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2 19:48
아주 오랜만에 사촌동생들과 그 친구들과 자리를 가졌습니다.
제가 사는 곳 근처의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인데 그리 자주는 못보네요. 말이 동생이지 거진 막내 조카뻘들이라서 그런것도 있구요.
밥이나 먹고 차나 한잔 하면서 사는 얘기나 좀 하려는데 왠걸 이 친구들이 저녁인데 소주나 한잔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래서 밥겸 술한잔 가볍게 하는 자리로 흘러갔네요. 이런 저런 근황 얘기나 하다가 술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나름 번화라고 쳐주는 모 대학가에서 산지 거의 10년이 다되가는지라 이 동네 돌아가는건 얼추 보이는데 확실히
해가 지날수록 이 곳 상권이 예전만 못하다는걸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상권 대부분이 술집과 그에 과련한 오락, 유흥시설등인데
점점 오래못버티고 자주 바뀌거나 점포세 내놓은 가게들이 늘어가니까요.
이 얘기를 하니 그 친구들 왈 요즈은 확실히 이전 세대만큼 술을 먹지않는다더군요. 흡연율도 줄듯이 음주율도 줄었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술 자체도 줄었지만 술자리라는 인간관계의 장?이 많이 줄어들었다는거죠.
더 이상 술이 인간관계를 맺는데 별로 필요하지않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겁니다.
즉, 술 자체를 즐기려면 혼술이나 같이 술좋아하는 친구들끼리가 편하다는거죠.
특히 술자리 하면 으레 따라오는 위계의 문화는 극심하게 혐오하더군요.
선배나 손윗사람이 마련한 술자리를 어지간하면 피하거나 분위기만 보고 예전처럼 술강권이나 꼰대질 이런거 했다간
아예 인간취급도 못받는다더군요. 아직 90년대 초반생들은 이전 세대에서 배운 그런 술문화가 남아있어서 가끔 이런 문제로 충돌이 일어나는데
그냥 무시하면 땡이랍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친구들은 이제 그런 위계에 편입한들 그거이 자신에게 이득이 안된다는걸 일찍 깨달은 모양이더군요.
학창시절부터 겪은 탈 권위적 문화에 (그래도 아직 좀 남아있긴하다네요. 지역이나 학교 마다 좀 다른듯) 익숙해서 그런가 봅니다.
또, 위아래 선후배를 떠나서 술마치고 취해서 헤롱거리거나 주사를 부린다거나하는 행동도 극혐에 이런 모습 잘못보였다간 아예 인간관계에서 배제되버린다네요.
술한잔 먹다보면 좀 망가질수도있지 이런 말도 그들에겐 구시대의 악습일뿐이더군요. 실제로 술강권하고 꼰대질하는 선배나 술먹고 주사부리는 동기들과는
아예 관계 자체를 끊어버린다고 합니다. 심한 경우 요주의 인물로 소문나서 모임이나 관계에서 아예 배제시켜버린다더군요.
단지 음주문화를 떠나 쓸데없는 위계질서 자체에 대한 거부도 심했습니다. 단톡방에서 선배나 윗 사람이 쓸데없이 꼰대질하거나 하면 순식간에 다 나가버리고
오프라인에서도 꼰대로 찍혀서 제대로된 사람 취급을 안해준다더군요.
이런 친구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당연히 사회의 음주문화도 바뀔테고 지금도 계속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집근처 단골집 사장님 말로 요새 몇몇 토킹바들이 장사가 아주 잘된다더구요. 알고보니 젊으 사람들은 거진 없고
대부분 4~50대 아재들뿐이랍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회식이 보통 1차에 끝나거나 젊은 사람들이 윗사람들과의 술자리를 피하니 중간직 이상의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네들끼리 소소하게 모여서 그런 가게에서 가게 직원들과 농담따먹기나하면서 논다더군요. 일종의 도태된 인간들의 안식처랄까?
마지막으로 사촌동생이 한 말이 생각나네요. 술이란건 마시고싶으면 언제든지 편의점이나 가까운 선술집에서 가볍게 마실 수 있다.
혼자 마셔도 되고 친구랑 가볍게 마셔도 된다. 근데 왜 우르르 몰려다니며 퍼먹고 과음하고 또 그것을 자랑으로 삼았었는지 이해가 안된다더군요.
부정적으로 본다기 보다는 그런 행동 자체를 이해못하겠다는 의아함이 더 커보였습니다.
