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2 18:42
방금 나루세 미키오의 부운을 봤습니다.
1955년도에 제작된 이 영화를 보며 전 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네요...
세련된 연출, 깔끔한 각본, 모던한 미장센.. 거기에 가장 놀라운건 배우들이 현재와 다름없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티비에서 나오는 드라마라해도 믿을 만큼의 자연스러운 연기죠. 60년 전 영화인데요.
저시대의 우리나라 영화들은 많이 경직 되어 있어요. 연기도, 목소리도, 화면 연출까지두요.
50~70년대의 일본 영화들을 볼때면 너무 놀랍고 감탄스러운게.. 우리랑 바로 비교가 되니까 그런것 같아요.
같은 아시아에 바로 붙어있는 나라인데도 이렇게 수준차이가 많이 났었구나..
영화뿐만이 아니라 문학도 그렇죠.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1905년도의 소설이니까요.
스즈키세이준의 동경방랑자, 구로자와 아키라의 천국과 지옥, 오시마나기사의 교사형, 이마무라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
오즈 야스지로의 그 모든 영화들..
각자의 스타일과 고유의 문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거장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지금의 일본 영화계가 너무 안타까울정도로 말이죠.
단순히 일본이 20세기 초에 신진문물을 우리보다 더 빨리 흡수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일까요?
물론 환경적으로 우리가 뒤쳐질 수 밖에 없었던 건 인정하지만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 시대의 일본영화들은 가히 전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정말 궁금하고 신기합니다.
2015.10.02 18:56
2015.10.02 19:29
아, 우리에겐 식민지시절과 6.25가 있었군요. ;;;
6.25를 까먹고 있었네요..
근 50년동안 폐허더미였던 우리와 일본과 수준차이를 논한다는게 어불성설.. ;;
2015.10.02 18:58
B급 영화도 이 시기에 훌륭한 작품이 많이 나왔다고 알고 있어요: https://youtu.be/yZZD-WW879s
2015.10.02 19:30
옷. 이 신기한 영상은 또 무엇.
시간되면 저 시절 B급영화들도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흥미롭군요..
2015.10.03 11:40
신토호라는 1960년대에 파산한 영화사가 만든 영화를 테마로 한 영화제 홍보영상입니다. "eroguro (eroticism과 grotesque를 합친 일본식 조어)," 철저한 대중노선의 추구 등이 이 영화사의 기치였다고 합니다. 전 영화제 가서 보고 좀 반했어요;
2015.10.02 19:07
2015.10.02 19:31
영상자료원 기획전에서 시간날때 보는게 가장 좋긴 하더라구요.
예전에 학교다닐땐 학교 도서관의 디비디를 많이 활용했었구요. (예술학교였던지라 구비된 작품이 많았죠..)
하스미 시게히코라~ 아련한 이름이네요. ㅠㅠ
한때 열심히 탐독했던 시절이 있었죠.. ㅎㅎ
2015.10.02 19:35
2015.10.02 19:12
영화뿐 아니라 20세기 전반에 걸쳐서 한국이랑 일본은 그냥 넘사에요.....물론 지금의 일본 영화계는 많이 망가졌지만 그때는 정말 죽여주는 작품이 많았죠...
2015.10.02 19:33
그렇긴해요. 전세계를 호령하던 강대국과 우리를 비교한다는게 좀 웃기지만..
그래도 불과 그 전의 수백년은 문화적으로 우리가 강대국이긴 했으니까요..
아무튼 저시절의 일본영화는 정말 넘사벽이예요.
2015.10.03 08:18
그 전의 수백년은 우리가 문화적으로 강대국이었다고요? 아닌데요. 잘못 아시는 겁니다. 조선 시대에도 일본의 문화 수준은 우리 못지 않았어요. 다만 그 때의 일본은 성리학 체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는데, 당시 조선의 선비들이 일본의 그 점을 비난하면서 한 말이 '야만스런 왜인들'인 겁니다. 막부가 조선에 통신사를 요청한 것도 '성리학'을 받아들이기 위해서였죠. 당시 조선이 일본에 전수해줬다는 선진문물이 바로 '성리학'입니다.
