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또또

2020.12.07 10:17

칼리토 조회 수: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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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고양이 데려올뻔 했다고 글 썼던 적이 있습니다. 또순이라고..  안타깝게도 고양이별로 가버렸죠. 


또순이에게는 자매가 있었는데.. 세마리 새끼중에 살아남은 유일한 고양이.. 볼때마다 왼쪽 눈이 부풀어 올라서 벼르고 벼르다가 포획틀까지 사서 잡는데 성공했어요. 제가 아니라 아내가. 


동네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안구 적출을 했구요.(내버려두면 통증과 염증이 결국 죽일수도 있다고 해서..) 입원을 하며 상태를 보다가 우리집으로 오게 된 고양이 이름은 또또가 되었습니다. 왼쪽 눈은 봉합을 해서 흔히들 이야기하는 윙크냥이가 되었어요. 이번주에 실밥을 뽑는데.. 다행히 잘 아물고 있는 모양입니다. 


동네 캣맘이 수술비도 도와주시고.. 지역 카페에 올렸더니 스크래처며 숨숨집, 화장실까지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큰 돈 안들이고 거처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일주일 조금 넘었는데 호기심 많은 캣초딩은 공포심에 칩거하는 시절을 지나.. 인기척이 없다 싶으면 궁금한 곳은 어디든 탐험하는 모험심을 보여주고 있네요. 


또또는 생명력이 강합니다. 길에서 살아남은 고양이니 당연하지요. 그리고 아름답습니다. 눈이 하나가 없지만 결코 비굴하지도 스스로를 연민하지도 않는 거 같아요. 그저 하루 하루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대부분 자고 있지만.. 그게 고양이에게는 정상이라고 하니까요.) 


목이나 배를 긁어 줄수도 있을만큼 인간의 손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르릉 대는 엔진 소리 같기도 한 또또의 골골대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묘합니다. 


2020년은 진짜 예측불허네요. 코로나도 예상치 못했지만 고양이 집사가 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집사라는 게 진짜 농담이 아니라 까다로운 고양이의 기분을 맞춰 밥을 줘야 하고 약도 먹여야 하고.. 똥 오줌까지 치워야 하는 자발적 노예를 의미한다는 걸 드디어 알게 됐어요. 대부분의 집사들이 그러하듯.. 그런 노고와 귀찮음은.. 고양이를 바라보며 넋을 놓는 순간.. 눈 녹듯이 사라지기도 하더라구요. 


또또는 이제 식탁위에도 올라가고 밝은 조명 아래서도 밥을 먹습니다. 아직도 구석에 놓아둔 박스에 숨는 걸 좋아하지만.. 아이들 침대 밑을 더 선호하는 것도 같아요. 고양이 또또와 함께 오랜 시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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