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이 좋아요...

2015.09.08 21:05

바스터블 조회 수:4142

꽃잎으로 헤성처럼 등장해서 연기의 새로운 신성이 될것 같이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이정현..

그런데 곧 갈팡대다 뜬금없이 가수로 전향하더라고요...조피디 곡의 피처링이 매력적이었지만 그 음색과 실력은 오래 들을만한 종류는 아니었어요.

부채와 함께 빵 떠서 반짝 스타가 되었지만 또 빠르게 소모되었죠.

당시 이정현의 이미지가 너무 이상해졌다고 느꼈어요.

인형으로 돌변한 외모에서부터 그의 스타일 하나하나가 굉장한 피로감과 진부함을 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이상하게 들러붙은 가식적이라는 소문들.

점차 젊은층의 반응이 빠지고 "잰 끼가 무당수준이다.애"하시는 어머님들의 뜬금없는 지지를 받는다 싶더니 무성한 연예계 소문들을 뒤로하고 어느순간 사라지더라고요.

 

중국에서의 소식과 간간히 들려오는 비슷한 류의 음악들로 간혹 티비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이미지가 너무 올드해지고 탈색되서 더이상 반짝이지 않는 한물 간 연예인처럼 보였어요.

연기도...노래도..뭔가 전조도 없이 대책없이 확 태워버리고 서둘러 끝낸 불꽃놀이 같은 느낌. 그 예후가 참 초라하다고 느껴졌죠.


그러다 의외의 곳에서 간간히 소식이 들려오더라고요. 연기요. 작은 곳에서 연기들을 하는데 꽤 괜찮다는 얘기들이요.

그래..원래 연기를 잘 못했던 얘가 아니니까..다시 감을 잡았나보다.그렇게만 생각했어요.

박찬경의 파란만장을 보면서도 그 연기가 그렇게 탁월하다고 느끼진 않았어요.그냥 이정현같다..어색하지 않다..그렇게 생각했던것 같아요.


꽤 호평을 받은 영화들이 있었지만, 이정현을 찾아볼 만큼 좋아했던건 아니라 흘려보내던 차에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봤어요.

아...좋더라고요. 이정현의 연기가 참 괜찮더라고요.

순간 잊고 있었던 기억이 하나 떠올랐어요. 드라마 <일곱개의 숟가락>에서 순진한 누나를 연기한 이정현의 모습이요. 그때 이정현을 참 좋아했거든요. 그 생각이 나는 연기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묻어가는 연기..

인공적이다고 생각했던 이정현의 얼굴도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너무 예쁘지 않아보여서 더 좋았어요. 예쁘지만 아주 예쁘진 않았죠.그냥 다 자연스러웠어요.


몇달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리셉션에서 이정현을 봤어요. 이정현은 심사위원 자격으로 초대받았었죠.

당시 상황이..좀 엉망이었어요. 레드카펫행사는 한없이 늘어졌고, 개막식도 너무 길었고..이후 개막시사를 끝내고 시작한 리셉션에 초대받은 유명인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구깃구깃했죠.

겨우 버텨낸다.내가 이를 악물고 버텨낸다.하는 표정으로 부천영화제의 꽃. 홍보대사들이 탈진한 표정으로 좀비처럼 서있는 그런 행사였어요.

그때 이정현이 등장했어요. 너무나 화사하고 너무나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로..어찌나 얼굴이 활기넘치고 탄력으로 통통 튀던지 주변이 환해지는 기분. 다른 연예인들의 표정과 대비되어 더욱 인상적이었어요.

이정현도 다른 연예인들처럼 그 지옥의 레드카펫을 지나 계속 대기하다 왔을텐데 어쩜 저리 혼자 피로감 하나 없이 메가도스할까.그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건배제의가 끝나고 후다닥.빠져나가는 인사들 틈에서 이정현은 꽤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면서 예의 그 화사한 웃음을 끝까지 잃지 않고..주변 시민들의 사진촬영과 싸인세례에도 싫은 기색 없이 받아주었죠.

본인 행사도 아닌데 한사람 한사람 허투로 대하지 않더라고요. 이정현 정도 되는 잔뼈 굵은 연예인들에게는 그게 꽤나 인내가 필요한 일일텐데도요.참 철두철미하구나.싶은 느낌.


아..이정현이 왠지 좋아진다..그때 처음 그렇게 느꼈어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 꽤나 좋아졌답니다.


이정현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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