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6 13:23
에밀리오 에스테베즈와 찰리 신이 마틴 신으로부터 유전자를 물려 받은 게 맞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jt8MLbfMNI
어제 저녁에 유튜브에서 보고 점심시간 틈 타 올림.
32살이었던 쉰이 25살을 연기합니다. 제임스 딘 흉내내면서 쓰레기 수거하는 일을 하던 키트는 15살의 홀리를 만납니다. 시시 스파이섹도 이 당시 20대. 스파이섹은 이 영화 찍으면서 남편을 만났고 남편의 친구인 데이빗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에 재정적 도움을 주게 됨.3년 후 <캐리>에서 10대를 연기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예쁘게 나와요. 쉰은 이후에 <하얀 집의 소녀>에서도 10대 조디 포스터에게 관심을 품는 페도파일로 나옴.
홀리는 학교에서 별 존재감이 없고 별다른 개성을 발달시키지 못 했다고 나레이션에서 회상합니다. 홀리가 제임스 딘같다는 말에 키트가 홀리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키트가 딸 주변에 얼씬거리는 걸 못마땅해 한 아버지를 살해하고 저 둘은 떠돌아 다니면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입니다. 그런데, 그 여정이 <사냥꾼의 밤>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동화적인 느낌마저 줍니다. 나중에 경찰에 잡혔을 때 그들은 이미 미디어에서 유명인 취급받고 있었고 키트는 그 관심을 즐깁니다. 경찰이 제임스 딘닮았다고 하니까 또 좋아하고요. 자기를 드러내고 싶어했던 키트의 욕구가 어느 정도 인정된 셈입니다. 홀리는 자아가 발달하지 않은 상태이고 영화가 진행되고 1시간 쯤 지나서야 자신의 남자친구가 위험하다는 걸 깨닫기 시작하죠.키트가 반사회적 성향이 있다면 홀리는 오히려 권위에 순종적입니다.아버지를 죽인 키트를 따라간 거나 밖에서 사는 게 힘들어지니까 경찰에 자수하고 나중에 자신의 변호사 아들과 결혼한다고 나레이션에 나옵니다. 이 영화 폭력은 필요에서 저지른 거다 보니 주인공들이 그걸 즐기지도 않고 폭력을 미화시키거나 그런 것도 없고 자연 속의 둘을 멀리서 잡는데 그들이 저지르고 다니는 살인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이 둘을 중심으로 한 우주에서는 흔히 스쳐 지나가는 일처럼 다뤄집니다.
홀리가 킷에게 잡지를 읽어 주는데
'Rumor: Frank Sinatra and Rita Hayworth are in love, Fact: Yes, but not with each other.’”
- 이게 킷과 홀리의 관계의 본질같아요.
둘이 비행기로 이송되던 중 마지막 대사가
Trooper : You're quite an individual Kit.
Kit Carruthers : Think they'd take that into consideration
- 킷이 관심을 즐기고 우쭐해 하지만 결국은 불안해 하고 있었음이 드러나는 듯.
이거 찰스 스타크웨더와 캐릴 앤 푸게이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고 뒤에 나온 <트루 로맨스>,<광란의 사랑>,<내츄럴 본 킬러>에까지 영향. 처음에는 캐릴이 인질로 잡힌 줄 알았으나 찰스 스타크웨더에 따르면 적극적으로 함께 행동했다고 하네요.
https://en.wikipedia.org/wiki/Caril_Ann_Fugate
유튜브에 팀 로스와 페어루자 볼크 나온 드라마도 있는데 한 10분 보니 드라마가 사실에 많이 충실합니다. 팀 로스가 연기하는 찰스 스타크웨더는 캐릴에게 집착하고 있었던, 위험한 인물로 나옵니다. 테드 번디 행각이 드러나기 전의 일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kCyzL8m9oE
페어루자 볼크는 <올모스트 페이모스>에서 잠깐 나올 때마다 외모때문에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레이 도노반>한 시즌에 출연할 때 존 보이트랑 나오는 거 보면 안젤리나 졸리 생각났습니다. <발몽>에서도 순진한 세실 연기 잘 했는데 <위험한 관계>의 우마 서먼보다 나았다고 할 수 있지만 각본과 연기지도의 방향이 달랐을 수도요.
