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7 10:17
http://www.djuna.kr/xe/board/13848035
일전에 고양이 데려올뻔 했다고 글 썼던 적이 있습니다. 또순이라고.. 안타깝게도 고양이별로 가버렸죠.
또순이에게는 자매가 있었는데.. 세마리 새끼중에 살아남은 유일한 고양이.. 볼때마다 왼쪽 눈이 부풀어 올라서 벼르고 벼르다가 포획틀까지 사서 잡는데 성공했어요. 제가 아니라 아내가.
동네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안구 적출을 했구요.(내버려두면 통증과 염증이 결국 죽일수도 있다고 해서..) 입원을 하며 상태를 보다가 우리집으로 오게 된 고양이 이름은 또또가 되었습니다. 왼쪽 눈은 봉합을 해서 흔히들 이야기하는 윙크냥이가 되었어요. 이번주에 실밥을 뽑는데.. 다행히 잘 아물고 있는 모양입니다.
동네 캣맘이 수술비도 도와주시고.. 지역 카페에 올렸더니 스크래처며 숨숨집, 화장실까지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큰 돈 안들이고 거처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일주일 조금 넘었는데 호기심 많은 캣초딩은 공포심에 칩거하는 시절을 지나.. 인기척이 없다 싶으면 궁금한 곳은 어디든 탐험하는 모험심을 보여주고 있네요.
또또는 생명력이 강합니다. 길에서 살아남은 고양이니 당연하지요. 그리고 아름답습니다. 눈이 하나가 없지만 결코 비굴하지도 스스로를 연민하지도 않는 거 같아요. 그저 하루 하루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대부분 자고 있지만.. 그게 고양이에게는 정상이라고 하니까요.)
목이나 배를 긁어 줄수도 있을만큼 인간의 손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르릉 대는 엔진 소리 같기도 한 또또의 골골대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묘합니다.
2020년은 진짜 예측불허네요. 코로나도 예상치 못했지만 고양이 집사가 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집사라는 게 진짜 농담이 아니라 까다로운 고양이의 기분을 맞춰 밥을 줘야 하고 약도 먹여야 하고.. 똥 오줌까지 치워야 하는 자발적 노예를 의미한다는 걸 드디어 알게 됐어요. 대부분의 집사들이 그러하듯.. 그런 노고와 귀찮음은.. 고양이를 바라보며 넋을 놓는 순간.. 눈 녹듯이 사라지기도 하더라구요.
또또는 이제 식탁위에도 올라가고 밝은 조명 아래서도 밥을 먹습니다. 아직도 구석에 놓아둔 박스에 숨는 걸 좋아하지만.. 아이들 침대 밑을 더 선호하는 것도 같아요. 고양이 또또와 함께 오랜 시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0.12.07 10:23
2020.12.08 11:50
그러게요. 저보다는 아내가 주체적으로 나서서 모든 일이 진행된터라.. 대단한 능력자라고 생각합니다. ㅎ 사진은 올리는 법이 까다로워서.. 조만간 한번 시도를 해보려구요.
2020.12.07 11:32
칼리토님! 진짜 감사합니다. 정말 엄청난 일을 해내셨어요. 와이프분께서 진짜 여신&천사분이신가 봅니다. 안구 적출 결정도 쉽지 않았고, 비용도 만만찮았은데, 그 아이를 품기까지 하다니요. 애지중지 1묘 키우며 소황제 대접하는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또또와 함께 행복하시길 빕니다!
2020.12.08 11:54
아닙니다. 사실 어미 곁에 혼자 남아있는 길냥이 새끼를 데려오냐 마냐.. 부터 기능이 없는 상태에서 고통만 주는 저 눈을 적출하는게 맞는가.. 적출한다면 키워야 하는데 준비는 되어 있는가 까지..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비용도 사람에 비해 많기는 했지만 흔쾌히 분담해주신 캣맘 덕분에 괜찮았고..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마음과 관심으로 도와주시고 계세요. 쿠델카님도 어려운 한해 고생 많으셨을텐데 반려묘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0.12.07 14:02
2020.12.07 22:00
2020.12.08 11:56
길냥이들은 나름의 존재방식과 생활 습관이 있기 때문에 딱히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사료라던가.. 따뜻한 잠자리라던가.. 중성화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고양이들이 정직하다.. 이제 막 같이 살기 시작했으니.. 저도 좀 살아본 다음에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2020.12.07 14:31
2020.12.08 11:57
순이 딸이라서 또순이.. 또순이 자매라서 또또.. 너무 즉흥적인 네이밍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법 잘 어울립니다. 발랄하고 똑똑한 냥이예요.
2020.12.07 15:08
2020.12.08 12:00
감사합니다.
2020.12.07 19:18
하이고야 인생 참 알 수 없는 거지요? ㅎㅎ...하물며 저 또또라는 묘생은 전생에 먼 복이 있어서 등치가 산만한 집사랑 살게 된 건지 ㅋ..여튼 축하드립니다.."칼리토와 또또"라니 먼가 근사하단 느낌 ㅇㅇ;;;
2020.12.08 12:01
칼리토와 또또.. ㅎㅎ 그러네요. 처음에는 산만한 등치에 겁먹는 거 같더니 요즘엔 손길도 피하지 않고 거리는 두고 있지만 눈에 띄는 곳에 있더라구요. 점점 친해지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인생은 알 수 없네요. 남은 인생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2020.12.07 20:13
.
2020.12.08 12:02
냥이는 사랑이예요.
2020.12.07 20:28
복받으실거에요! 아니 꼭 받으셔야만 합니다.
2020.12.08 12:02
감사합니다. 주시는 복은 잘 받고.. 또또 키우는데 잘 쓰겠습니다. ^^
2020.12.07 22:30
눈물나는 이야기예요. 또또와 가족 모두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이 되시길.
2020.12.08 12:03
아직 낯설지만 새로운 가족이 생긴 기분이예요. 이가하고 다른 점은 이미 대소변을 가릴 줄 알고 고양이 답게 스스로의 생활이 있다는 거랄까요. 우리집 막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2020.12.08 00:27
2020.12.08 12:04
네. 감사합니다. 사실 이타심까지는 아니고.. 고양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기심이 결합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생활.. 이거 하나로 다른 모든 것이 상쇄되니까요. 보고만 있어도 좋습니다. 집안에 고양이.
얼마나 이쁠까요ㅜㅜㅜ
집사님이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근데 여신상의 부인분이 능력자셨네요.
아이를 품어주신 마음에 감사드려요
(다음엔 사진 좀 굽신 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