막부 입장에서는 중국이나 조선만큼 중앙집권제로 국가 권력을 통일하고 뭐, 할 수만 있다면 무사들에게도 중국이나 조선처럼 과거시험도 보게 해서 그들을 일원화된 관료로 만들고 싶었겠지만 말입니다. ( 하지만 당최 무사들이 말을 안들어먹…―,.― )
성리학 체제여서 우리가 일본보다 수백년 앞선 문화 강대국이라고 할 순 없죠.
2015.10.02 19:13
그런 문화 부흥기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우리나라에 비슷한 부흥기가 있었다면 90년대~2000년대 초일까요? 아무튼 저도 이유가 궁금하네요.
2015.10.02 19:35
우리나라 영화계도 호시절이 있긴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일텐데..
그래도 일본의 저 시대와는 또 차이가 많이 큰것 같구요..
분명히 각국마다 문화 부흥기는 존재하는것 같습니다.
20세기 초의 문화적 토대가 유럽이었다면 그게 잠깐 일본에 머물렀다가 그 이후로는 미국으로 간걸까요?
문화부흥기의 세계적 흐름을 공부해봐도 재밌을것 같아요.
2015.10.02 19:17
전쟁의 힘? 한 사회가 극단적인 정서적 충격과 변화를 겪을 때, 그 완충재로써 다른 세대를 압도하는 천재들이 빚어지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2015.10.02 19:38
그럴수도 있겠네요.
50~90년대까지의 한국영화는 대부분 감상적인 신파조의 영화들이 많았던게.. 식민지시절과 한국전쟁을 겪고 난 이후의 필연적인 결과일수도 있겠네요.
패전 이후 일본 문학을 지배한 정서가 허무주의라는 것도 필연적인 것이겠죠.
급격한 부흥과 쇠락을 단시간에 겪은 한 나라에서 뿜어져나오는 에네르기, 라고 표현을 해둘까 싶기도 하고..
2015.10.02 19:37
예전(1980년대보다 이전) 일본영화라 봐야 라쇼몽, 7인의 사무라이, 거미의 성, 감각의 제국 정도밖에 안봤지만, 요즘의 일본 영화들 상황이 예전 보다 못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 만화나 TV시리즈 영화화, 애니메이션 극장판 위주로 흥행이 치우쳐졌어요.
2015.10.02 19:43
너무 오덕스럽죠. ㅜㅜ
그래도 90년대까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기타노 다케시, 구로사와 기요시, 아오야마신지, 이와이슈운지등..
하지만 요즘은 고레에다 히로카즈나 요시다 다이하치등을 빼면 그닥 관심가질만한 감독이 없네요..
저런 영화들을 만들었던 나라인데, 말이죠.
2015.10.02 19:45
영화뿐 아니라 음악이나 전반적으로 과거보다 쇠퇴한건 맞는 것 같아요...우리나라만 봐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 스타일 하면 조금은 세련된 느낌이랄까? 이런게 있었는데 지금은 일본 남자 연예인들 보면 좀 촌스럽다는 반응들이 많으니까요...
2015.10.02 19:44
일본 영화는 거의 모르지만 흥미있는 단편이 있어서
「엑스트라 신베에」 전쟁의 상처를 씻고 영화산업이 눈부신 발전을 맞이하던 50년대의 일본. 영화판에 일생을 바칠 각오를 했으나 갑작스런 전쟁으로 인해 그 열정을 가슴속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던 카메라맨 노부오는, 마찬가지로 전장에서 죽을 고생을 하고 돌아온 동료들과 함께 막부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 영화를 촬영한다.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 촬영을 앞둔 그의 앞에 수상쩍은 사무라이 엑스트라가 나타난다. 완벽한 분장과 의상, 실감나는 사극풍 말투, 대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다치바나 신베에’라는 이름의 배역.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명예와 부에 대한 욕심도 없이, 오직 신념을 위해 시간과 공간마저도 초월해버린 한 무사의 영혼이 스크린 뒤의 어둠에서 가만히 되살아난다.