매일 여기저기서 부정적인 이야기들만 듣는 요즘인데 이런 모습을 보면 사회가 아주 조금씩이나마 나은쪽으로 향해하고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2020.12.02 20:45
2020.12.02 21:05
2020.12.02 20:49
다행이네요 ㅎㅎ 예전같으면 그런 친구들도 "사회생활"하다보면 금세 물들곤 했는데 킹시국이라 개저문화의 횃불을 받아줄 상황이 아니니까요. 코로나창궐로 인한 단절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같습니다. 물론 제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이너써클에서는 여전할 것이라는 의심이 있긴합니다 ㅋ
2020.12.02 21:10
2020.12.02 21:10
굉장히 의외인데요. 정말요????? 정말이겠죠. 요즘에도 부어라 마셔라하는 분위기만큼은 젊은 세대도 크게 변한게 없을 것이라 여겼고,
그럼 우리동네 술집에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마시는 사람들은 다 중년층 이상일까요????
하긴,,, 술자리 분위기도 연령층도 확인하기에는 내가 그런 자리에 있은지가 하도 오래인지라 제가 알 길이 있나요.
대학시절 술에 관련된 숱한 기억들을 썰을 풀 생각을 했다가 당분간은 접어야겠어요. 역시 대세는 혼술?! 몸도 아픈데 왜 이 이야기를 하면서
와인이나 한잔할까 싶을까요. 아니야, 그냥 자야죠. 지금도 몸상태가 영 메롱한 상태인데요.
어쨌든 집단으로 술에 취해~~~~특히 강제로 술마시라고 난리치고 술마신 다음에 우체통과 싸움을 하고 길거리에서 자는 온갖 기행에 가까운 주사들과
젊은 세대들이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네요. 위계문화가 술자리에서 엄청 쎈 곳들도 많잖아요.
이런 젊은 사람들이 회사가면 회식 분위기에 절대로 윗 사람들과 섞일 수가 없겠는데요.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이 안가는군요.
제가 듣기론 공무원인 제 친구왈, "승진하려면 무조건 술자리에서 술잘마셔줘야 돼. 일도 잘해야 하지만 술자리에서 승진 여부가 결정"된다면서
자기는 술을 못마셔서 승진에서도 밀린다고 하던데요. 그 친구가 있는 환경에서 윗선에 있는 공무원들 분위기는 그런가보죠.
저는 다른 직업도 아니고 공무원이?????
그니까 다 중년 세대 이상 얘기가 되는거겠지만 내가 사업을 해야하고 내가 술을 못마시니까 술상무가 필요하다고 대놓고 사람 소개시켜달라는 글도
읽었으니까요. 그런 상황은 너무나~~~혐오 그 자체죠. 공무원인 제 친구 직장 환경도 정말 말이 안나올 지경이구요. 일도 눈돌아가게 시키면서
거기서 술자리에서 분위기까지 맞춰줘야 승진을 한다니, 공무원도 지역마다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직장의 적폐 술문화는 사라져야죠.
2020.12.02 21:18
2020.12.03 10:57
간단히 식사나 하고 헤어지는 회식도 잦아지면 개인 생활 침해인데 앞으로는 이런 분위기로 회식을 굳이하면 식사나 하고 술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한두잔 정도만 가볍게 하고 헤어지는 문화가 정착이 되었으면 좋겠고 젊은 세대들이 곧 직장에서 다수를 차지하게 될테니까 마구 강요하는 문화가
계속될 수는 없겠죠.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다"라는 세상에서 제일 혐오스러운 말도 과거지사가 되었으면 하는거죠.
2020.12.02 21:11
그럼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클럽에 놀러가서 노는 친구들은 뭐죠??? 그건 집단 술문화와는 다른 그냥 개인적으로 친한 친구 몇 명이랑 주로 춤추고
가볍게 몇 잔하면서 노는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거라서 별개의 문화인가요?
이제는 방송국에서도 예전처럼 드라마가 끝나도 쫑파티니 회식이니 그런 것도 거의 없이 그냥 흩어져서 술자리 같이 할 일도 줄었다는
얘기듣고도 놀라긴 했어요. 확실히 요즘 술문화가 옛날같은 그런 다같이 뭉치자, 끝까지 같이 달리자 그런게 아니구나 싶은거요.
2020.12.02 21:23
2020.12.03 09:53
위계문화가 없는 놀이 문화, 어떤건지는 알겠어요. 그 자리에 있기 싫어도 선배가 붙잡으면 붙잡혀서 억지로라도 술을 마시던지
술자리 분위기라도 맞춰줘야 예의고 사회생활 잘하는거라는걸 대학가서부터 몸에 배이게 된 우리와는 다르다는거겠죠.
2020.12.02 21:42
클럽은 술먹으러 가는곳은 아닌지라...엄하게 술 많이 마시면 오히려 찍히죠..
