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관에서 한국 멜로물을 보았습니다.

호우시절 이후 처음인 것 같네요.

오동진님의 평론처럼 아련한 순애보의 시대를 7.80년대에서 90년대로 바꿔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한국영화가 제작편수도 적은 상황에서 

어찌보면 '괜찮은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 역대급 반열로 올라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 물론 저는 이 영화가 좋았습니다.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90년대 후반 학번인 제 입장에서 보면 다들 그렇듯이 여러가지 깨알같은 디테일이 좋았습니다.

그래요, 강남에서 온 키크고 안경끼고 차를 가졌으며, 심지어 핸드폰도 가지고 있는(다들 삐삐 갖고 있을 때)  남자 선배에 대한 열폭이라던가 ㅎ

주변에서 많이 봤던 익숙한 풍경들이 기억이 납니다.

 

물론 짜잔하게 아쉬운 것도 있었어요.

CDP가 없어서 못 들었다는 식의 설정이나

마지막에 클리셰로 다시 그 CDP와 전람회 1집이 나오는 설정

그리고 촬영장소는 경희대인데, 지도속에 학교는 연세대학교로 나올까요.

여하간 이건 좀 너무 상투적이네요. 한국의 대학은 항상 신촌이어야 하나요. 아주 지겨워요.

그래도 여러가지 상념에 젖게 해서 좋긴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이런 작품을 볼 때 남는 궁금한게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 (대학 초년생, 스무살 시절에 서투른 사랑이야기)에 주인공들인 여성들은 어떤 기분인가요?

정말 잘 모르겠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전 이 이야기의 비슷한 버전으로는 '광식이 동생 광태'가 생각이 났습니다.

김주혁은 동아리의 평화유지군이 되기 위하여 이요원에게 한 번도 제대로 맘을 표현하질 못했고

10년이 넘어서 나타난 그녀에게 다가가는데 실패합니다. 

 

그 시절에 무언가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일군의 남성은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없죠..  

그래서 지르질 못합니다. 저 이쁜 애가 나를 좋아할까?

같이 있으면 좋지만, 뭐 용돈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어디 가 있을 때도 없습니다.

 

이룬 것이 없고, 받은 것도 없는 이들은 연애에 대해서 갈망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도 많이 망설여 합니다.

요즘은 다르겠죠?

어쨌든 용기가 없죠.그러니까 영화에서 처럼 주변에서 서성이는 그런 관계들이 많죠.

그걸 담담하게 이 영화는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성은?

학교에 정말 오래있었고, 수 없이 많은 커플들을 보아왔지만

저 장면에 처한 여성들의 마음은 어떤지 솔직히 전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녀들도 두렵고 자신없었겠죠?

이 남자가 괜찮을까 저 남자가 괜찮을까 고민도 할테고

다른 한 편으로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라는 생각도 할테고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기도 하겠죠. ?

저 선배가 동경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 가까이는 동기 녀석이 눈에 밟히기도 하겠죠.

아니면 누구도 성에 안차서 그냥 공부만 할 수도 있을 거에요.

또는 자기도 자신이 없어서 누가 자기를 좋아하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혹은 무엇을 해도 이쁠 그 나이에 자신의 진가를 자기만 몰라서

누가 자기에게 애정을 고백한 것만으로도 연애를 시작하게도 할려나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 때 그녀는 제게 왜 그랬는지, 왜 우리 사이의 묘한 호감은 갑자기 사라졌었던 건지

그 때 내가 조바심내던 시절, 그녀(들)은 어떤 기분이었는지

저는 그렇게 대학의 초년 시절을 그렇게 엉성하게 보냈습니다.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여성이 그려낸 그 시절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뭐가 어떻게 다른지 왜 그녀는 A가 맘에 들었었는지

 

그러거보니 아직도  한국 영화에선 여자가 기억하는 첫 사랑이 너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너무 못 본 건가요?

 (고양이를 부탁해 이후에 기억이 안나요. 이 작품도 연애 이야기는 많이 안나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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