------------
http://munhak.com/book_list/books/book_view.asp?cidx=2&sidx=8&page=1&SearchType=&SearchText=&bookidx=661
2015.10.02 19:52
이건 또 어마무시한 시놉인데요?
일본 문학이나 영화에서 늘 흥미롭게 등장하는 '망령'이라는 존재.
이거야말로 침입과 찬탈을 일삼았던 국가에서 등장해야만 하는 주인공이죠.
오시마나기사의 교사형도 이런 측면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텍스트더군요.
읽어보고싶네요.
2015.10.02 21:01
짧은 단편이지만 전후 일본 영화인들이 얼마나 악에 받쳐-이길 밖에 없다고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는지가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2015.10.02 19:44
저 시기 영화들은 패전한지 얼마 안된 시점이라 그런지 반전이라던가 군국주의 비판이라던가...하는 영화들이 많았죠... 지금하곤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그래서인지 영상자료원에 저 시절 일본 배우들 초청해서 이야기 들어보면 그당시는 그런 영화 만드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절이었다고 하더군요... (자국 비판적인 영화에 출연하는게 부담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2015.10.02 19:56
그렇군요. 하긴..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80년정도까지의 독일영화들도 그런 감수성을 내포하고 있죠.
우리는 잘 모르는;;; 그것들..
우리가 늘 약자여서 '한'이라는게 국민정서가 됐다면, 일본은 끓어오르는 광기를 얇은 담요로 일단 덮어두는.. 그런 느낌이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것들이 다양한 형태로 저시절 영화들에 반영된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2015.10.02 20:11
카메라를 붓처럼 써서 대가의 그림처럼 독특한 자신들만의 영화를 만들어 내던 감독들의 전성기 시절 영화들은 저 때 저 나라에서만 만들어 지고 앞으로도 없을 영화다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20년대의 독일 영화들이나, 50-70년대까지의 일본영화와 실험극영화들 당시에 이런 것들을 극장에 내걸고 들어와 보는 관객들이 있었다는 얘기잖아요. 또한 80년대와 90년대초의 어디에도 없을 이상할 정도로 낙관적인 홍콩의 코믹무술과 잠뽕 장르 영화들, 냉전체제 당시의 뭔가 비워져서 무거운 분위기의 소련 영화와 통제된 동유럽의 환타지 영화등...
2015.10.03 11:12
그렇군요. 듣고보니 일리있네요. 그나라의 그 시절이었기에 만들어낼수 있는 작품들이라..
일본의 저 시대도 그 모든 타이밍이 맞춰진 시대였나봐요. 50~60년대 프랑스의 누벨바그와 90년대를 주름잡던 풍요로운 미국의 로맨틱코미디들도 그랬죠~
9.11테러 이후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의 경향도.. 재미있네요! ㅎㅎ
2015.10.02 20:24
장제스가 '일본은 좋은쪽이든 나쁜쪽이든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는데 저는 굉장히 와닿았어요. 아무래도 요즘은 오덕의 극단으로 치닫는듯...
2015.10.03 11:13
일본의 국민성 자체가 흥미롭죠. 전 지난번 쓰나미때도 조직적인 개미군단과도 같았던 일본 사회의 풍경이 인상깊었어요.
겉은 굉장히 고요하고 정숙해보이고 젠틀한데 속은 마그마와 광기가 치닫고 있는..
2015.10.02 20:45
영상자료원에서 (제목은 기억 나지 않지만, 크라부의 마담이 밀린 술값 받으러 다니는...) 그 세련 된 연출과 화면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억울하더라고요. 우리가 그렇게 가난과 투쟁하는 동안 쟤들은 저렇게 전쟁특수를 누렸구나.
