하는 거였어요.

트렌치코트와 성냥개비, 쌍권총의 조합을 주윤발 아닌 그 누가 하겠냐고요ㅠㅠ

 

도대체 이유가 뭘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주윤발은 폼만 잡는 잘 생긴 배우가 아니라 연기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은 연기 잘하는 좋은 배우입니다.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육체연기부터 감정연기까지 거의 못하는 게 없을 정도인데,

잘 생긴 얼굴, 멋진 체격, 좋은 감정연기. 그 조합만이 전부일까요?

뭔가 그 외에 다른 요소가 있을 거 같은데.. 그걸 정확하게 잡아내질 못하겠어요.

 

그렇게..그렇게.. 윤발 형님의 마크에게 몰입되어 보다...

마크가 키트를 붙잡고 '형제란!' 하는 순간 총에 맞아 쓰러지는 그 장면에서 그만 참지 못하고 눈물 주루룩...ㅜㅜ

 

 

몇번을 봤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작품 속 인물들에 몰입되어 보았어요.(장국영은 '저런 민폐애새끼'였다니!!를 외치면서 봤지만;)

 

이 영화의 위치는 홍콩 느와르 팬에게 절대적인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느와르의 완결판이라 볼 수 있는 '첩혈쌍웅'보단 액션이 약하고,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도 크게 뛰어나진 않아요.

그런데 어제 보면서 느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울리는 힘이 뛰어나단 겁니다.

아마 지금쯤 처음 보시는 분들은 느끼지 못하실지도 몰라요.

80년대의 홍콩 사람이 아닌 다른 이들로선 그들이 느낀 것만큼의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구요.

그러나 각자에게 다가오는 느낌, 감정, 의미는 저마다 달라도 가슴을 울리는 그 힘만은 뛰어난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덧. '무적자'에서 윤발형님의 '위폐에 불붙여 담배 피우는 씬'은 안나온다더군요. 아쉽다고 해야할까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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