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7 12:22
넷플에서 노트북을 볼 수 있는 날이 이달 말까지라고 합니다.
혹시라도 챙겨봐야 하시는 분들은 서두르시길.
21세기에 나온 영화인데 때깔이 마치 80년대삘이로군요.
'아웃오브 아프리카'나 뭐 그런 시절에 같이 나온 영화라 해도 믿길 정도에요.
딱히 욕심도 없어보이고 스포일러같은 이야기는 중간에 이미 해버리고...
묵직하고 우직하게 그닥 현실성없는 로맨스 소설을 킬링타임으로 읽는 기분이 들었달까...
그냥 전 연령대 시청가능한 주말드라마 통속극처럼 '이 다음엔 이런 장면이 나오겠지' 하면 어김없이 예상했던 장면이 똭....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겠지...하면 역시 그대로 똭.....
하지만 뭐 간만에 이런 단순한 구조의 러브스토리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네요.
시종일관 잔잔하게 깔리면서 제 역할을 하는 음악도 좋고 미국 남부의 아름다운 자연이 한번씩 숨을 턱 막히게 합니다.
특히 오프닝 시퀀스의 노젓는 장면은 정말 기가 막히네요!!! 너무 아름다워요!
문제는.....
전 라이언 고슬링에게 감정이입이 안됩니다.
이건 늘 그랬어요. 라라랜드를 재미없게 본 이유 중 하나도 라이언 때문인 거 같습니다.
배우 자체가 싫거나 연기를 드럽게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이 친구의 로맨스 연기는 감정이입이...
맥컬리 컬킨이 어른이 되면 딱 저렇게 생겼겠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상부터 먼저 들어버리니 참...
'블레이드 런너'에서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딱 이 친구에게 맞는 역할이다 싶었어요.
홀로그램과 사랑에 빠져버린 우수어린 눈동자는 너무나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런데 실제 사람과 연애하는 영화에서는 왜 라이언과 저 사이에 뭔가 벽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p.s. 조안 앨런이 나와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2020.12.07 12:54
2020.12.07 13:10
라이언 고슬링 하면 '드라이버'랑 '블레이드 러너 2049' 라고 저 혼자 생각합니다. ㅋㅋ 근데 '드라이버' 얘기는 저 말고도 많이들 하더라구요.
감정이 없다든가, 혹은 되게 억누르고 있다든가... 하면서 섬세한 듯 위험한 듯한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옛날에 듀게에서 추천 받고 이 양반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봤는데, 영화는 재밌게 잘 봤는데 라이언 고슬링이 '로맨틱'한 연기를 할 때마다 겉잡을 수 없는 위화감이 솟구쳐 오르는 경험을 했었죠. 아마 제가 주로 그런 삭막한 연기 위주로 이 분을 처음 접해서 그랬을지두요. 이 분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면 저러다 목을 꺾어 버릴 것 같고...
2020.12.07 13:16
사람들은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나 "하프 넬슨"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요.
다 찾아본 줄 알았는데 위의 두 영화는 안봤네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영화 팟캐에서 듣고 원작의 감흥을 깰 거 같아서
일부러 안봤어요.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섬세한 뉘앙스로 억누르면서 호흡을 점점 멈추게 하는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죠.
로맨틱한 연기말고 본연의(????) 어두운 내면연기로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대표작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2020.12.07 15:21
동감입니다. 두 작품이 최고작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드라이브와 2049보다 SNL에서 더 잘했던것 같긴합니다만 ㅋㅋ 애덤 드라이버도 그렇고 라이언 고슬링도 그렇고 연기에 "헌신"하는 정도가 남다르지요. 그래서 코미디를 아주 잘하는 것 같아요. 다만 대놓고 로맨틱은 두분다 안어울리는 것 같긴합니다 ㅎㅎ
이분은 살짝 미친 사람 연기할 때가 가장 그럴싸 한거 같아요 ㅋㅋ
2020.12.07 13:44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이 백인 헤테로 남녀만 나오는 로맨스라고 까이긴 하지만, 그 작품들 중에서는 '노트북'이 제일 맘에 드는 작품이긴 합니다.
2020.12.07 13:49
2020.12.07 22:19
아 맞아요 퍼스트맨도 있었지요.
2020.12.07 14:00
2020.12.08 11:37
라이언 고슬링과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헷갈리고,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저스틴 비버와 헷갈립니다. 하지만 저스틴 비버와 라이언 고슬링은 헷갈리지 않습니다. 저는 왜 이러는걸까요.
2020.12.08 13:01
전 라이언 고슬링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에서 너무 좋았어요. 갱 스쿼드에서도요. 전 엠마 스톤이랑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라이언 고슬링은 "노트북"과 "라라랜드"로 스타덤에 올랐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본인이 주로 출연했던 영화 성향은 그건 아니었거든요.
"올 굿 에브리씽"이라고 키얼스트 던스트와 부부, 그러나 아내 학대와 살해하는 남편(실화 배경)으로 깊은 인상을 주면서
이 때의 병적인 성향인 인물의 섬세한 심리 표현과 묘한 매력에 깊이 빠져서 출연작을 모두 찾아봤죠.
"스테이" 교통사고 생존자로서의 죄책감을 그린 악몽과 환각을 오가는 듯한 분위기의 영화에서도 그랬고
"murder by number"에서는 싸이코패쓰 살인범인데 이것도 입체적인 인물이었어요.
물론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서처럼 리얼돌을 사랑하는 얼빠진 기인으로 나오기도 했고
"빅쇼트"에서는 냉철한 금융인으로 출연했죠.
저도 왜 이 사람 대표작이 로맨스 영화들이라고 꼽히는지 그게 불만이에요.
다른 영화들이 대중적이지 못한건 알지만 연기 스펙트럼이 넓고 주로는 어둡고 복잡한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을
연기했다는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냥 나만의 컬트 배우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