테렌스 맬릭 데뷔작이고 마틴 쉰은 자기가 받아 본 각본 중 최고였다고 함.
Little did I realise that what began in the alleys and back ways of this quiet town would end in the Badlands of Montana.
- 영화 도입 부 홀리의 말
https://www.youtube.com/watch?v=-tEgzGnzojc
- Carl Orff 음악은 익숙하신 분들이 많을 듯
2020.12.16 14:27
2020.12.16 14:32
테렌스 맬릭의 데뷔작으로 유명하죠. 미국 영화 걸작 중에 들어가고요.맬릭이 이거 찍고 리처드 기어 나오고 엔니오 모리꼬네 음악 담당한 <천국의 나날들>만들고 20년 간 칩거하다 만든 게 <씬 레드 라인>. <황무지>에 맬릭도 나옵니다. 하비 케이틀이 <결투자들>에서 탱크같이 무시무시함을 뿜어 냈으면 이 영화 속 쉰은 조용하다가 그냥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라 <지옥의 묵시록>에서 쉰을 택한 게 이해됨.
전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탈옥수 사건 있지 않나요? 그 사람들이 일반인 집에 들어가 인질로 잡은 가족들과 밥도 먹고 잡담도 나누고 그랬다고요. 이 영화 보니 실상은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인하고 도망다니면서도 (살인이라는 데에 별다른 의식이나 죄책감이 없는,그냥 아이들같은) Love is strange 노래에 맞춰 둘이 춤을 추는 장면이 있죠.
2020.12.16 20:08
황무지, 책에서 인용되는 홀리의 캐릭터만으로도 인상적이었지만 막상 볼 수는 없었던 영화.
테레스 멜릭의 데뷔작인줄은 몰랐네요. 어디서 구해서 봐야할지 마틴 쉰은 지옥의 묵시록에서 그의 존재감때문에
잊을 수가 없는데 이 영화를 어디선가 볼 수 있다면, 네, 꼭 보고 싶어요.
2020.12.16 20:17
2020.12.18 13:36
마틴 쉰 젊을 때 모습 보면 왠지 그냥 웃겨요. ㅋㅋ 잘 생기긴 했는데 뭔가 허당끼가 충만해서.
'하얀 집의 소녀' 나름 인상 깊게 봤습니다. 조디 포스터가 팜므 파탈(...) 비슷한 역을 이렇게 잘 소화하다니... 라는 것도 신기한데 그게 또 한참 어릴 때여서 좀 괴상한 기분이 드는 영화였죠. ㅋㅋ
그리고 이 살인 커플 관련된 영화는 어쩌다 보니 거의 봤는데 정작 이 영환 못 봤네요. 영어 실력이 안 되니 나중에 어떻게든 기회가 생기면 챙겨 보는 걸로... 글 잘 읽었습니다.
2020.12.18 17:00
허당끼가 있어 키트 역을 잘 한 것 같아요. 촌동네에서 자기를 드러내고 유명해지고 싶어도 방법도 모르고 자원도 없고 상상력도 없고 대중문화 아이콘인 제임스 딘 흉내내는 청춘이거든요,길 가다 깡통이나 차는. 나중에 경찰들한테 잡혔을 때 자기 물건 나눠주고 제임스 딘 닮았단 말에 좋아 죽어요. 청바지 광고 모델 오디션 봤다 떨어지고 이 역 오디션을 나이가 많다고 생각해 안 하려고 했으나 받아서 따냈다네요. 실제 찰스 스타크웨더는 19세. 쉰의 두 아들들도 이 영화에 잠깐 나왔대요.
저런 영화도 있었군요. 저는 마틴 쉰이라고 하면 동방 박사로 나왔던 영화랑 흑인 아파트 경비원을 은근히 경계하다 도움을 받는 영화 이 두편의 작은 영화 속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