2020.12.02 22:36
그렇군요. 제가 대학다닐 때는 자주는 아니지만 나이트(?)나 rock cafe에서 병째 술을 마시고 플로어를 휘젓고 다니기도 했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술자리처럼 줄창 앉아서 술게임하면서 새벽까지 마시는 것보다는 춤이 위주가 되겠죠.
요즘 클럽은 술 많이 마시면 찍히는군요. 이번 가을들어 내가 20대에 얼마나 무모하게 죽도록 술로 달렸는지
그무렵 모두가 어우러져 끝까지 마시자, 정신없이 파도타기하던 시절부터~~~다이나믹했던 그 시절 기억이 많이 났었는데요.
그래도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강한 사람들 모임인지라 나이때문에 군기 바짝 들어서 억지로 선배가 술먹이는 건
별로 없었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이 보기에는 역시나 적응불가한 집단 문화였겠죠.
2020.12.02 22:04
2020.12.02 22:49
그 분은 클럽에서 사람도 만나고 싶고 춤도 추고 싶으시다니 에너지가 대단하시네요.
"밤과 음악 사이"를 한참 즐기면서 다니던 저랑 동갑이던 지인이 기억이 나네요.
클럽은 당연 직업은 안따져도 나이는 따지지 않나요? 클럽 통과 가능한 나이신가 보군요. 아니면 나이도 안따지나요? 통 요즘 클럽을 알아야 말이죠.
저도 가고 싶었는데 내가 춤추고 싶은 음악이 안나온다는걸 알고 접었고(내가 원하는건 donna summer의 댄스곡처럼 60,70년대 old pop,
우리나라 90년대 댄스곡이 아니거든요, 아니면 로비 윌리엄스의 "love supreme" ..."Let's get retarded" 크리스티나 아귈레라,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리트니 스피얼스......지금 어느 클럽에서도
이런 곡들 안틀어줄거에요 ) 밤과 음악사이는 저랑은 안맞는거 같더라구요. 틀어주는 음악이 전혀~~~~~
무엇보다 아시다시피 버닝썬 사건 이후로 후덜덜~~~~
그리고 거기서 달리기에는 체력이 너무 저질체력인지라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서 술마시고 유투브틀고 방안을 휘저으면서
춤추는거죠. 밤에 클럽까지 가는게 힘들다구요ㅠ.ㅠ
미국인가, 아침에 우유마시고 모여서 클럽에서 춤을 신나는 추는 아주 쿨한 모임들이 흥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어요.
상당히 건강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의 모임이구나 싶었죠.
2020.12.02 23:51
어쩌다 보니 페이스북 친구들이 거의 대부분 20대 여성들인데... 확실히 우루루루 대인원이 모여서 부어라 마셔라 하는 건 상당히 드문 일이 된 걸로 보이더군요. 술자리라고 하면 편한 친구들끼리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 같구요.
뭐 그 와중에도 여전히 술로 사람 귀찮게 하는 꼰대 선배들 이야기가 sns의 인기 이슈인 걸 보면 아직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적어도 예전의 그런 폭력적인 음주 문화가 힘을 잃어가는 상황인 건 맞는 것 같아요. 잘 된 일이죠.
...그리고 생각해보면 옛날에 그렇게 죽어라고 제게 술을 먹이던 친구놈들, 요즘 만나면 정말 얌전하게 적당히들 마시고 맙니다. 늘금도 좋은 부분이 있어요. ㅋㅋㅋㅋ
2020.12.02 23:55
맞아요 저희 친구들도 1박2일 연례캠핑? 비슷한걸 합니다만 6-7명이 소주한병 까기 힘들게 된지 꽤 되었습니다. 대체로 불멍하면서 수다떨거나 보드게임같은거 하다가 12시되면 자고요 ㅋㅋ
2020.12.03 11:06
젊은 세대의 술문화가 바람직한 문화로 바뀌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주폭들도 사라져 가겠죠?
로이배티님 친구분들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현명한 분들이죠. 나이들면 당연히 수십년 전처럼 그렇게 마시면 정말 사망입니다.
40대 넘어서까지 죽어라고 아침까지 마시는건 거의 악으로 깡으로 사는거 같아서 비장해보이기까지 하더군요.
새벽까지 마시고도 그래도 내가 칼같이 아침 일찍 출근하는걸 자랑스러워하던 동료들이 기억나는군요. 나이가 그렇게 퍼마실 나이가 아닌데도 굳이
몸을 만들어서까지 술을 마시겠다는건 거의 목숨걸고 마시는걸로 보이는데 본인은 즐겁다니까 속으로는 딱하지만 아무 말도 안하죠.
술을 안마셔도 재밌는게 많고 놀만한게 많아진 탓인지도? 세상이 점점 스마트해지고 있죠