2015.10.03 11:15
그러니까요! 우리는 가난과 폐허를 극복하느라 눈물빼고 하늘이나 쳐다보고 있을적에.. 일본은 좀더 궁극의 극단을 탐험하고 있었나봐요.
참 질투도 나고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2015.10.02 21:27
고바야시 마사키, 이치가와 곤, 이마무라 쇼헤이, 마스무라 야스조, 신도 카네토, 등등 좋아하는 감독들이 참 많습니다. 액션하면 미스미 켄지나 오카모토 기하치, 쿠도 에이이치도 있었고요. 고샤 히데오도 있네요. 저 시절 액션영화는 요즘 배우들의 연기나 CG로 살릴 수 없는 맛이 있어서 좋아요.
2015.10.02 21:37
마스무라 야스조 최고!
2015.10.02 21:41
마스무라 야스조하면 용솟음치는 변태력이 생각납니다 하하
2015.10.04 14:53
만지라는 영화 타니자키 준이치로 원작이네요.
진짜 좋아하는 작품인데 영화가 있었네요!!
2015.10.02 22:55
2015.10.03 11:16
많은분들이 외치는 마스무라 야스조는 아직 안봤네요. 찾아봐야겠어요. ㅎㅎ
저시절의 일본 액션영화들은 진짜 칼로 베일듯한 날것의 냄새가 강하더라구요. 매력있죠.
2015.10.02 23:45
마스무라 야스조에 한표 더!!! 하려고 로긴했습니다..ㅋㅋ
작년 내내 야스조에 빠져 살았는데
정말 놀라울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면서 상상력도 대단하고. 또 대략 1시간 30분 내에 모든걸 꾹꾹 눌러담고. 정말 대단한 감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15.10.03 11:17
마스무라 야스조, 꼭 찾아봐야겠어요. ㅎㅎ
2015.10.02 23:49
2015.10.03 08:24
2015.10.03 11:20
확실히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였기에 거기에서 분출된 감정이 뒤섞여 일부러 일본을 깔보는 정서가 있었던것 같아요.
하지만 일본에 방문할수록, 책이나 영화를 보면 볼수록 일본은 정말 대단한 나라였다는걸 확인해요.
수입도 수입인데 자기들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최고예요. 그 방면에선 일본이 전세계 탑이라고 생각합니다..
2015.10.03 12:17
일본의 그러한 능력은 고대 국가부터 벌써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비단 문화만이 아니라 군사 능력에서도요. 고대 국가 형성시기인 초기 철기 시대 몇 세기를 제외하면, 한반도 국가들이 일본을 앞선 건 겨우 몇 세기에 불과하죠.
식민지 시대에 대한 원한 때문에 이런 객관적인 사실들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건 바른 교육이라 할 수 없죠.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일본을 깔보는 정서도 말입니다.
2015.10.03 00:56
2015.10.03 11:21
돈주고 다운로드받는 정식 사이트들 찾아보시면 은근히 일본 고전영화들 많아요.
오즈 야스지로 같은 경우는 디비디 특별판으로 여러작품 묶은 세트를 저렴한 가격에 살수 있기도 하죠.
2015.10.03 02:27
구로사와 아키라의 꿈을 한번 보고서 너무 충격 먹어 잠을 못이뤘던 기억이 나네요. 그냥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다시 혼자서는 못보겠더라고요.
아, 그래도 꿈은 90년도에 나온 영화군요...;
2015.10.03 11:23
아.. 수업시간에 넋놓고 봤던 생각이 납니다. 구로자와의 꿈..
대단하죠. 구로사와 아키라..
요즘 일본 영화계에 비하면 60년대 전후는 일본 영화사의 전성기였던 것 같아요. 저도 전세계 영화사에서 손꼽힐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자본도 많았고 실력있는 감독과 예술성있는 작품을 지지해주는 제작사들이 있었죠.
한국이 침략과 전쟁을 겪지 않았다면 한국 영화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