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4 12:38
- iptv vod로 봤구요. 한 시간 오십분 정도 되는 추리, 수사극입니다. 당연히 스포일러 없게 적을게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주연 배우를 단독으로 내세운 한국판 포스터)
- 영화가 시작되면 어떤 나이 지긋한 여인이 누군가에게 '유리코'라는 사람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물장사 하는 사람인데, 십여년 전에 이 유리코란 사람이 찾아와서 다짜고짜 일을 시켜 달랬다고. 성격 좋고 일도 열심히, 잘 했지만 본인 과거에 대해선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네요. 특히 버리고 온 아들 관련해서는요. 성실하게 일 하며 고객과 트러블도 없었지만 연인 관계로 지낸 남자가 하나 있었고. 그래서 이 유리코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챙겨줄 가족도 없으니 그 남자에게 연락을 했대요. 그랬더니 본인은 장례식엔 못 가겠다며 유리코의 아들 연락처를 남겨줬다는데... 그게 바로 지금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남자, 아베 히로시입니다. 극중 이름은 '가가'. 직업은 경찰이에요.
그래서 우리의 가가 형사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남자를 만나 엄마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만 그 남자는 행방이 묘연하네요. 그렇게 그냥 세월이 흘러서 이제 현재.
(유리코... 이자 주인공 엄마.)
장면이 바뀌면 살인 사건 현장이 나와요. 살해된지 한참 되어서 다 부패해버린 한 여성의 시신을 놓고 형사들이 열심히 수사를 하겠죠. 실종 신고를 바탕으로 피살자의 신원은 파악했는데 용의자(=시신이 발견된 방의 원래 주인)는 행방이 묘연하고. 조사를 좀 해 보니 그나마도 가명으로 살고 있는 흔적 없는 남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잠시 주인공인 척하며 열심히 수사하던 젊은이가 이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장소에서 발견했던 다른 살인 사건과의 유사성을 발견해내고. 더욱 더 가열차게 수사를 하다 벽에 막히는 순간... 당연히 우리의 진짜 주인공이 등장을 하겠죠. 뭐 그렇게 전개됩니다.
(주인공인 척 하지만...)
(금방 이렇게 연결됩니다. ㅋㅋㅋㅋ 애초에 포스터에 박힌 얼굴만 봐도 뭐...)
- 사실 전 이 영화에 최적화된 관객이 아닙니다. 왜냐면 이게 사실 시리즈의 완결편이거든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소설이 있었고, 그걸 티비 드라마화 한 시리즈가 있었고. 이것은 그 중 완결편의 역할을 하는 소설을 원작으로 그 티비 시리즈의 출연진을 데려다 만든 극장판 영화에요. 근데 전 모르고 그냥 봤죠. 한참 보다가 '좀 이상한데?'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ㅋㅋㅋㅋ
다행히도 이건 말 그대로 극장용 영화여서 지난 시리즈를 안 봐도 내용 따라가는 데 아무 지장 없이 만들어지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중간중간 설명 없이 튀어나오는 몇몇 캐릭터들이 존재하구요. 또 시리즈의 팬이어야 뭔가 '아, 그게 이래서 그랬던 거구나!'하고 좋아할만한 떡밥 회수 장면들이 있구요. 아무래도 제 소감은 그리 온전한 것이 될 수가 없습니다.
(기존 시리즈 출연진들까지 성실하게 박아 넣은 일본 관객들용 포스터.)
- 하지만 어쨌거나 봐 버렸으니 그냥 제 소감을 얘기하자면... 음. 뭐 그냥 준수합니다.
일단 극장판답게 비주얼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특별히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나오는 영화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미장센이나 장면 연출 같은 걸 '영화 느낌' 물씬 나게 신경 써서 찍었더군요. 최근에 제가 봤던 일본 영화들처럼 저렴한 느낌이 전혀 없어서 신선(?)했어요.
그리고 추리 쪽으로 말을 한다면... 애초에 이 '가가 형사'라는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가 중요한데요. 신박한 살인 트릭을 간파하고 뭐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사람의 마음' 같은 걸 중시하는 마음 따뜻한 캐릭터로서 주된 사건 해결 방법이 사건의 감춰진 동기를 파악해서 해결하는 식이라고... 하던데 이 영화에서도 정말 그런 식으로 해결을 합니다. 추리 소설이 원작인 작품답게 '진상은 다 파악했다!'에 해당하는 장면에서 그런 식의 해결법이 등장하는데, 연출도 나름 괜찮았고 설득력도 있었던 것 같아요. '우왕 대박!' 이런 건 아니지만 전 이 정도면 괜찮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일본 영화답게, 그리고 주인공의 캐릭터에 어울리게도 범인에게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게 완결편이고 주인공 캐릭터의 사연들도 밝혀지는 이야기라 주인공의 사연도 만만찮게 구구절절해요. 그러다보니 클라이맥스에서 또 눈물과 슬픔의 도가니탕이 좌라락 펼쳐지긴 하는데... 보통 일본 컨텐츠들이 그런 구구절절을 다루는 평균적인 수위(?)를 생각할 때 이 정도면 그래도 적당선에서 절제가 되지 않았나. 뭐 그런 느낌도 받았네요.
배우들도 좋아요. 제가 이쪽 배우들을 워낙 모르긴 하지만 어쨌거나 다들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서 보면서 어색하거나 튀는 느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특히 남녀 주인공을 맡은 아베 히로시와 마츠시마 나나코는 둘 다 좋더군요. 아주 일본적인 연기톤이긴 한데, 뭐 일본 영화 보면서 그걸 트집을 잡으면 안 되겠죠.
(전 마츠시마 나나코도 모릅니다. ㅋㅋㅋㅋ 일본 여배우 부동의 원탑으로 십여년을 버티고 계셨다지만 전 모른다구요!!!!)
(그리고 아무리 봐도 서양인처럼 생긴 우리 우에다찡...)
- 암튼 뭐. 대충 정리하자면, '이 정도면 요즘 그쪽 동네 분위기상 아주 고퀄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깜짝 놀라고 감탄할만한 트릭이 나오는 수사물도 아니고, 시리즈의 완결편이라 제가 놓친 부분들도 많았을 것이고.
또 일본 작품답게 구구절절 사연 배틀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도 그렇게 제 취향 작품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이야기는 탄탄한 편이고, 작품의 완성도도 괜찮고 배우들도 좋았구요. 지루하지 않게 한 시간 오십분 잘 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무료로 봤다는 거, 그리고 제가 아베 히로시에게 호감이 큰 사람이라는 걸 감안하면... 딱히 추천할 생각까진 들지 않네요. ㅋㅋ
+ 이런 장르물답지 않게 경찰이 그렇게 무능하지 않습니다.
딱 봐도 개그 캐릭터같은 표정을 한 사람들이 나와서 실제로 개그도 종종 칩니다만. 그리고 결정적인 건 당연히 주인공이 다 해내긴 합니다만. 그래도 본인들 할 일은 충분히 해 내는 조직으로 나와서 좀 신선하기도 하고, 맘에 들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범죄자의 능력치를 띄워준다고 경찰들을 필요 이상으로 무능하게 묘사하는 방식은 이제 좀 질려요.
++ 나름 관광 영화이기도 합니다. 먼저 적었듯이 비주얼에 꽤 신경을 쓴 영화라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두 도시의 풍경이 상당히 보기 좋게 펼쳐지는 장면들이 많아요.
...근데 그런 짤을 찾지를 못하겠네요.
+++ 역시 제가 원작을 전혀 몰라서 생기는 문제입니다만.
주인공 캐릭터가 자꾸만 우에다 같은 짓(?)을 합니다. ㅋㅋ 그럴 때마다 반가워하며 킥킥대며 잘 봤는데.
그게 원작 캐릭터가 원래 그런 건지 제작진이 일종의 배우 개그 같은 요소로 넣은 건지 궁금하더라구요.
하지만 구태여 원작 소설 시리즈를 찾아 읽을 정성이 없는 게으른 저로선 평생 알 길이 없겠죠.
그저 넷플릭스가 트릭 '스페셜' 말고 본편들도 얼른 등록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깨끗한 화질로 쭉 올려주면 보고 보고 또 볼 거에요. ㅋㅋㅋㅋ
2021.01.14 14:13
2021.01.14 17:35
2021.01.14 19:15
남주가 최민수랑 약간 닮았네요
2021.01.14 21:11
영상으로 된 건 처음 보는데 이 글을 가가 형사가 시리즈가 계속되며 캐릭터가 좀 바뀌었나? 싶었다가
생각해보니 8권을 읽었는데요...
일단은 검도를 무지 잘하고 그만큼 냉정하고 바위같은 인상이고
아주 냉정하고 건조하게 하나하나 증거를 찾아 용의자를 숨막히게 목을 졸라가는 스타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도서관에 가봐야 할까 싶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